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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은 '노이즈 마케팅'의 귀재?

[편집국에서] 떠밀려 관람하는 사람보는 건 불편하다

[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편집국장]  ‘노이즈마케팅(Noise marketing)’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관심사를 요란스럽게 꾸며 구설수에 오르도록 하거나, 화젯거리를 만들어 사람들의 이목을 현혹시켜 인지도를 늘리는 마케팅 기법을 말한다. 곧 소음이나 잡음을 뜻하는 '노이즈'를 일부러 만들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부추기는 기법인데 주로 텔레비전의 오락 프로그램이나 새로 개봉하는 영화 따위를 홍보할 때 많이 쓴다.”라고 풀이한다.

그런데 간송 전형필 선생이 평생 우리 문화재를 모아 지은 간송미술관이 혹시 요즘 ‘노이즈마케팅’을 쓰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최근 오마이뉴스에는 “간송미술관 간 여고생이 ‘대~박’ 외친 이유”라는 기사가 올랐다.

기사를 보면 기자가 미술관 개장 시간인 오전 10시에 맞춰 30분 전에 도착했지만 간송미술관의 너른 마당을 지나 성북초등학교 언덕길을 거쳐 사거리 버스정류장 너머까지 관람하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이어졌다고 나온다. 정류장 한편엔 A4 용지로 '여기부터 전시장까지 2시간 걸린다'는 알림 문구만 사람들을 맞았고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부터 관람객을 실어 나른 버스는 연신 만원이었다는 이야기로 기사는 시작된다.

   
▲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박물관 '보화각' 설립 70주년 기념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조선시대 서화의 각 시기별 대표작들을 관람하고 있다

여고생이 “대박”을 외칠 만하다. 완전 마케팅의 성공임을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 기사를 계속 읽노라면 한숨이 나온다. “정확히 2시간 14분을 기다린 끝에 1층 전시실에 들어섰다. 관람객의 걸음을 재촉하는 안내원의 ‘밀착하세요. 이동하세요.’ 목소리가 50평 남짓한 전시장에 울려 퍼졌다. 음미하며 감상하는 건 불가능했다.”

한 대학생은 “밀려드는 인파에 제대로 감상도 못하고 쫓기듯 봤어요. 무슨 군대 훈련도 아니고 좋은 음식 앞에 놓고 밀어 넣는 기분이에요. 체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정말 기겁할 문화재 관람이다. 그렇게 문화재를 보아야만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직접적 원인은 한해에 딱 두 번 봄가을 보름동안만 전시하기 때문이다. 그 외 기간은 관계자 외 출입금지란다. 물론 간송미술관은 정말 중요한 문화재들이 많고 봄가을 전시에 짜임새 있게 볼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를 하기에 사람들이 몰려든다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세계 어떤 박물관도 관람객들을 마구 밀어 넣는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의 그 어떤 중요한 전시회도 그렇게 복잡한 적이 없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간송미술관은 자그맣다. 보유한 많은 유물로 감안하면 더욱 작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건물도 오래되고 낡았다. 그런데도 한해에 단 두 번 합해봐야 딱 한 달만 전시하니까 이렇게 관람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꼭 그렇게 해야만 할까? 간송미술관의 운영 능력이 한계에 부딪힌 것은 아닐까? 아니면 운영자들의 오만에서 빚어졌는가? 그것도 아니면 일부러 노이즈마케팅을 한 것인가?

우리는 이렇게 훌륭한 문화재를 수장하고 있으니 보려면 그런 정도의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는 생각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더구나 간송미술관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재인 국보 제70호 ‘훈민정음’도 있다. 간송미술관을 보면서 사람들은 최고의 문화재를 그렇게 허술한 곳에 보관할 수밖에 없는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간송 전형필 선생은 마케팅해서 돈 벌어들이라고 문화재를 사 모으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귀중한 문화재가 나라밖으로 빼돌려지는 것을 온몸을 던져 막은 것은 아닐까? 제발 간송미술관은 그런 이상한 관람정책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