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김동규 음악칼럼니스트] 나에게는 이태리 뇌성마비 친구 마누엘 가족과의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혼자서는 먹거나 몸을 돌아 누울 수도 없고 말도 할 수 없는 마누엘을 위해 우리 부부는 매년 연말이 되면 기꺼이 노래를 불렀다. 일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릴레이로 돌보아주었던 자원봉자사자들과 이웃들이 모인 자리에 가서 부른 우리 부부의 노래는 마누엘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인 동시에 봉사자들을 위한 격려와 자축의 이벤트이기도 하였다.
30대 초반까지 영유아가 먹는 이유식만으로 힘겹게 살다가 고인이 된 마누엘의 장례식에서 친지와 이웃들은 이렇게 회고했었다.
마누엘은 우리들에게 진정한 희생과 봉사 그리고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해 준 오히려 고마운 존재였다고 ...
우리는 결국 남을 힐링해 주면서 자신도 힐링을 받게 된다는 것을 함께 체험한 것이다.
그리고 부부가 자선공연을 하면서 도움을 주러 갔다가 어려운 사람들끼리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부끄러운 감동을 받고 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러면서 차츰 이분법으로 강자와 약자, 정상과 비정상을 가리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약한 것 같지만 강한 사람들, 강한 사람들 같지만 내면적으로는 약한 사람들도 있기에 이를 굳이 구분하여 일을 벌이는 것에는 판단착오가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제는 사람을 두고 어떤 구분도 하지 않는 '모두', '함께', '더불어' 라는 두리뭉실한 용어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문화에는 왕따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문화적으로 소외되었다는 표현이나 문화를 대중화시킨다는 용어보다는 문화를 널리 퍼트린다는 의미로 보편화한다는 용어가 더 맞을 것이다. 또한 정책적으로 문화적 소외계층을 규정하고 문화공연으로 배려를 하기보다는 모든 이가 계층의 구분 없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문화적인 방법이며 사람들은 그런 속에서 더 행복해지고 사회가 건전하게 통합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우리 부부가 노래로 펼치고 있는 문화밥상은 소위 잘났건, 못났건, 잘살건, 못살건, 남녀노소 구분 없이 어른 아이까지 함께 모여 이해와 격려 그리고 희망을 가지고 인간적인 교류를 하는 가족적이고 그저 소박한 문화마당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이미 회복되기 힘든 환자나 비정상인을 위한 치유(Healing)는 반드시 지속되어야 하겠다. 그런데 나는 음악을 듣고 감동하여 새사람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얘기는 가끔씩 들었어도 음악을 듣고 감동하여 치매나 우울증 환자가 깨끗이 나았다는 얘기는 아직까지 듣지 못했다.
그래서 평범하게 사는 것 같지만 까딱하면 돌이킬 수 없는 벼랑 끝, 스트레스 폭발직전의 수많은 보통사람들과 드러내지 않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분들을 격려하여 그 분들이 지속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힐링(Hilling)프로그램을 많이 만드는 것이 지금의 사회를 위해서 더 효율적인 정책은 아닌지 묻고 싶다.
이런 얘기를 하면 다들 정말로 합리적인 얘기라고 공감을 하지만 실제로 일상에서 이를 실천하기는 아직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문화예술 전도사를 자처하며 주위에 문화밥상을 차리며 긍정적인 움직임을 하나하나 이끌어 내는 것을 보람으로 여기며 산다.
사람들이 한 가족처럼 너와 나를 구분하거나 차별하지 않고 한 자리에 앉아 문화를 향유하는 풍토가 이웃과 사회 전체로까지 이어져야 비로서 그 사회는 문화적이라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디까지가 치유(Healing)이고 어디서부터가 힐링(Hilling)인가?
또 누가 누구를 치유하고 바로 세운단 말인가?
힐링(Hilling, 북돋음)이나 힐링(Healing, 치유) 둘 다 필요하다. 다만 누가 누구를 힐링(Hilling & Healing)하는지 따질 필요도 없는 건강하고 정겨운 세상에서 사람들이 더불어 살수 있다면 좋겠다는 의도로 힐링(Hilling)과 힐링(Healing)을 굳이 비교하여 본다.
마지막으로 많은 분들이 자주 묻는다. 그러면 어떤 음악을 들어야 힐링이 되냐고.
아마도 들어서 편하고 좋으면 그 어떤 음악인들 어떠하랴. 다만 음악들도 저마다의 세계가 다양하고 존재의미가 있는 것이기에 내게 익숙하지 않다고 속단하여 싫어한다면 그 음악도 나를 싫어할 것이 아니겠는가.
기왕 있는 음악이니 어느 정도 그 세계를 인정하고 함께 하다 보면 친숙해지기 마련이다.
어떤 팔순 할아버지는 멋지고 박력 있게 비보이 춤을 공연하는 손주의 모습을 보다 보니 이제는 비보이 음악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몸이 뒤틀리며 흔들어 진다고 말씀하신다.
또한 침묵도 가장 위대한 힐링음악의 하나임을 잊지 말자.
침묵 속에서 우리는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침묵을 즐기자.
침묵은 돈 낭비 안하고 나를 찾아 바로 세우는 최고의 힐링법이기도 하겠다.
나는 나를 찾아 바로 세우고 북돋아주는 힐링(Hilling)이 좋다
*** 김 동규 (예명_ 주세페 김)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팝페라테너, 예술감독, 작곡가, 편곡가, 지휘자, 음악칼럼니스트)로 아내 김구미(소프라노)와 함께 ‘듀오아임’이라는 예명으로 팝페라-크로스오버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www.duoa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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