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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안산 단원고등학교와 단원 김홍도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12]

[그린경제/얼레빗 = 양승국 변호사]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제주로 수학여행 가던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 너무 많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채 피어나지도 못한 어린 학생들이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선실에서 몸부림치다 숨지고, 용케 공기 주머니(에어 포켓) 속에 들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서서히 사라져가는 산소로 점점 숨이 막혀올 뿐만 아니라, 마실 물이 없어 타는 목마름 속에 죽어갔을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려옵니다. 또한 학생들이 선실에서 탈출하겠다고 꽉 닫힌 문을 열려고 젖 먹던 힘까지 다하다 보니, 하나 같이 손가락이 골절되고 피부가 닳아 없어졌다는 뉴스를 볼 때에는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단원고등학교의 단원이 무슨 뜻인지를 아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단원고등학교는 안산시 단원구에 있기 때문에 단원고등학교라고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단원이 바로 조선의 천재 화가 김홍도의 호 檀園’, 바로 그 단원입니다. 이러면 언뜻 단원 김홍도가 안산시 단원구에서 태어났겠구나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단원의 출생지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 단원 김홍도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 종이에 수묵담채, 164x76cm

다만 단원의 스승 표암 강세황이 단원에 대해 쓴 글에서 단원이 어렸을 적부터 나의 집에 다녔다거나 단원은 젖니를 갈 때부터 나의 집에 드나들었다고 한 것으로 보아, 설사 다른 곳에서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7,8세 어린 시절부터는 단원도 표암이 거주하던 안산에서 살며 표암에게 미술 수업을 받은 것은 확실하다 할 것입니다. 그래서 안산시에서는 이에 근거하여 2002년 단원구를 열 때 구의 이름도 단원구로 하였고, 또 해마다 단원 미술제도 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 봄에는 단원미술관도 개관하였는데, 다만 단원미술관은 단원구가 아닌 상록구에 자리를 잡았네요.  

! 상록구는 왜 상록구라고 하는지는 아시겠지요? 심훈의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인 최용신 선생의 무덤이 상록구에 있지요. 그래서 상록구에는 아예 상록수역이라는 전철역도 있지 않습니까? 단원미술관을 세운 것과 마찬가지로 상록구의 상록수 공원에는 최용신 기념관이 있습니다. ‘상록수역이라고 하니까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이 있네요. ‘김유정역’ - 일제강점기 때 요절한 소설가 김유정 선생의 고향인 춘천시 신동면 증리의 실레마을에 경춘선의 신남역이 있었는데, 2004년에 역 이름을 아예 '김유정역으로 바꾸었지요

단원 김홍도라고 하면 먼저 풍속화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도 학교 다닐 때 단원의 풍속화만 보고 배웠기에 한때는 풍속화가로만 생각한 적이 있었지요. 그러나 단원은 각종 장르의 그림에 모두 뛰어난 천재 화가였습니다. 스승인 표암은 단원에 대해 평하면서 무소불능의 신필(神筆)’이라거나 우리나라 4백 년 역사상 파천황적 솜씨라고 극찬하였답니다.  

우리나라 옛 화가들이 그린 그림 중에 국보로 지정된 것들이 있지요? 국보 135호 혜원 신윤복 풍속화첩, 180호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216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217호 마찬가지로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 240호 윤두서 자화상... 단원 김홍도의 그림도 국보로 지정된 것이 있습니다.  

   
▲ 단원 김홍도 국보 제139호 <군선도 8첩병풍>, 삼성리윰미술관, 그림 크기가 575.8cm x 132.8cm로 대작이다.

바로 서왕모(西王母) 집에 초대되어 가는 여러 신선들을 그린 국보 139호 군선도(群仙圖)입니다. 단원이 30대 때에 중국의 신선화를 참조하여 그린 것이지요. 우리에게 알려진 많은 단원의 그림들을 제치고 군선도가 국보로 지정된 것이 좀 의외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전에 리움 미술관에서 대작 군선도(575.8cm x 132.8cm)의 진본을 보면서 과연 국보로 지정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암 송시열을 소개할 때 많이 나오는 송시열 초상도 국보 239호로 지정되어 있지만, 송시열의 초상은 누가 그린 것인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국보로 지정되어야 하는데 국보 지정에 빠진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무슨 그림인지 짐작하시겠지요? 안견의 몽유도원도입니다. 몽유도원도가 국내에 있다면 당연히 국보로 지정되었을 텐데, 이 그림을 일본 덴리(天理)대학이 소장하고 있어서 애통하게도 우리의 국보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보로 지정된 그림 얘기를 하다 보니 국보 238호로 지정된 안평대군의 글씨인 소원화개첩이 또 생각납니다. 소원화개첩을 얘기하는 이유는 이 서첩이 20011월 초 도난당하여 아직까지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당시 소장자이던 동방화랑의 서정철씨가 며칠 집을 비운 사이에 도둑놈이 들어와 훔쳐갔다는데,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도둑놈이나 혹시 이 서첩을 구입한 장물아비나 이 서첩이 국보인 것을 알고는 감히 처분을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아니면 누군가 이를 은밀하게 구입한 소장자가 얘기도 못하고 숨어서 혼자만 감상하고 있는지도요. 14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나타나고 있지 않는 소원화개첩이 그나마 몽유도원도처럼 외국으로 빠져나가지나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 안견의 몽유도원도, 일본 텐리대학 소장

   
▲ 안평대군의 글씨 소원화개첩 (小苑花開帖), 국보 제238호이나 도둑맞은 이후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
다시 단원 김홍도로 돌아와서, 단원의 그림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것들이 많지만 - 그중에는 그림이 너무 좋아 사본을 제 사무실에 걸어놓고 늘 바라다보는 주상관매도(舟上觀梅圖)도 있지요  

다 생략하고 한 가지만 말하지요. 바로 단원의 춘화도입니다. 하하! 단원 같은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가 춘화도를 그렸다고 하니까 실망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혜원 신윤복도 춘화도를 그렸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대화가 피카소도 춘화도를 그렸습니다. 사실 저도 2000년에 광주 비엔날레에서 단원의 춘화도를 보고는 좀 놀라긴 놀랐었지요.  

단원고등학교 이름 유래에 대해 얘기를 한다는 것이 얘기가 너무 많이 흘러나왔네요. 끝으로 김홍도가 명나라 화가 이유방의 호를 따라 자신의 호를 단원이라 짓고 스승 표암에게 기문을 써달라고 부탁했을 때, 표암이 써준 글을 인용 - 유홍준의 <화인열전 2>에서 재인용 - 하며 제 글을 마치겠습니다.  

마침내 스스로 단원이라 호를 짓고 나에게 이에 대한 글을 지어주기를 부탁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단원은 명나라 이유방의 호다. 그대가 그것을 따서 자기 호를 삼은 것은 그 뜻이 어디에 있는가? 그가 문사로서 고상하고 맑으며 그림이 기묘하고 아취 있는 것을 사모한 데 있을 것이다. 

이제 단원의 인품을 보면 얼굴이 청수하고 정신이 깨끗하여 보는 사람들은 모두 고상하고 세속을 초월하여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성품 또한 거문고와 피리의 청아한 음악을 좋아하여 꽃 피고 달 밝은 밤이면 간혹 두어 곡조를 연주하며 스스로 즐긴다. 그의 기예가 옛 사람을 따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풍채가 헌출하고 우뚝하여 진나라, 송나라의 고상한 인물 가운데서나 이와 같은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니, 이유방 같은 사람에게 견준다면 벌써 그보다 훨씬 나을지언정 그만 못한 것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