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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이르는 토박이말 "한말글"을 쓰자

[나만 모르는 한글이야기 6]

[그린경제=김슬옹 기자]  글쓴이는 2004년 북한의 조선과학기술총연맹. 중국의 중국조선어신식학회. 남한의 국어정보학회가 공동 주최한 , <2004 코리언 컴퓨터처리 국제학술대회>(남북 정보기술 교류 10주년 기념>International Conference on Computer Processing of Korean Language 2004((ICCKL, 2004, Shenyang, China)에서 한국어를 가리키는 남북 공동 명칭으로 ‘한말글’을 제안한 바 있다.  

남한과 북한의 우리말글 명칭이 달라 ‘코리언’이란 외국식 용어를 쓰고 있어 새 용어를 제안한 것이다. 북한 학자들은 남한 쪽 ‘한글’ 용어의 변종이라 한사코 반대해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일단 남한만이라도 공식적으로 써야 한다. 

분단의 비극은 우리말글의 이름까지도 갈라놓았다. 남한의 ‘한국어’는 사전에서 “한국인이 사용하는 언어. 형태상으로는 교착어이고, 계통적으로는 알타이 어족에 속한다. 한반도 전역 및 제주도를 위시한 한반도 주변의 섬에서 쓴다. 어순(語順)은 주어, 목적어(또는 보어), 술어의 순이며 꾸미는 말이 꾸밈을 받는 말의 앞에 놓이는 것 따위의 특성이 있다.-표준국어대사전”라고 풀이하고 있다.  

반면에 북한의 ‘조선말’은 “아득한 옛날부터 조선인민이 써내려오면서 발전시켜온 민족어. 교착어에 속하는 조선말은 말소리가 풍부할 뿐 아니라 문법구조가 치밀하게 잘 째이고 어휘와 표현 또한 풍부하여 세계에서도 가장 발전된 우수한 언어의 하나로 되고 있다. 우리말은 오늘 위대한 수령님의 주체수도 평양을 중심지로 하고 평양말을 기준으로 하여 사회주의민족어의 전형인 문화어로 개화발전하고있다.-조선말대사전(북) 237쪽, 사회과학출판사.”라고 풀이하고 있다.  

우리말글의 뿌리와 특징은 똑같이 인정하면서도 용어가 왜 다른지를 풀이가 잘 보여 주고 있다. 

북한 학자들은 ‘한글’을 남한 쪽의 용어로 인식하고 있다. 사석에서는 그 용어를 쓰면 반동으로 몰린다고까지 했다. ‘한글’이 분단 이전인 일제 강점기 때 두루 쓰인 용어라 해도 그것은 과거의 역사일 뿐이라고 여겼다. 그러다 보니 ‘한말’과 ‘한글’을 합친 ‘한말글’을 남한 쪽 용어로 생각하는 것이 그들 실정으로 봐서는 무리가 아닌 듯 했다. 

북한은 정치 신념 때문에 그렇다 치더라도 남한에서조차 이 용어를 쓰지 않을 이유는 없다. 다시 말해 ‘한말글’을 ‘한국어’라는 용어와 함께 한국의 입말과 글말을 다 함께 가리키는 용어로 써야 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글말 표기 명칭인 ‘한글’과 대비되는 입말 지칭 용어로 ‘한말’이란 말이 매우 요긴하다. 일제강점기 때인 1930년 11월 19일 동아일보 4면에는 흥미로운 노래 가사가 실려 있다. 
 

한말·한글 -구월 이십 구일(훈민정음 반포 484주년)을 맞으며- 

                                                                                  조종현 

-가-
방실방실 어린이 재미스럽게
말이 뛴다 소뛴다 말은 하여도
하는이말 이름을 모른다해서
“한말”이라 이름을 일러줫지요
 

-나-
방실방실 어린이 얌전스럽게
가갸거겨 책들고 글을 읽어도
읽는 그 글 이름을 모른다해서
“한글”이라 이름을 갈처줫지요
 

-다-
쉽고 고운 우리글 “한글”이라요
좋고 좋은 우리말 “한말”이라요
방실방실 어린이 잘도 읽는다
방실방실 어린이 잘도 부른다
 

   
▲ 1930년 11월 19일 동아일보에 실린 조종현의 동시 "한말·한글-구월 이십 구일(훈민정음 반포 484주년)을 맞으며-"

1446년 훈민정음을 반포 하였으므로 이때는 484주년 되던 때라 동아일보가 한글날 특집 지면을 만들었는데 이 지면에 실린 노래이다. 조선어연구회는 1926년 11월 4일(음력 9월 29일) '가갸날'을 선포하고 1928년 11월 11일(음력 9월 29일) '가갸날'을 '한글날'로 명칭을 바꿨고 바로 위 노래가 실린 11월 19일은 음력 9월 29일로 훈민정음 반포 464주년 되던 때였던 것이다. 이때는 훈민정음 반포가 9월 상순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이라 반포 사실이 실린 음력 9월 29일을 기념일로 삼은 것이고 음력이라 양력 날짜는 매 해 조금씩 바뀌었던 것이다.  

그런데 위 노래에서 ‘한말’이란 용어를 매우 자연스럽게 쓰고 있다. 이렇게 보면 ‘한말’과 ‘한글’을 합치면 ‘한말글’이란 용어가 자연스럽게 생성된다. 

둘째는 ‘한말글’은 ‘말과 글’이라는 일상용어에다 ‘한-’을 붙인 것이다. 이때의 ‘한’은 바람직한 네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1) 통합성의 의미 : 이때의 통합은 남과 북뿐만 아니라 지역 통합, 입말과 글말의 통합 등을 의미한다. 하나 된다고 해서 하나로 통일한다는 의미보다는 연계성 또는 연대성을 강조하는 의미가 강하다. 곧 통합은 획일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연대성을 강조하는 의미다.  

(2) 일관성의 의미 : 한결같이 흐르는 역사성을 강조하는 의미다. 이는 북조선이 조선을 삼은 근거도 된다. 한국어의 ‘한’도 결국 역사적 정통성을 강조하려는 의미이므로 북조선이나 남한이나 역사성을 강조하는 의미맥락은 비슷한 것이다.  

(3) 민족주의 의미 : 민족주의는 두루 알려져 있듯이 근대 이후에 성립된 역사와 문화 공동체 이데올로기다. ‘한민족(韓民族)’이라는 말 또한 근대 이후에 성립한 우리 민족주의에 의한 겨레 명칭이다. ‘한민족’의 ‘한-’이 대한민국의 ‘한’과 같은 어원으로 볼 수도 있으나 의미맥락, 사회적 의미는 다른 것이다.  

(4) 포용성의 의미 : ‘한-’은 “한미르(큰용)”의 쓰임새에서 보듯 ‘크다’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한말글’은 “큰 말과 글”이라는 의미가 있다. 결국 내부의 각종 갈등을 극복해 주면서도 개방적 민족주의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 언어라는 의미다. 필자의 최근 논문(김슬옹:2004)에서 밝혔듯이 문자 측면으로 보면 토박이말이건 한자어건 한글과 일상어 측면에서 포괄 수용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담을 수 있으므로 ‘한말글’이란 용어를 쓰자는 것이다. 물론 기존의 ‘한국어’대신 쓰자는 것은 아니다. 일종의 복수 표준어처럼 같이 쓰되 맥락에 따라 달리 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