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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송서(誦書)율창(律唱)으로 온 국민 책읽기 운동을<

[국악속풀이 121]

[그린경제=서한범 교수]  지난 주, 우리는 판소리 춘향가에 나오는 천자 뒷풀이 대목을 읽어 보았다. 흔히 <하늘 천(天), 따 지(地), 검을 현(玄), 누루 황(黃)>으로 읽어 나가는 천자문을  판소리에서는 글자의 뜻 하나하나를 풀어서 부르고 있는데 그 사설 내용이 매우 재미있을 뿐더러 그 의미 또한 예사롭지 않음을 <천>, <지>, 두 글자를 통해서 확인하였다.

그러므로 이 <천자뒷풀이> 대목을 부를 수 있거나, 또한 제대로 그 사설을 이해하며 들을 수 있다면 음악적인 면은 말할 것도 없고, 교양이나 지적 수준이 매우 높은 사람임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책읽기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송서나 율창의 방법이라는 점도 강조하였는데, 그 이유는 글자를 눈으로 읽기보다는 소리내어, 혹은 노래를 부르며 음악적으로 읽는다면 암기는 물론이고, 스스로 오래 앉아 읽어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 송서(誦書)율창(律唱)을 하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유창 명창

훌륭한 문장이나 유명한 시(詩)도, 가락을 얹고 장단을 타면 듣는 사람들을 더 진한 감동의 세계로 안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 하였다.

이번주에는 춘향가 중에서 눈대목이라 할 수 있는 사랑가 대목을 중심으로 이야기 하려 했으나 잠시 분위기를 바꾸어 8월 24일 삼성동 소재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에서 열리는 유창 명인과 그의 보존회원들이 준비하고 있는 <송서 율창>공연과 관련있는 내용을 먼저 소개하기로 한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있으시기 바란다.      
서울특별시는 무형문화재 제41호로 <송서와 율창>을 지정하였고, 이 분야의 예능보유자로 유창(劉敞)씨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종목에 관해서는 일반 시민이나 학생은 물론, 공무원이나 국악을 전공하는 전문인들까지도 관심밖이어서 송서가 무엇이고 율창이 무엇인지 개념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재로 지정만 한다고 해서 모든 종목이 보존되고 계승되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전승해 나가기 위해서는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이고, 국악계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종목 중에 송서와 율창이 포함된다. 올바른 전승을 위해, 활발한 보급을 위해 가장 바쁘게 뛰어야 하는 사람은 누구보다 이 종목의 보유자인 유창씨와 보존회원 들이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말이 있다. 송서와 율창이 무엇이고 어떻게 불러야 하며 무엇을 노래하는가 하는 점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보유자 자신이 새롭게 재구성한 송서와 율창 22수를 모아 한 장 음반에 담아냈다. 반갑기도 하고 또한 필요한 작업이기도 해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듣고 또 들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유창의 강렬하면서도 푸근한 소리를 좋아한다. 그는 타고난 목과 음악성으로 이미 경서도의 좌창이나 입창은 물론 가곡이나 시조를 섭렵한 바 있는 남창으로는 드물게 폭넓은 장르를 소화해 내고 있는 명인이다.
특히 송서와 율창에 매진하면서부터는 특유의 남성다운 성량과 기교를 발휘하는 등 독특한 창법을 개발한 의욕의 소리꾼으로 정평이 나 있는 사람이다.

그가 부르고 있는 송서 또한 정통의 소리로 이문원-묵계월로 전해오는 가락이며, 율창의 가락 역시 퇴계의 후손 이동술을 통해 전수한 전통의 율창인 것이다. 현재 그는 이경희 외 40여명의 이수자와 서울을 비롯한 각 시도에 60여명의 전수생들을 거느리고 전승과 보급 제1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이번에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새로운 음반은 힘차고 친근감 넘치는 낭낭한 목소리가 인상적이며 전통송서의 흐름을 바탕으로 하면서 그 위에 현대적 감각을 살린 새로운 흐름이 특징적이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송서요 율창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이번 음반이 기존의 것과 달라진 점은 첫째, 각 노래를 3분 내외로 짧게 재구성하여 신선하다는 점, 둘째는 템포가 느리지 않아 지루하지 않다는 점, 셋째는 사설의 내용이 간결하고 명료해서 알기듣기 쉽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존 노래에서는 보지 못했던 거문고나 대금, 해금 피리 등 선율악기들의 수성가락이 첨가되어 있어 목소리와 음색의 조화가 일품이라는 점, 등 등이다.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