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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연주자의 음악적 특성 살려내는 산조음악

[국악속풀이 132]

[그린경제/얼레빗 = 서한범 교수]  지난 주, 가야금은 오동나무 통속을 파내어 공명통을 만들지만, 산조가야금은 앞면과 뒷면을 따로 만든 다음, 이를 붙여 공명통을 만들어 쓴다는 점, 산조가야금이 보급되면서 기존의 악기를 <정악가야금> <풍류가야금> 또는 <법금>이라고 부른다는 점, 오른손으로 소리를 내고 왼손으로는 다양한 표현을 하게 된다는 점, 사랑방에서 즐기던 악기가 공연환경이 달라져 음량에 관한 문제가 심각해 졌다는 점, 창작 국악곡에서는 새로운 연주법들이 개발되어 선보이고 있으며  음역이나 음량의 증대, 연주기법의 다양성을 위해 18현, 21현, 22현, 25현 등 다현의 가야금들이 제작, 활용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야기 하였다.

이번 주에는 가야금으로 타는 산조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한다.

산조 음악의 발생과 관련된 주장은 여러 가지가 제기되고 있으나, 그 중에서도 판소리의 기악화나 또는 시나위 가락에서 발전된 기악 독주곡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가야금 산조를 연주하는 이민영 연주자

가야금 산조의 명인으로 20세기 전반을 풍미해 왔던 심상건 명인이나 박상근 명인 등에 따르면 “산조는 마음 내키는 대로 타는 헛튼가락, 허드렛 가락, 또는 흐트러진 가락”이라고 했다. 마음 내키는 대로 타는 즉흥성이 강조된 음악이라는 점에는 동의가 되도, 이를 헛튼가락이니, 허드레 가락이니, 또는 흐트러진 가락이라는 표현은 자신들의 음악을 지나치게 하대하는 모양새 같아 적절치 못하다는 생각이다. 산조의 산(散)을 흩어지는 개념으로 풀기보다는 오히려 연주자의 음악세계를 개성 있게 표출해 내는 수준높은 음악이어서 ‘이웃지방으로 널리 널리 확산(擴散)되어 가는 가락’이라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해석을 해야 한다.

하여튼 산조음악은 악기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연주자의 음악세계를 개성 있게 표출해 내는 독주음악인 점은 분명하다. 산조음악의 효시는 19세기 말엽, 가야금으로 타는 산조였고 그 시조는 김창조(金昌祖 1865~1919)로 보고 있으며 이와 동시대의 인물로 한숙구, 심창래, 박팔괘 등도 산조음악의 기초를 다지는 작업에 기여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조 음악은 진양, 중모리, 자진모리로 구성되는 것이 기본 형식이다. 진양은 느리게 시작하는 부분이고, 중모리는 진양보다 조금 빠르게 연주하는 악장이며 자진모리는 잦게 몰아가는, 즉 빠르게 진행되는 악장이다. 악기에 따라 또는 명인이나 유파(流波)에 따라 중모리 다음에 중중모리나 굿거리, 엇모리도 넣고, 자진모리 뒤로 더 빠른 휘모리나 단모리 악장도 첨가하는 등 악장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대체적인 형태는 느리게 시작해서 보통의 속도를 지나 빠르게 마치는 세부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저 유명한 고려시대의 가요, 정읍(井邑)의 만기-중기-급기라든가, 정과정(鄭瓜亭)의 삼기곡(三機曲)에도 보이고 있으며 가곡의 원형으로 보고 있는 대엽조의 세틀형식, 즉 만(慢), 중(中), 삭(數)과 맥을 같이 하는 형식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이러한 3장 형식은 그 본태가 자연 발생적으로 생긴 우리민족 기층의 역량이 응집된 시대성을 지닌 양식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상식적인 이야기이지만, 산조는 처음부터 오늘날과 같은 음악으로 작곡된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는 동안 하나의 형식미를 갖추고 틀이 잡힌 음악이다. 그러니까 무속음악인 시나위나 또는 판소리와 같은 대중의 소리를 바탕으로 해서 장단의 체계를 세우고 형식을 갖추어 기악화한 장르라 할 것이다.

   
▲ 산조를 연주하는 피리(위)와 아쟁

   
▲ 산조를 연주하는 해금(왼쪽)과 태평소

현재에 와서 산조의 연주는 가야금뿐 아니라 거문고, 대금, 해금, 아쟁, 피리, 태평소 등등 선율악기들에 확산되어 연주되고 있다. 반주악기는 장고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나 간혹 소리북을 사용하기도 한다. 악장변화의 구별은 처음 한두 장단의 가락이 기본장단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쉽게 장단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어느 악기의 산조이든 주어진 장단 안에서 연주자의 음악성을 최대한 자유롭게 펼쳐나가는 독주곡 형태의 음악형식이 바로 산조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19세기 말엽 김창조, 한숙구, 심창래, 박팔괘 등이 가야금 산조음악의 기초를 다지는 작업에 참여하였고, 이들의 뒤를 이어 한성기, 최옥삼, 강태홍, 안기옥, 한수동, 정남옥, 박상근, 신관용, 심상건, 정남희, 김죽파, 함동정월, 김병호, 서공철, 유대봉 등 많은 명인들이 가야금의 산조음악을 오늘날까지 전해 주었으며 현재는 이들의 제자들이 가야금 산조 음악을 지켜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