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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흙탕물 사태, 문화재청 정신 차려야

[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편집국장]  며칠 전 연합뉴스에는 문화재 수리기능자 등록증 대여 장사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서울 용산경찰서가 돈을 받고 문화재 기술자 자격증을 대여한 혐의로 홍모(58) 단청장 등 문화재 수리기술자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힌 것이다. 홍 씨는 숭례문 복원 공사 때 단청공사를 맡았던 중요무형문화재여서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다. 

숭례문은 일제강점기부터 수난을 당하더니 몇 년 전에는 불이 나 잿더미로 변했고, 새로 복원했다던 것이 여러 가지 부실공사 의혹으로 입방아에 올랐는데 이번엔 복원공사에 참여했다는 단청장이 자격증을 빌려줬다는 게 드러나 숭례문을 더욱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다. 어찌 무형문화재란 사람이 돈을 받고 자격증을 빌려준단 말인가?  

문화재(文化財)”를 말광(사전)에서 찾아보면 문화의 소산으로 역사상· 예술상 가치가 높은 유형 문화재·무형 문화재 등의 총칭이라고 풀이한다. 이 문화재 가운데 형태가 없는 무형의 문화재 곧 사람이 가진 기술이나 재능에 인정하는 것이 무형문화재다. “역사상 예술적 가치가 높다에 대해 그 분야에 정통한 문화재위원들이 심사, 인정하면 문화재청은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지정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투명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무형문화재 후보자와 그 주변 사람들의 욕심이 똬리를 틀고 있는 까닭이 아닐까? 

   
▲ 흙탕물을 뒤집어쓴 무형문화재가 아닌 기본적인 덕망을 갖춘 무형문화재여야만 한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무형문화재는 오랫동안 전통문화 한 분야를 섭렵하여 신의 경지에 버금간다는 인정을 받은 이들이다. 그렇게 오로지 한길로 사심 없이 정진했다면 인간적인 욕심이 생겨서는 안 되고 신의 경지에 다다르면 있었던 인간적인 욕심마저도 버려야만 마땅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도 끊임없이 무형문화재 보유자를 둘러싸고 흙탕물은 튀고 있다. 

물론 보유자들도 사람이다. 완벽한 성인군자를 요구해서도 안 된다. 다만 최소한의 인간적인 이름다움은 가지고 있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한 예로 십여 년 전 새로 지정된 무형문화재는 무형문화재가 될 만한 사람이 아니라 배경과 돈으로 되었다는 의혹이 나온 적이 있었다. 나는 당시 두 사람의 인간적인 면에 큰 흠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또 다른 사람에 대한 욕을 마구 해대거나 기본적인 예의범절이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이 시대 최고의 예인으로 불렸던 한 명인이 심사과정에서 돈을 받았던 것으로 보유자 자격을 박탈당한 일도 생겼다. 그때 사람들은 아쉬워했다. 심사과정에서 돈을 받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누구나 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재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생각이 조금 달랐다. 설령 그런 행위가 흔히 있는 일이라 하더라도 뇌물일 수밖에 없는 돈을 받은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되기 어렵기도 하려니와 그 명인이 얼마나 인간적인 매력이 없었으면 그게 보통의 다른 사람들과 달리 두드려져 보였단 말인가? 무언가 사람들에게 원한을 산일은 없었을까? 

또 한 경우는 여러 명의 문화재 후보자를 놓고 심사를 했는데 스타성은 뛰어나지만 전승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던 사람이 점수가 가장 높았다. 문화재 후보로 가장 큰 조건 가운데 하나가 후대에 전승 여부이고 스타성은 따지 않는 것 아니던가? 이에 다른 후보들이 문화재청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보유자를 결정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여졌다.  

또 지난해 가을에는 일본 기법 쓴 사람이 학맥 덕분에 무형문화재가 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시끄럽기도 했다. 분명히 우리 전통의 옻칠 기법이 있는데도 일본 기법을 쓰는 사람이 대부분 아무개대학 선후배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의 뒷배 덕에 무형문화재가 됐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사태들은 문화재를 관장하는 문화재청에 큰 문제가 있다고 문화계 인사들은 입을 모은다. 예전부터 이런 문제는 늘 제기되어 왔지만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문화재청이다. 문화재 관리는 우리 문화의 미래를 가늠해줄 중요한 일임에도 뒷짐 지고 있거나 아니면 부채질하는 꼴을 우리는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자원도 없고 땅덩어리도 작은 나라다. 따라서 문화만이 우리나라를 세상에 당당하게 하는 최고의 자원일 것이다. 그러기에 문화재 정책은 어쩌면 나라의 가장 큰 일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 생각한다. 문화재청은 하루빨리 정신 차려 분명한 문화재 정책을 생산하고, 문화재 보유자들이나 후보자들 또한 국민에게 존경받은 그야말로 인간문화재다운 인격을 갖추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