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 = 황명하 호주광복회장]
힘겨운 이민사회 속에서도 광복회를 조직하여 일제의 국권침탈기에 살신성인 정신으로 나라를 구한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황 회장으로서는 어쩜 당연한 목소리이기도 하다. 아니 황 회장이 아니면 감히 그 어느 누구도 지적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황 회장으로부터 광복절 기념식전에서 낭독한 ‘광복절 유감’ 글을 받아 그 전문을 싣는다. 이러한 황 회장의 우국충정 어린 마음은 국내외에서 퇴색해가는 광복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하는 소중한 일침으로 생각한다. 황 회장의 '광복절 유감'과 박유철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함께 싣는다. |
존경하는 내빈 여러분 !
기념사에 앞서 국가 최고 원로단체로서 독립운동 유관단체 대표이자 광복절 행사에 직접 관련이 있는 광복회를 대신하여 충심으로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8월15일은 우리나라 국경일 중 최고로 치는, 우리 민족 최대의 경사스런 날인 광복절입니다. 그래서 다른 기념일의 기념식과는 달리 유일하게 경축식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날을 염두에 두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정부가 수립된 지 65주년이 되는 날도 바로 오늘입니다.
광복절 행사와 성격이 다른 한인회 자체행사를 붙여서 모둠 행사로 해온 게 이번이 세 번째로 알고 있습니다. 다 같은 한인회 주최의 행사라도 자체행사와 국경일 행사는 다른 날로 구분이 되어야 합당할 것입니다.
우리는 시드니 한인사회의 구성원이기 이전에 한민족의 정서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한인회에 대한 성토가 아닌 서로 성찰해 보자는 진언으로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광복절에 많은 사람들의 참여 유도, 경비 절감 등 이보다 더한 이유도 명분이 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입니다. (한인회 정기총회, 한인회장 이취임식, 취임축하공연 등)
어떤 특정 단체나 단체장의 자축일이 아닌 나라의 경축일인 광복절 행사가 점점 곁다리가 되고, 이날을 빌어서 하는 행사가 주가 되는 기현상으로 인해 광복절의 본질이 부지불식간에 퇴색, 변질되어 가는 것과 이것이 전례가 되어 관행이 될까 하는 우려가 비단 광복회 회원들만이 느끼는 것이겠습니까?
지금 이 자리에는 일제강점기에 민족 수난의 시대를 몸소 겪으시고, 광복의 희열도 직접 체험하신 여러 어르신들과 독립유공자 유족들도 계십니다. 과연 이분들의 감회와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최소한 지금은 광복절 행사 시간인데도 무슨 행사인지도 모를 여러 가지 화환과 장치를 단상 정면에 올려놓고 진행하는 이러한 편리주의는 국경일 행사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독립운동 선열들에 대한 도리도 진정 아닐 것입니다.
앞으로는 조국광복을 위해 하나뿐인 목숨까지 민족의 제단에 기꺼이 바치신 선열들께 민망하고, 대한민국의 후예로서 부끄러운 국경일 행사가 되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차제에 한인사회의 양적 팽창과 발전에 부응하여 이후 국경일 행사를 미국 LA나 뉴욕처럼 한인회와 총영사관, 민주평통, 광복회가 공동주관으로 거행하여 좀 더 큰 틀에서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차기 한인회장께서는 심도 있게 검토, 추진하셔서 내년 3.1절부터 시행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우리 후대들에게도 8월 15일이 광복절이고, 점차 광복의 의미도 심어주는 명실상부한 국경일 행사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기를 소원합니다.
존경하는 내빈 여러분들의 양식과 올바른 의식으로 현명한 판단이 계실 줄 믿으면서 오늘 오전 10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거행된 광복절 중앙 경축식에서 광복회 본회 회장님이 하신 기념사를 그대로 낭독하겠습니다.
기 념 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제68주년 광복절을 맞이하여 대통령님과 애국지사님, 국내외 귀빈을 모시고, 해외 동포들과 함께 독립운동 선열들을 기리며 기념사를 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가 경축하고 있는 이 광복절은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영광된 날입니다. 오늘의 환희와 감격은 자랑스러운 선열들께서 수 많은 피를 흘리시며, 불굴의 인내와 정신력으로 일제를 극복하셨던 항일 독립운동의 결실입니다.
일찍이 망국으로 온 민족이 도탄에 빠져 있을 때, 민족의 선각자인 선열들께서는 만주와 연해주, 미주 등지로 망명하여 일제와 싸우셨습니다. 그리고 1919년 일제로부터 당당히 자주 독립을 선언한 역사적인 3.1 독립운동을 일으키셨으며, 민의에 따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국내외 수 많은 비밀결사체와 연결되어 조국광복이 될 때까지 자주독립의 기치를 높이 치켜들었던 것입니다.
독립운동 선열들께서는 일제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도 비폭력 평화운동으로 3.1 독립운동을 전개하셨고, 끊임없는 독립투쟁으로 전 세계에 한국인의 위대함을 알렸습니다. 그런 와중에 우리 선열들이 겪어야 했던 비참한 생활과 나라 없는 설움을 생각할 때, 가슴 속으로부터 울음이 복받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날 우리는 실로 위대한 선열들의 후예로 세계무대에 당당히 서 있습니다. 세계는 우리의 놀라운 발전상을 인정하고, 그 비결을 배우려고 우리나라를 찾고 있습니다. 100여 년 전, 국망의 치욕을 당해 세계인들로부터 망국노로 받았던 설움을 생각할 때, 정말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것은 결코 기적이 아닙니다. 50여년을 하루도 쉬지 않고 자강불식하며 의연하게 독립운동을 펼치셨던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의 숭고한 정신유산을 계승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을 맞이하여 우리는 다시 한 번 선열들의 고귀한 정신을 절실히 다져야 할 때입니다. 정치 지도자들이 통합이 아닌 분열을 거듭할 때, 국민은 불안을 겪습니다. 여야 지도자들께서는 대승적 차원에서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정책을 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는 또한 평화헌법 개정을 주장하며 자위대의 군사적 재무장을 꾀하는 일본을 이웃 나라들과 함께 심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진정한 양심으로 역사를 직시하여 믿음과 평화를 중시하는 이웃이 되어 주기를 촉구합니다.
바야흐로 우리는 남북한의 통일문제 해결이 선택이 아닌 필연의 과제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 간에 신뢰를 회복하고 민족공동체 의식을 되찾아 나가야 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뜻 깊은 광복절을 맞아 역사를 깊이 통찰하고 국제정세를 바로 읽고 하루빨리 남과 북이 대립이 아닌, 공동번영의 통일시대를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2013년 8월 15일
광복회장 박 유 철
▲ 제68주년 호주 광복절 기념식장의 만세삼창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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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명하(黃明夏) : 재호주 광복회 회장
1988년 호주이민
재호주 한인다도협회 회장 역임
(사)백산 지청천 장군 기념사업회 고문 (현)
세계한인교류협력기구 대양주연합회 자문위원 (현)
민주평통자문회의 호주협의회 15, 16기(현)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