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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산조의 전수방법에 지름길은 따로 없다

[국악속풀이 134]

[그림경제/얼레빗 = 서한범 교수]  지난주 산조 이야기에서는 정악연주와 달리 산조연주는 줄을 흔들거나 누르고, 또는 밀어 올리는 주법으로 인해 매우 적극적이며 자유분방한 음악이라는 이야기, 박자도 처음에는 느리게 시작하나 곧 빨라지기 시작하여 걷잡을 수 없이 휘몰아치며 종지한다는 이야기, 정악 연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고수의 추임새가 터져 나와 흥취가 고조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또 심상건의 산조연주를 듣고 ‘무슨 재미로 평생 이 음악을 연주해 왔는가’하는 질문에 ‘그저 줄 죄고 푸는 맛이라고 대답하여 긴장과 이완의  <한스 릭> 이론과 동일하다는 이야기, 이처럼 죄고 푸는 맛의 표현을 위해서는 농현(弄絃)의 다양성이나, 리듬의 변화, 강약의 다이나믹스 등이 적극적으로 표출되어야 한다는 이야기, 산조음악의 정점에 오르는 길에 요령이나 지름길은 없다는 이야기도 더했다.

그렇다면 산조 연주를 잘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들이 있을까 하는 문제를 짚어보기로 하겠다.

예를 들어 한국의 어느 어린이가 미국으로 입양되어 그 곳의 언어에 익숙하게 되면 모국어인 한국어는 점차 잊게 되고 영어를 더욱 능숙하게 구사할 될 것이다. 반드시 어린이가 아닌 성인이라도 한국 사람이 영어를 잘 하려면 영어를 많이 접하고 사용해야 익숙해 질 것이다. 성공의 비결이 한결같이 그러하듯, 산조음악의 정점에 오르는 길에도 요령이나 지름길은 없을 것이다. 다만 반복하고 또 반복 연습해서 익숙해지는 길이 곧 지름길인 것이다.

   
▲ 전주시림국악단과 혐연하는 이민영 연주자

그러므로 산조의 독특한 맛을 내고 싶어 하는 가야금 연주자라면 남도 특유의 농음(弄音)과 미분음의 기교가 잘 드러나 있는 육자배기라든가 또는 짧은 단가를  배워 시시때때로 듣고 부르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판소리나 시나위의 실연이나 음반자료를 기회 있을 때마다 듣고 또 들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온 몸에 그 음악이 젖어 들도록 노력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산조의 흐름은 악보상에서는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다. 관련음악을 충분히 듣고 구음으로 소리를 내며, 귀와 몸과 마음에 이르기까지 그 음악이 서서히 배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상태에서 가야금이나 또는 어느 악기의 산조를 연주하게 된다면 산조의 맛과 정서를 보다 산조답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법이 바로 하나의 지름길이라 할 것이다.

어떤 이는 현재 가야금 산조를 연주하는 사람은 많지만, 산조를 산조답게 제대로 연주해 내는 사람은 찾아 볼 수가 없다고 하면서 악보를 통하여 산조를 배우기 때문에 그렇다고 못을 박는다.  이처럼 악보를 통한 전수방법은 과연 명인의 음악에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것일까? 의외로 악보의 무용론(無用論)을 주장하거나, 또는 이 주장에 동의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그런가 하면 악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과거의 전수 방법은 구전심수(口傳心授)의 방법이어서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는 측이다. 구전심수라 함은 글자의 뜻 그대로 입으로 전해주고 마음으로 지도한다는 뜻이다. 곧 악보 없이 기악이나 성악, 또는 무형의 기능을 전수받던 과거의 방법이다.

이 방법은 시간이 좀 걸린다는 점을 제외하면 선생의 가락을 충실하게 전수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한 장점을 지니고 있는 방법이다. 지도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동일한 주거 환경 속에서 생활을 함께 한다면 더더욱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음악 속에 내재되어 있는 음악적 요소의 특징들, 예를 들면 농현이나 장식적인 시김새, 장단, 미분음의 처리 등을 극히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으며, 선생의 음악 중 악보로 옮기기 어려운 성음이나 음색을 청각에 의존하기 때문에 익히기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전수자의 암기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지장이 많다. 악보 없이 전수를 받기 때문에 음조직의 체계나 선율선의 흐름, 다양하고 복잡한 리듬 등의 구조(構造)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