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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와 “파이팅”을 마구 쓰는 품위 없는 말글살이

[편집국에서]

[그린경제/얼레빗 = 김영조 편집국장]  KBS “진품명품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서 출연자들이 너무라는 말을 마구잡이로 쓰고 있음에 신경이 쓰였다. “너무 예뻐요.”라고 말이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말글살이의 표본이 되어야할 아나운서도 너무 앙증맞죠?”라고 하는 게 아닌가?  


말글은 쓰는 사람의 품격을 말해준다. 시정잡배가 쓰는 말을 한다든지, 욕설을 섞어 말을 한다든지 하면 어찌 그 사람을 교양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연예인들이야 잘 몰라서 그런다 치더라도 세상 사람들의 말글살이를 이끌어야할 아나운서가 그렇게 말을 아무렇게나 한 대서야 어디 될 법이나 한가? 


   

▲ 긍정적인 말에는 "너무"가 아니라 "정말, 매우, 아주" 같은 긍적적인 말들을 써야 한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너무라는 말을 말광(사전)에서 찾아보자. “너무 : 어찌씨(부사)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라고 되어 있다. 예문으로는 할 일이 많다”, “걱정하지 마라”, “장소가 멀다.”라고 쓴다. 다시 말하면 부정적인 의미가 들어 있는 말이다. 그렇다면 예쁘다, 앙증맞다 따위 긍정적인 말 앞에 어찌씨 너무를 쓰면 그 말뜻은 예쁘고 앙증맞아서 좋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너 오랜만에 보니까 너무 예뻐졌다.”라고 하면 결국 예뻐져서 안 좋다.”라는 뜻이 되어 비아냥거리는 말로 들릴 수 있다. 물론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들어라.”라면 할 말이 없지만 어쨌든 너무라는 말을 함부로 써서는 될 일이 아니다. 


여기서 우리가 자주 쓰는 말 가운데 파이팅이란 말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파이팅(fighting)”이란 말은 본래 영어권 사람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출처가 모호한 가짜 영어다. ‘파이팅은 호전적인 뜻으로 싸우자’ '맞장 뜨자는 정도의 뜻일 뿐이며, ‘어려움을 무릅쓰고 계속하자!’를 나타내는 말은 '키프 잇 업’(keep it up)이라고 해야 한다. 더러는 이 말을 '화이팅이라고 소리내기도 하는데, 이것은 외래어 표기법에 어긋나며, 얼큰한 대구탕을 끓이는 대구’(whiting)를 가리키는 말이다. 


   

▲ "파이팅"은 "맞장뜨자"라는 천박한 말, "힘내자" 같은 말이 좋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무데서나 아무 때나 파이팅을 남발한다. 원래 우리 겨레는 그런 상소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따라서 품격 있는 말글살이를 하려면 파이팅이란 엉터리 말 대신 얼씨구!, 힘내자!, 영차!, 아자아자, 아리아리들을 써야만 한다.  


예전 어떤 이는 “~같아요란 말을 쓰지 말자고 했더니 겸양어로 봐줄 수 없느냐고 했다. 하지만 그런 엉터리 말을 자꾸만 써서 우리말이 혼란스러운 상태가 되는 것은 절대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닐 터이다. 12년에서 16년이나 국어공부를 하고도 이렇게 기초적인 우리말도 엉터리로 쓴다면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힘내자'는 말조차 자기 나라 말로 표현할 줄 모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 날 때 우리말글은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