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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국악극으로 꾸민 평안도 항두계놀이

[국악속풀이 153]

[그린경제/얼레빗 = 서한범 명예교수]  지난 주 속풀이에서는 현재 서울시 송서 율창의 예능보유자로 활동하고 있는 유창 씨의 소리극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은 <봉이 김선달>, <능소전>, <맹인굿과 춘양전>, <한강수야> 등이며 대부분이 전통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문화콘텐츠의 개발에 기여하였다는 이야기, 그는 박태여, 황용주를 거쳐 묵계월 문하에서 송서 및 12좌창을 배웠고, 2009년에는 송서 율창으로 서울시 예능보유자로 인정받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스승 묵계월 명창은 “경기소리의 맛을 살려내는 시원스런 창법의 소유자로 내 뒤를 이어가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는 유능한 소리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이야기, 경기소리극의 확대 발전을 위해 남다른 열정을 보여 주었던 유 명창이 지금은 송서 율창의 보급과 확산을 위해 소리극의 제작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속풀이 153>에서는 이북 5도청 평안남도의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항두계놀이. 원래는 향두계이나 평안도 지방의 사투리로 항두계라 부르고 있다. 이 놀이를 국악극으로 꾸며 무대화 한 유지숙의 소리극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 항두계놀이의 한 장면,, 흥겨운 놀이와 맛깔스러운 서도소리가 일품이었다.

유지숙은 앞에서 추풍감별곡, 일명 채봉전에서도 소개한 바 있으나 이번에는 주로 항두계놀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국악극으로 꾸민 평안도의 항두계놀이는 지난해 충북 단양에서 개최되었던 2013년 전국민속경연대회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수상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작품이다. 그만큼 놀이성격의 작품성이나 역사성, 참가자들의 열의가 돋보인 연희, 연출, 음악, 예술성 등을 인정받았던 것이다.

평안도에 전해오는 항두계놀이의 역사는 농촌 마을의 공동체 조직이었던 계(契) 역사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그 시작은 매우 오래전부터 행해졌던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두레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벼농사와 관계가 깊다는 점에서 농사와 관련된 조직이다.

평안도 지역은 천수답지역이 많아 논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러한 지역적 환경이 곧 노동을 위한 공동체로서의 어떤 조직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 조직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관련 연희들을 대거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그 놀이 속에는 당연히 농요가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일반 유희요를 덧보탠다든가, 남녀노소가 함께 춤을 추고, 우스게 소리와 재담 등을 포함하여 마을굿의 일종인 마을 공동체의 놀이형식화 된 것으로 보인다.

1950년 6.25전쟁 때 월남한 서도 명창 김정연과 오복녀는 고향 평안도 지방에서 김칠성을 비롯한 마을 원로들로부터 전수받았던 항두계놀이를 서울의 제자들에게 전승시켜 1966년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그 이름이 알려진 이후에도 놀이형식으로 간간히 공연은 되었으나, 음악극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오복녀의 제자 유지숙 명창이 이야기를 보완하고 노래와 춤, 연기 등을 확대해서 국악극으로 꾸민 최근의 일이 될 것이다.

항두계놀이는 연희내용으로 보아 농민들이 영위해 나가는 농촌의 일, 즉 농사일이 중심이 되고 있으며 연희 짜임새도 소리를 중심으로 하면서 춤과 연기, 해학 등이 함께 어우러지는 일종의 가무(歌舞)악극(樂劇)인 셈이다.
 

   
▲ 항두계놀이의 한 장면, 출연자가 무대와 객석을 오가며 관객의 호응을 끌어냈다.

 

이 소리극에는 농요를 비롯하여 토속민요나 통속민요, 대중화된 민요들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 노래들은 서도소리의 창법, 즉 수심가 토리로 부른다는 점에서 경기소리제와는 느낌이 다르다. 특히 떠는 소리의 표현이 다르다.

이를 전문 용어로는 요성(搖聲)이라 부르는데, 요성은 아무 곳이나 자기가 넣고 싶은 곳에서 소리를 떠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위치나 자리가 있다. 살짝 전문적으로 설명하면 일반적으로 기본음에서 5도 위의 음을 요성하게 되는데, 그 요성의 형태는 경기소리나 남도 소리의 요성과는 다른, 즉 처음은 폭이 좁게 조용히 떨다가 점차 격하게 밀어 올리며 떨어주는 형태이다. 서도민요의 떠는 소리는 목을 조이면서 떤다고 해서 이를 졸름목, 혹은 조름목을 쓸 줄 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떠는 소리 이외에도 가성(假聲)이라 하여 속소리(속청)를 많이 쓰고, 가끔은 비성(鼻聲)이라 콧소리 등도 자연스럽게 구사하여야 하며 들청이라고 하는 높게 질러내는 소리의 표현 등이 쉽지 않다. 서도소리의 장단은 주로 도드리, 굿거리, 세마치 등이 많은 편이고, 처음에는 천천히 길게 시작하여 서서히 빠르게 이어지다가 뒷부분에 가서는 더 빠르게 진행되는 특징을 갖는다.

서도소리의 음색은 한 맺힌 탄식과 애절함, 푸념과 넋두리가 배여 있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지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남성스러운 호방함과 장중함 그리고 기백이 꿋꿋함이 배여 있는 호령조의 소리 맛이 풍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소리극에서 중요한 요소는 극 중 출연자들이 평안도 지역의 방언을 원래의 사투리 그대로 구사해야 되고 이를 서도소리의 선율위에 얹어야 된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언어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혀야 자연스럽다. 그러나 북쪽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익힌다고 하는 문제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인데, 남쪽의 소리꾼들에게 있어 서도 지방의 발음이나 억양, 악센트 등 대사의 처리는 매우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서도 소리극을 제작하고 무대화하는 과정은 이중 삼중의 어려움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다.

항두계놀이를 통해 전통 두레문화 속에 간직된 공동체 정신을 오늘에 살려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사라져 버린 공동체 삶의 협동정신이나 타인과의 상부상조 정신을 되찾기 위해서도 항두계놀이가 주는 메시지를 오늘의 우리가 다시금 확인해야 될 시점이라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