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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리고 우리말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 강화, 세종이 피눈물 흘린다

토박이말 교육 강화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라

[그린경제=이한꽃 기자] 

   
▲ 1958.5.9 동아일보

초등학교에서 다음 달부터 한자교육을 강화한다고 한다. 위 기사에서 보듯이 통곡, 한국, 노천, 잔인, 실신, 총... 같은 말을 예전에는 몽땅 한자로 썼다. 도저히 한자화 할 수 없는 말들만 남기고 이런 식의 표기를 하던 신문들이 이제 겨우 한글화 한지 몇 십 년이 안 된다.  

한자교육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풍부한 어휘와 낱말의 명확한 이해”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통곡, 한국, 노천, 잔인, 실신, 총...같은 말들을 한글로 썼다해서 이해 못할 한국인은 없다고 본다.

어린 초등학생에게 조차 한자를 익히게 하는데 쏟을 예산과 정력이 있으면 택배(타쿠하이,宅配), 추월(오이코시,追越), 물류(부츠류,物流), 달인(다츠진,達人) 같은 일본한자말을 버리고 우리 토박이말로 바꾸는 데 썼으면 한다. 

한·중·일이 한자 문화권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중국과 일본은 획수가 많고 복잡한 한자는 모두 집어던지고 나름의 약자체를 만들어 쓴지 오래다. 따라서 이웃나라와 소통을 위한 작업도 아닌 단순한 ‘풍부한 어휘력’ 때문이라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며 스스로의 언어생활을 비하 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린시절 많은 시간 한자교육을 받았다. 그때 지겹도록 외운 지석묘(支石墓), 타제석기(打製石器), 마제석기(磨製石器) 같은 말을 익혔다고 해서 우리 세대가 어휘력이 풍부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 보다는 고인돌(지석묘), 깐돌(타제석기)처럼 쉽고 편한 우리말을 가르쳐 주지 않던 선생님이 야속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뿐인가! 운동회날 달리기 출발 총을 쏠 때 요이땅(用意ドン, 준비땅)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쓰던 선생님의 토박이말 사랑부재 정신은 두고두고 원망스럽다.  

그런 선생들의 정신을 이어가는 일부 사람들이 또 다시 한자교육을 주장하는 것이고 철학부재의 한자교육 주장에 단꿀을 입힌 줄도 모르고 ‘어휘력 풍부’라는 말에 속아 손뼉을 치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또다시 고행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영어는 세계 공용어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강희자전식 한자를 고수하는 한국에서의 한자는 도대체 누구랑 소통하기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한국어에 어휘가 부족하다면 지혜를 모아 우리 토박이말 교육을 강화해야 할 일이지 그 화살을 한자교육을 안한 탓이라고 하면서 아이들을 또다시 한자교육으로 몰고 가는 것은 본질을 이해 못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산들바람, 가맛바람, 가수알바람, 갈마바람, 갯마람, 건들바람, 하늬바람, 높새바람, 꽃샘바람, 마파람, 솔바람도 부족해 신바람까지 만들어 쓰는 게 우리다. 그만큼 토박이말을 살려 쓰면 풍부한 어휘력은 자동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서슬 퍼런 일제강점기 때 외솔 선생은 ‘한글이 목숨’이라고 했다. 우리말글을 갈고 닦지 않고 한자말이나 영어 따위로 우리말의 어휘를 풍부하게 한다(?)는 발상은 믿을 수 없는 외국산 식품으로 밥상을 차리겠다는 것과 같다. 한자교육을 강화할 게 아니라 최소한으로 줄이고 그 대신 우리 토박이말을 유치원부터 강화해야한다. 지금해도 늦었는데 다시 한자교육에 시간과 예산을 퍼붓는다면 세종임금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올 일이다.

   
▲ 1925.5..5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