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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라판타지아'는 환상의 주기도문

예술의 창조적 재구성에 대하여

[그린경제/얼레빗=김동규 음악칼럼니스트]  요즘 ‘남자의 자격’ 프로로 더 유명해진 음악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와 관련하여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한가지 있다. 이 노래는 영화 ‘미션(Mission)’의 음악 중에서 ‘가브리엘 오보에(Gbriel’s Oboe)’가 원작인데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영화음악일 것이다. 오보에가 연주하는 이 기악곡에 가사가 붙여져 노래가 되어 불리고 있는 것이 바로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다. 가사의 내용이 쉬우면서도 깊이가 있는 것이 참 좋다.
 
Nella fantasia io vedo un mondo giusto  환상 속에서 나는 정의로운 세상을 봅니다
Lo tutti vivono in pace ed in onesta  모두들 평화롭고 정직하게 사는 세상을
 
Nella fantasia io vedo un mondo chiaro  환상 속에서 나는 밝은 세상을 봅니다
Gli anche la notte meno oscura  밤에도 어둡게 느껴지지 않는 세상을
 
Nella fantasia esiste un vento caldo  환상 속에는 따뜻한 바람이 붑니다
Che soffia sulle città, come d’amico  친구처럼 세상에 부는 온정의 바람
 
Io sogno d'anime che sono sempre libere  나는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꿉니다.
Come le nuvole che volano  마치 떠 다니는 구름처럼
Pien' d'umanità in fondo l'anima  인류애로 충만한 영혼을
 
 
   

▲ 영화 '미션' 중에서 '가브리엘의 오보에'가 연주되는 장면 

 
평소에 음악 분석하고 해석하기를 좋아했던 내가 영화 ‘미션(Mission)’을 처음 보았을 때 ‘가브리엘의 오보에’가 미국의 작곡가 말롯 (Albert Hay Malotte, 1895 ~ 1964)의 주기도문(The Lord’s Prayer)과 진행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내게는 풀리지 않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많은 가수들이 다투어 이 ‘넬라 판타지아’ 노래를 부르고 있는 추세를 따라 국내에서 팝페라 공연을 시작하고 있었던 우리 부부도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내가 직접 반주를 편곡하였는데 문제는 ‘넬라 판타지아’와 ‘말롯의 ‘주기도문’과 섞어 특별한 편곡을 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아마도 내가 불편한 진실을 발견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두 곡을 하나로 편곡하니 신기하게도 내 느낌대로 두 곡의 진행이 서로 부딪치지 않고 잘 진행되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아내는 말롯(Mallotte)의 ‘주기도문’ 선율을 노래하고 내가 동시에 ‘넬라 판타지아’를 노래하니 말 그대로 환상 속에서(Nella fantasia) 주기도문을 노래하는 격이 되었다. 저작권 용어로 1+1 = ‘2차적저작물’을 만든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엔리오 모리코네가 영화 ‘미션’의 음악을 작곡하면서 부분적인 영감을 미국의 작곡가 말롯(Mallotte)의 ‘주기도문’에서 얻은 것 같다. 음악이란 것이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선율과 화음들이 개개인의 심리적 상태와 경험에 따라 서로 다르게 재구성되어 표출되는 현상이다 보니 창조적인 음악도 있겠지만 언젠가 들어본 음악의 선율이나 화음의 진행이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표출되는 경우도 당연히 발생한다.
 
클래식 명곡들을 듣다 보면 선율의 진행이 다른 작곡가의 음악과 잠깐 같아지려다 마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큰 소절의 선율이 똑 같아지는 표절도 어쩌다 발행하게 된다. 대부분 작곡가의 음악적 자존심이 표절을 허락하지 않기에 좋은 느낌의 선율이라도 포기하고 다른 선율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태리의 음악 익살꾼 롯시니도 베에토벤의 음악을 실제로 표절하였는데 주위 사람들이 이를 문제 삼자 ‘걱정 말게 어차피 베에토벤은 지금 귀가 안 들려 들을 수가 없잖아’ 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음악의 거장들은 서로의 음악을 변형시켜 연주하는 전통도 있다. 이를 변주곡이라고 하는데 파가니니는 롯시니의 오페라에서 주제를 빌려와 몇 곡의 변주곡을 만들었고 리스트도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를 피아노 변주곡으로 화려하게 연주한다. 저작권법이 당시에도 있었다면 난리가 날일들이다.
 
사실 아무리 분석해보아도 엔리오 모리꼬네가 말롯의 주기도문을 변주한 흔적은 찾기 힘들다. 다만 화성의 진행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를 표절로 해석해서도 안 된다. 어짜피 세상의 예술은 분석해 보면 대부분 창조적인 재조합이라 할 수 있겠다. 마치 수많은 부품으로 첨단의 우주선을 만드는 것처럼 예술의 속성상 창조적인 재결합은 불가피하게 생긴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다.
 
약식으로 녹음하여 이태리 작곡가 친구에게 들려주니 내가 세계적인 음악의 거장을 상대로 큰 사고를 쳤다고 아주 진지한 농담을 하는 것이었다. 이태리와 미국의 두 거장을 한 곡에 담아낸 것이 내 개인으로서는 정말 고무적인 것이었지만 저작권법이 까다로워져 있기에 이제 나의 편곡을 어떻게 발표할지가 큰 고민거리가 되었다.
 
우리 부부는 당시 지인이었던 주한이태리문화원 원장과 상담하면서 편곡한 곡을 모리꼬네 옹에게 직접 들려주려 이태리로 갈 계획도 세웠었다. 여러 번 모리꼬네의 여비서와 통화도 하고 메일도 주고받는 과정에서 이 편곡이 말롯의 주기도문과 연계되어 있다는 화두가 나오자마자 연락은 그만 두절되고 말았다.
 
한국과 이태리 사이의 저작권 분쟁 사례를 많이 경험했었던 이태리문화원 원장은 예상은 했다는 듯이 내가 처한 상황을 종합해주었는데 들어보니 이해가 갔다.
 
문제는 내가 아니라 말롯(Mallotte)이었다. 두 곡 모두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고, 말롯이 모리꼬네 보다 먼저 주기도문을 발표하였기에, 말롯 측에서 모리꼬네 측에게 유사한 화성 진행에 대한 저작권 소송을 걸 수 있는 근거를 제3자인 내가 알려준 격이 된 것이었다. 모리꼬네 옹이 실제로 의도적인 주기도문 화성 진행을 하였다면 나는 이를 2차적인 편곡으로 세상에 폭로하는 격이 되니 그에게는 원수나 다름없겠다.
 
요즘 유행하는 크로스오버 음악 The Prayer는 Panis Angelicus의 전주가 약간 비슷하고, You raise me up은 아일랜드의 민요인 ‘런던데리의 노래’를 편곡하여 기악곡을 만들고 그 제목을 "Silent Story"로 한 것에 가사를 붙인 노래라고 한다.
 
저작권위원회 관계자의 의견으로는 이러한 경우에 편곡을 못하도록 막을 권리가 원작자에게는 없기에 그냥 2차적저작물로 등록하면 된다고 한다. 부부가 함께 ‘넬라 판타지아’를 편곡하여 부르면서 이왕이면 원작자 모리꼬네 옹에게 찾아가 우리의 편곡을 인정받고 싶어 했던 욕심을 부린 나도 잘 한 것은 아니리라.
 
   
▲ '넬라판타지아 & 주기도문'을 노래하고 있는 팝페라부부 '듀오아임'
 
요즘도 많이 부르고 다니는 나의 편곡 ‘환상의 주기도문(Nella fantasia & Lord’s Prayer).
모리꼬네 옹이 그동안 국내에도 여러 번 공연을 하러 온 적이 있었지만 팔순을 넘긴 거장 모리꼬네 옹을 찾아가 그가 쌓아온 음악적 자존심을 흔드는 마음의 불편을 드리는 것도 예의는 아니리라 생각하여 나는 더 이상 찾아가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얻은 좋은 결과도 있다. 타인의 작품을 노래하기 위해 저작권료를 내고 허락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어져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직접 작곡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 11곡의 자작곡 음반도 발표하였으니 오히려 모리꼬네 옹에게 감사를 드려야겠다.
 
   
▲ 주세페 김동규
*** 김 동규 (예명_ 주세페 김)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
(팝페라테너, 예술감독, 작곡가, 편곡가, 지휘자, 음악칼럼니스트).
국내유일의 팝페라부부로 김 구미(소프라노)와 함께 '듀오아임'이라는 예명으로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www.duoa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