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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가야금 12줄은 모두 안족으로 버텨 세운다

[국악속풀이 131]

[그린경제/얼레빗=서한범  교수]  가야금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잠시 최창남의 경서도 소리발표회와 제자들이 준비한 고 백인영 1주기 추모음악회 이야기를 하였다. 다시 가야금의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한다.

앞에서는 가야국의 우륵(于勒)악사가 신라로 투항하여 충주 지방에서 가야금 활동을 하던 곳을 지금 사람들이 탄금대라 부르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였고, 제자들이 새롭게 고쳐 만든 음악에 대하여 우륵 선생은 낙이불류(樂而不流)애이불비(哀而不悲)라 하여 정악의 핵심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또한 신하들의 반대를 악하죄호(樂何罪乎), 곧 음악이 어찌 죄가 된다고 하는가! 라는 말로 신하들을 설득하여 가야금 음악을 신라의 대악으로 삼았다는 진흥왕의 이야기도 하였다.

진흥왕의 혜안이 아니었다면 과연 우리가 가야금과 그 음악을 이어받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는 것이다. 남다른 안목과 판단력을 지녔던 진흥왕의 존재가 곧 가야금의 오늘을 이어준 결정된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가야금은 오동나무 판 위에 명주실을 꼬아 만든 현악기이다. 줄은 모두 12줄이다. 가야금은 12줄 모두를 기러기발 모양의 안족(雁足)위에 얹어 놓고 이것을 움직여가며 음을 조율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안족의 위치가 가야금의 아래쪽, 곧 오른손으로부터 멀리 아래로 내려갈수록 낮은 음이 되는 것이고, 뜯는 곳 가까이 올라올수록 높은 음으로 조율하는 것이다.

가야금은 오동나무 통속을 파내어 공명통을 만들지만, 산조나 민요를 연주하기에 쉽게 고쳐 만든 작은 가야금은 앞면과 뒷면을 따로 만든 다음, 이를 붙여서 공명통을 만들어 쓴다.

원래의 가야금보다 짧고 작은 크기로 만들어진 산조가야금이 보급되면서 이와의 구별을 갖기 위해 <정악가야금> <풍류가야금> 또는 <법금>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정악가야금이라 부르는 악기는 궁중의 관현악기들과 함께 연주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영산회상과 같은 실내악이나 가곡과 같은 노래의 반주음악으로 더더욱 널리 쓰여 왔다. 이러한 정악가야금은 산조가야금에 비해 줄도 굵고 악기의 몸체도 큰 편이어서 줄과 줄의 간격이 넓은 편이다.

가야금의 연주 방법은 위쪽을 무릎에 올려놓고, 아래쪽은 바닥에 내려놓는 자세를 취한 다음, 오른손으로는 줄을 뜯거나 퉁겨서 소리를 낸다. 오른손에 의해 연주된 소리들은 왼손에 의해 누르거나 흔들어 주면서 음을 지속하기도 하고 변화시켜 나가는 등 다양한 표현을 하게 되어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같은 현악기라도 거문고는 술대라는 연필만한 대나무로 줄을 쳐서 소리를 내지만 가야금은 손가락을 직접 줄을 뜯거나 퉁겨서 소리를 내며 해금이나 아쟁과 같은 악기들은 활로 줄을 마찰시켜 소리를 내는 것이다. 또한 양금과 같은 현악기는 채로 줄을 쳐서 소리를 낸다.

앞에서 소개한 산조가야금은 현재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정악가야금과 같이 12줄로 되어 있지만 각 줄의 간격이 좁고 또한 가늘어서 다양한 기교, 즉 산조 연주의 생명인 농현이나 퇴성, 추성, 전성 등을 표현하기 알맞게 제작되었다. 그래서 산조가야금은 비단 산조뿐 아니라 시나위나 민요 등 민속음악의 여러 분야에 폭넓게 쓰이고 있는 것이다.

원래 가야금은 실내용 악기이다. 주로 집안의 대청마루나 사랑방에서 즐기던 악기여서 자체의 음량이 작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공연환경이 달라져 대형 극장에서 연주할 기회가 많아졌고 이에 따라 맑고 고운 장점과 함께 음량에 관한 문제도 심각해 진 것이다. 그래서 음량의 확대를 위해 가야금의 뒷면에 공명판을 대거나 전기 증폭 장치를 달아 소리를 크게 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기계적 장치들은 그 원래의 아름다운 음색을 그대로 살려내기 어렵다.

방안에서 즐기던 악기들을 들고 옥외나 대형 극장에서 연주하게 될 경우, 원래의 아름다운 음색을 유지하기 위한 음량에 관한 연구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마이크를 쓰지 않는 무대를 만들거나 음량확대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나 특별한 묘안이 마련되지 못한 채, 확성장치에 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창작 국악곡에서는 전통적인 연주법외에도 왼손가락으로 여러 줄을 동시에 울려 화음을 쓰기도 하고, 안족 아랫부분을 쓸어 주기도 하며 활로 줄을 문지르는 등 새로운 연주법들이 개발되어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음역을 확대하고 음량의 증대나 연주기법의 다양성 확보를 위하여 줄의 수를 18현, 21현, 22현, 25현 등으로 확대시킨 가야금들이 제작, 활용되고 있다.

   
▲ 고 백인영 선생의 제자 이민영의 가야금산조 연주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