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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춘향가 시작 "기산영수별건곤"

[국악속풀이 117]

[그린경제=서한범 교수]  춘향가의 시작은 창이 아닌 아니리, 즉 설명조의 말로 시작하되 그 내용은 남원의 경관이 빼어나다는 내용과 이도령이 방자에게 놀만한 곳을 안내하라고 조르는 대화로 시작된다. 이어서 중중몰이 장단에 맞추어 창이 시작되는데 그 사설은 유명한 문장가들이 놀았다는 내용만 뽑아 부른다.

“기산 영수 별건곤, 소부, 허 유 놀고, 채석강 명월야의 이 적선도 놀고, 적벽강 추야월의 소동파도 놀아 있고, 시상리에 오류촌 도연명도 놀고, 상산으 바돌 뒤던 사호 선생도 놀았으니, 내 또한 호협사라, 동원도리편시춘, 아니 놀고 무엇 헐거나. 잔말 말고 일러라.”

흥겨운 중중모리 장단에 맞추어‘기산 영수 별건곤’이 시작되고 그 곳에서 소부, 허유가 놀았다는 말이 나온다. 이 사람들은 어떤 선비들이기에 판소리뿐 아니라 경기 잡가나 민요의 노랫말 여기저기 나오고 있는 것일까? 이적선, 소동파, 도연명, 사호선생 등도 어떤 사람들인가 하는 점을 알고 노래를 들어야 재미있다. 뿐만 아니라 “동원도리편시춘”이라는 말도 노래마다 등장하는 구절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그 뜻을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 귀가 더러워졌다고 씻으러 간 허유와 그 물을 소에게 먹일 수 없다는 소부(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요순시대' 는 곧 태평성대를 의미한다.


멀고도 먼 옛날을 지칭할 때, 우리는 흔히 '요순시대'라고 한다. 그만큼 요임금과 순임금이 다스리던 시대는 풍요로운 시대요 평화스러웠던 시대였다. 비바람이 적당하여 농사는 풍년이었고 정치가 공평하여 다툼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백성들은 임금이 누구인지, 임금의 존재를 모를 정도였다. 그 만큼 두 임금은 선정을 베풀었던 임금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아들이 아닌 신하에게  제왕의 자리를 물려 준 임금들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요임금과 순임금의 시대를 <태평성대>, <요순시대>라 하며 멀고 먼 옛날을 말할 때도 <요순시대>라고 한다. 요임금의 생애는 태어난 때와 죽은 때를 알지 못하기에 전설 속의 인물일 뿐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을 정도로 이들은 중국 상고사에 있어 전설적인 임금으로 전해온다.

이 시대 허유라는 선비가 살았다.

어느 날, 요임금은 허유의 학식이나 사람 됨됨이를 믿고 임금자리를 내어 주겠다고 했이다. 자신은 무능하여 백성들이 행복하게 살지 못하고 있으니 임금을 맡아 달라고 간청을 한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게 웬 떡이냐 하면서 덥석 승낙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짧은 인생, 내가 좋아하는 시를 짓고 노래를 부르며 초가삼간에 누워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을 행복으로 알고 있는 허유선비는 임금을 맡으라 하니 귀가 더러워졌다 하여 영수라는 맑은 강에 나가 귀를 씻었다고 한다. 권력과 명예, 재물로써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은 선비들이 취할 진정한 길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힐 일은, 소부라는 선비의 이야기이다. 소부가 끌고 가던 소가 마침 물을 먹으러 강으로 들어가려고 함에 허유가 귀를 씻는 모습을 보고는 그 더러운 물은 소에게도 먹일 수 없다고 하여 소를  끌고 강 위로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나라는 물론, 국회의원이나 대도시의 의원뿐만 아니라, 지방의 군(郡)의원 자리를 놓고도 서로 자기만이 적임자라고 주장하며 상대를 헐뜯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명예를 쟁취하려는 추한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다가 원하는 자리에라도 앉게 되면 그때부터 어깨에 힘자랑 하는 모습을 보게 되니 민망하기만 하다. 소부나 허유선비의 이야기는 현대인들에게는 꿈만 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동원도리편시춘”이라는 시구도 그 의미를 알고 부르거나 알고 들어야 반갑다. 이 시구는 당나라 왕발의 시 “임고대”에 나오는 한 구절인데, 동원(東園)은 동쪽의 동산, 도리(桃李)는 복숭아와 오얏(자두)나무에 핀 꽃이다.(간혹 도리(桃李)를 도리(桃梨)로 써서 복숭아와 배로 쓰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편시춘(片時春)은 봄 한때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동원도리편시춘” 이라는 말은 봄 한때 동산에 핀 복숭아꽃과 오얏꽃을 뜻하는 말로 그 꽃이 오래 피어있지 않는 것처럼 젊음도 잠깐이고, 따라서 인생도 무상하다는 뜻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