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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송서(誦書)ㆍ율창(律唱)으로 전 국민 책읽기 운동을<Ⅱ>

[국악속풀이 122]

[그린경제=서한범 교수]  지난 속풀이에서는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41호가 <송서ㆍ율창>이지만 일반인은 물론, 국악전문인들까지도 잘 모르고 있다는 점, 유창의 송서는 이문원-묵계월로 전해오는 정통의 가락이고 율창도 퇴계의 후손 이동술을 통해 전수한 전통의 율창이라는 점, 현재 유창 보유자는 이경희 외 40여명의 이수자와 서울을 비롯한 각 시도에 60여명의 전수생들을 거느리고 전승과 보급 제1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점을 말했다.

또, 타개책의 하나로 보유자 자신이 송서와 율창 22수를 재구성하여 음반에 담아냈는데, 전통송서의 흐름을 바탕으로 하면서 그 위에 현대적 감각을 살린 새로운 흐름이 특징적이라는 점, 이번 음반은 노래를 3분 내외로 짧게 재구성하여 신선하다는 점, 박자가 느리지 않아 지루하지 않다는 점, 사설의 내용이 간결하고 명료해서 알기듣기 쉽다는 점, 거문고나 대금, 해금 피리 등 선율악기들의 수성가락이 첨가되어 있어 목소리와 음색의 조화가 일품이라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 <송서> 공연을 하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보류자 유창 명창

우리가 알고 있고 간간히 들어온 전통적인 송서로는 <삼설기> 외에 ≪고문진보≫에 보이는 <적벽부>를 비롯한 <어부사> <등왕각서> <출사표> <춘야연도리원서>가 있고 서도창(西道唱)조로 부르는「추풍감별곡」등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녹음한 새로운 음반에는 <대학>을 비롯하여 <중용>, <명심보감> 등에서 교훈적인 내용들을 발췌하여 사설을 확대하였다는 점이 두드러지고, 또한 중국과 한국의 유명문인들이 남긴 다양한 시구(詩句)들을 반주악기와 함께 재구성하여 소개하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송서란 한 마디로 <글 읽기> 이다.
입으로 소리를 내어 읽되 밋밋하게 글자만을 읽어나가지 않고, 고저와 강약, 그리고 길고 짧게 시가(時價)를 구별하면서 글의 내용을 노래하듯 음악적으로 구성지게 표현하는 예술장르이다. 일반 시조나 민요처럼 정형화된 가락이나 고정된 장단체계는 갖추고 있지 않지만, 호흡으로 단락을 맞춘다거나 가사에 따라 고저를 구별하고 특히 종지형에서 음악적인 규칙을 체득하면 더더욱 잘 부를 수 있다.  

송서가 소설이나 산문을 낭송하는 형태라면 율창이란 곧 시(詩)를 읊는 시창인 것이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황학루시(黃鶴樓詩)> <악양루시(岳陽樓詩)> <영남루시(嶺南樓詩)> <죽서루시(竹西樓詩)> <촉석루시(矗石樓詩)> <영풍(詠風)>등이 있는데, 한문으로 된 5언절구나 7언절구 등을 가락에 올려 부르는 형태로 시조창이나 가사창법이 부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지도를 받는다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이다. 율창은 송서와 함께 고품격의 멋스러움이 묻어나는 선비문화의 대표적 음악유산이라 하겠다.  

예로부터 선비란 글을 읽어야 행세를 하던 사람들이다.
책속에 담겨있는 진리를 터득하고 세상 살아나가는 방법을 배우며 참된 길을 찾던 사람들이 바로 선비였다. 그래서 천하의 일을 미리 예상하고 준비해서 변화하는 세상에 적용할 수 있는 응용능력을 갖추어왔던 사람들이었는데, 이제는 그러한 선비를 찾아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래서 무분별한 서구문화가 범람해도 전통사회의 문화를 되살리고 민족의 삶과 미래를 생각할 인물들을 만나보기 어렵게 된 것이 현실이다.

성호사설의 저자, 이익이 걱정한 것처럼 "글만을 읽고 성인(聖人)의 도리만을 말하면서,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하는 방책에 소홀하다면 그 학문은 개인생활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무용한 것"이란 지적이 오늘의 현실을 그대로 말하고 있는 느낌이다. 글 읽기와 함께 말하기도 큰 문제이다.

우리의 국어가 엉망이 된 상황을 걱정하는 학자들이 많다. 외래어를 불필요하게 너무 많이 쓰거나 줄여 쓰는 약어(略語)가 난무하여 세대 간의 대화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특히 한자(漢字)로 된 단어를 사용할 때나 존댓말을 쓸 때, 맞지 않는 사례가 허다하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쓰는 국어의 말하기나 쓰기 등이 혼란스러운 것은 사고(思考)의 틀이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책읽기를 통해서 우리의 언어를 다시 배우고 다듬어야 한다. 책 읽기 운동을 전국적으로 강력하게 펼쳐나가지 않으면 사회 구성원들의 심성이 황폐화된다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어린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바로 책을 가깝게 하도록 지도하는 것임을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할 일이다.(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