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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의 시가 흐르는 2013한강생명(살가지)문화제

강을 살리고, 가꾸고, 지키는 생명문화 운동

[그린경제=김동규 음악칼럼니스트]8월 26일. 2013한강생명(살가지)문화제의 발대식을 겸한 유엔군 추모제가 열리는 날이다.
   

▲ 연천 유엔군 화장장 시설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 610)

 
 교통혼잡을 피해 아침 일찍 도착한 연천 유엔군 화장장 시설은 입구부터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다. 사실 미리 받아본 화장터의 사진은 잡초밀림 뿐이어서 어떻게 이런 곳에서 추모제 공연을 할지 걱정이 앞섰었다. 관계자 말로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벌초와 진입로가 정리되었으며 처음으로 유엔군 전사자를 위한 추모제가 이곳에서 열리는 것이라고 하니 부끄럽다.
 
 유엔군 추모제 겸 발대식의 시작을 기다리면서 이번 한강생명문화제의 주제곡으로 내가 작곡한 구상 시인(1919~2004)의 노래시 <강에는>을 학생들과 함께 연습하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음향팀에 문제가 생겼다.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이라 나는 깜짝 아이디어로 자동차를 가까이 주차하여 음악CD를 크게 틀고 노래하기로 하였다.
 
   
▲ 구상의 노래시 <강에는> 을 제창하는 전인자람학교 학생과 참가자들
 
 전인자람학교 학생들이 줄지어 국화꽃 헌화를 시작하면서 우리 부부는 이국만리에서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친 유엔군 전사자들에게 그저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추모곡 <해후>와 <유월에>를 정성으로 노래하였고, 퍼포머 문재선과 안흥모의 신비로운 생황 연주가 어우러지는 추모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마치 화장터에 갖혀있었던 유엔군 영혼들이 낯설은 모습으로 밖을 두리번 거리며 하나 둘 삼삼오오 걸어 나오는 것이 내게 느껴졌다.  
 
   
▲ 유엔군 추모제에서 추념곡을 부르는 듀오아임(김동규,김구미) 팝페라부부
 
   
▲ 퍼포머 문재선과 생황연주자 안형모의 추모 퍼포먼스
         
 유엔군 화장터는 남한 유일의 고구려성인 당포성과 고려종묘인 숭의전이 있는 지역에 있다. 백마고지 전투, 철의 삼각지 등 고지쟁탈전이 치열하여 유엔군 희생자들이 많이 발생하자 52년에는 유엔군 전사자를 위한 화장장 시설을 만들어 사용하여 휴전 직후까지 사용하였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2009년 북한강생명포럼의 행사에 초대되어 공연을 한 적이 있었다. 다산 정약용 유적지의 나루터에서 배를 띄우고 한강을 바라보며 노래를 했기에 아직까지 특별한 공연으로 남아 있다. 그동안 같은 행사가 한강생명(살가지)문화제로 발전하여 강을 살리고, 가꾸고 지키자는 생명문화운동으로 큰 틀을 이뤄냈다. 한강유역 5개 시•도(강원, 서울, 인천, 경기, 충북)가 상호 협력하는 행사가 된 것이다. 탄천이 흐르는 성남에서도 참여하는 분들이 있다는 이헌수 공동대표의 얘기에 성남에 사는 사람으로서 흐뭇하였다.
 
 이번 문화제 중에는 특별히 정전 60주년을 맞이하여 평화를 기원하며 DMZ와 남북으로 이어진 임진강을 탐사하는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다. 또 연천 유엔군 화장장 시설에서 유엔군 추모제 겸 발대식을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일주간 한 후에 한강의 시원지 평창 우통수 월정사 계곡에서 남한강과 북한강의 합수제를 하면서 폐막하게 된다.
 
 이번 유엔군 추모제에 다녀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였다.
 내가 비록 대중적인 팝페라 음악을 하면서도 예술가로서 시대정신을 잊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작곡한 구상 시인(1919~2004)의 노래시와 해후, 유월에, 아리랑 아라리요 등 인문학적 노래들이 이렇게 뜻 깊은 자리에서 불려 진 것에 대해 내가 세상에서 음악적 사명감을 조금이나마 실천했다는 느낌이 들어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또 6월은 전쟁 발발이지만 7월은 정전이 되었기에 비록 종전은 아니지만 반쪽의 평화를 찾은 7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칭하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마도 반공정책이 강조되었던 시절에는 6.25전쟁 발발이 이슈가 되었겠지만 정전으로 반쪽 평화를 되찾은 의미와 또 정전협정이 맺어지던 7월에 더욱 치열한 전투가 있어 더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는 근거로 볼 때 호국보훈의 달은 아마도 7월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옆으로 묵묵히 흐르는 임진강과 한강 그리고 탄천이 나를 성남 집으로 인도해 준다. 피곤하지만 잠시 나의 멘토, 구상 선생님의 시를 펴보며 우리의 역사 이전에도 흘렀었고, 이후에도 흐르고 있을 영원한 강의 신비를 되새겨본다.
 
"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 - 구상 시 <오늘> 중에서 -
 
   
▲ 구상 시인(1919~2004) 동서양의 철학이나 종교에 조예가 깊어 존재론적 형이상학적 인식에 기반한 독보적인 시 세계를 이룩한 시인. 현대사의 고비마다 강렬한 역사의식으로 사회 현실에 문필로 대응. 남과 북에서 필화를 입고 옥고를 치르면서까지 지조를 지켜 온 한국의 대표적인 전인적 지성이다. 구상 시인은 평생에 겸허와 정직을 지켜, 뜻이 깊지만 표현은 평이한 시를 썼다.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사랑해 대중 속에서 살았다. 1999년과 2000년 노벨문학상 본심에 두 번이나 추천되었으며 프랑스 문부성이 선정한 세계 200대 시인의 반열에 오르기도 하였던 한국의 자랑스런 문인이다. 소년 시절부터 강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 구상 시인은 江의 시인이며 물의 철학자다.
동요로 작곡된 2013 한강생명(살가지)문화제 주제곡

구상의 노래시 <강에는>
 
강에는
봄에
봄이 흐른다.
 
강에는
여름에
여름이 흐르고
 
가을에는 가을이
겨울에는 겨울이
흐른다.
 
 
강에는
행복한 이가 오면
기쁨이 출렁이고
 
고독한 이가 오면
시름이 하염없고
 
사랑끼리가 오면
사랑이 녹아 흐른다.
 
강에서
자연도 우리 마음도
제 모습을 찾는다.

     
 
 
 파주에도 전쟁 때 숨진 북한군과 중국군 유해 1천8백여구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일명, 적군의 묘지에 묻혀 있다고 하는데 요즘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제를 지내주는 분들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휴머니즘은 아직 살아있다는 기쁨과 감동에 가슴이 뭉클하다. 비록 적으로 만났지만 그들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아버지였을 것을 생각하면 전쟁이 밉기만 하다. 언젠가 시간을 내어 거기도 가보고 싶다.
 
   
▲ 주세페 김동규
*** 김 동규 (예명_ 주세페 김)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팝페라테너, 예술감독, 작곡가, 편곡가, 지휘자, 음악칼럼니스트)로 아내 김구미(소프라노)와 함께 팝페라부부 '듀오아임'이라는 예명으로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www.duoa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