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이윤옥 기자] 남의 귀한 정자를 뜯어다 자신의 정원을 꾸미는 일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런데 여기 실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일본 이와쿠니시가 바로 고양시에서 훔쳐간 정자로 정원을 꾸며 놓은 것이다.
경기도 고양시 고양동 고양초등학교 앞에는 "벽제관 육각정 터"라는 안내판이 서있다. 벽제관 육각정이란 고양시 벽제관터(사적 제144호)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부속정자다. 벽제관 터는 이 안내판으로 부터 십여미터 쯤 거리에 있으며 예전에 중국 사신들이 한양에 들어 오기 전에 머물던 요즘으로 치면 영빈관 같은 곳이다.
▲ 벽제관 터 앞 10여미터 쯤에 육각정이 있던 자리에 고양시에서 안내판을 세워두었다.
이 유서 깊은 곳에 있던 육각정은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인 1918년 제2대 조선총독 하세가와가 일본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 모미지타니공원으로 떼어가 버렸다.
▲ 벽제관 육각정을 몰래 뜯어다 보란듯이 일본 이와쿠니시 모미지타니공원에 세운 모습
하세가와는 임진왜란 당시 왜의 승리를 거둔 벽제관터를 전승지로 삼아, 일본의 깃가와 장군 묘역에 어울릴 정자인 ‘벽제관 육각정’을 비밀리에 해체하여 일본으로 훔쳐가버린 것이다. 이에 고양시(시장 최 성)에서는 이와쿠니시에 지속적으로 벽제관 육각정 환수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3년 5월 9일에는 고양시 덕양구청 대회의실에서 "벽제관 육각정 환수의 의미와 전략 학술세미나"가 열렸으며 육각정 환수를 위해 일본 이와쿠니시를 방문해 무라타 히로시 산업진흥부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육각정 환수를 위한 논의를 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펼친바 있다.
![]() |
||
▲ 고양시의 벽제관 육각정 환수 추진 방문단이 2013년 10월 21일 이와쿠니시를 방문하여 협의하는 모습(고양시 사진 제공) |
뿐만아니라 2014년 2월 18일에도 고양시 문화관광해설사들이 일본 이와쿠니시에서 벽제관 육각정의 조기 반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고양시 소속 문화관광해설사 13명으로 구성된 방문단은 18일 일본 이와쿠니시의 육각정 현장을 찾아 반환을 요구하는 펼침막과 피켓을 들고 육각정의 즉각적인 반환을 촉구했다.
고양시 문화관광해설사들은 벽제관 육각정 환수 범시민운동의 한고리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방문단을 구성해 육각정을 찾았다.
최근 일본 정치권의 독도 영유권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망언이 잇달아 보도되고 이와쿠니시의 육각정의 반환에 대한 무성의한 태도에 방문단은 실망감을 보이며 보다 강도 높은 목소리로 ‘벽제관 육각정 환수’를 요구했다.
▲ 예전에 중국 사신들이 머물던 벽제관터에는 주춧돌만 뒹굴고 있고 그 앞에 육각정은 일본이 뜯어간 상태다.
한편 시는 2012년 6월 일본 현지를 방문해 육각정 보존 실태를 조사한 이래 범시민 서명운동, 벽제관 육각정 기초조사 용역, 환수 전략 세미나 등을 통한 벽제관 육각정 환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부시장을 단장으로 협의단을 구성해 일본 이와쿠니시에 방문, 환수협의를 진행하며 ‘벽제관 육각정 환수를 촉구’하는 최성 시장의 친서를 전달하였으며, 고양시의회는 지난해 3월 ‘벽제관 육각정 반환촉구 결의안’을 채택해 육각정 환수사업에 힘을 실어 주었다.
또한 같은 해 10월에는 고양시 교육문화국장을 단장으로 한 방문단을 파견, 이와쿠니시 관련 실무자들과 환수문제를 협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 이와쿠니시는 아직 어떠한 공식 답변도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