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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고법에서 정확이란 능력상의 정확이다

[국악속풀이 136]

[그린경제/얼레빗=서한범 교수]  지난주엔 1950년대 후반, 13살 나이에 장고를 메고 농악단원이 된 소년 악사 김청만이 2013년도에 판소리 고법의 예능보유자가 되어 발표회를 열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의 스승 한일섭 명인은“훗날 판소리가 많이 성하게 되면 고수가 부족하게 될 터이니 지금부터라도 판소리 고법을 제대로 익히라”고 충고하였다는 이야기, 80년대초, 오정숙(吳貞淑) 명창을 시작으로 내로라하는 한국의 명인 명창들이 그의 장단에 소리를 했다는 이야기, <국립국악원>으로 자리를 옮겨온 이후, 판소리뿐 아니라 활동분야가 전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점차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그렇다.
판소리 완창의 붐을 타고 전국의 판소리 명창들이 그를 찾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비단 판소리의 북 반주만이 아니었다. 가야금 산조를 비롯하여 거문고나 대금, 해금 등의 문화재급 연주자들이나 대학의 교수들이 앞 다투어 그에게 장고 반주를 청하기 시작하였으며 민요창이나 무용음악의 공연무대에도 그의 반주는 빠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그의 활동은 점차 확대되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뿐이 아니었다. 음반작업이나, 방송활동, 그리고 후진 양성에도 열성이었다. 그가 반주한 음반이 200여장을 넘고 있기 때문에 국악 FM방송에서는 어떤 음반을 소개하드라도 ‘고수에 김청만’, ‘반주에 김청만’이라는 식의 그의 이름이 자주 소개되는 것이다. 때문에 “왜 맨 날 그 사람 것만 내 주느냐?” 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그는 북과 장고로 민속음악 공연무대를 비롯하여 방송이나 음반,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오며 자연스레 명고수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소리북에 관해서는 별도로 주법을 소개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장고에 쓰이는 주법들을 잠시 소개해 보도록 한다. 원래 장고의 주법은 좌우를 동시에 치는, 즉 오른손과 왼손을 동시에 치는 합장단(雙)이 있고, 다음으로는 오른손(왼손으로도 침)의 채로 치는 채편(鞭), 왼손의  손바닥으로 울리는 궁편(鼓)이 있으며, 채를 굴려주는 채굴림 또는 굴림채(搖)의 4종의 주법이 주로 쓰이는 기본적인 장고의 주법이다.  이를 한 글자로 줄여 문자로 쓰면 쌍편고요(雙鞭鼓搖)라 한다. 또한 쌍편고요를 소리 나는 대로 적어보면 쌍은 떵(혹은 덩), 편은 덕, 고는 쿵(궁), 요는 더러러러로 적는다.

우리가 그를 이 시대 최고의 명고수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를 들어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점들이 거론된다.

첫째는 뭐니 뭐니 해도 그의 장단이 매우 정확하다는 점이라 하겠다. 일반적으로 소리하는 사람은 매우 힘든 역할이고, 북을 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쉬운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은 그렇지 않다. 고수가 힘들고 어렵다고 하는 까닭은 오랜 시간 바닥에 앉아서 북을 친다는 육체적인 조건이 아니다. 바로 정확한 장단으로 소리꾼을 안내해 주어야 하는 전문적인 감각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느리게 진행되는 장단이던, 또는 빠르게 몰아가는 장단이던 간에 속도에 따라 장단을 정확하게 쳐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정확’이라는 의미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판소리에서의 정확은 계산기나 컴퓨터에 의한 수치(數値)상의 정확이라는 개념이 아니다. 창자(唱者)의 넘치고 모자라는 부분까지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상의 정확인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더 뻗어야 할 소리를 미리 끊어 버린다거나, 숨이 다한 소리를 마냥 기다리고 있는 정확은 별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오래전의 일이다. 어느 공연무대에서 박동진 명창을 초대하여 소리판을 벌렸는데, 그의 전속 고수가 그날따라 동행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젊은 고수를 불러 북을 치게 했는데 30~40분 예정되었던 소리판은 10분도 못가 끝나버렸다. 그 까닭은 호흡이 맞지 않았기 때문에 도저히 소리를 부를 수 없어서 명창이 무대를 내려와 버린 것이다. 장단의 정확이란 반드시 수치상의 정확이 아님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