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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춘천 우두산과 일본 신화 사이엔 어떤 관계가?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13]

[그린경제/얼레빗 = 양승국 변호사]  춘천에 가면 바로 소양강 강가에 우두산(牛頭山)이라고 있습니다. 춘천 사시는 분들이야 잘 아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지난번에 춘천 갔다가 우두산에 들렀습니다. 우두산에 들렀다고 하니까 등산했구나 생각하시겠지요? 후후! 겨우 134m 밖에 안 되는 산인데다가, 꼭대기 충렬탑까지 난 길로 차로 꼭대기까지 올라갔습니다. 

제가 그런 산을 갔다는 것은 우두산에 뭔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있다는 것이지요. 전에 한림대 전신재 교수의 <춘천 우두산 전설과 신화적 성격> 논문을 읽고 흥미를 느꼈는데, 마침 춘천을 가게 되어 우두산에도 들른 것입니다. 우두산(牛頭山) - 소머리산이라... 산 이름이 재미있네요 

   
▲ 우두산 위성 지도

그런데 소머리는 산의 이름일 뿐만 아니라 춘천의 옛 이름이기도 합니다. ‘춘천이란 이름은 1413(태종 13)에 처음 사용된 것이고, 그전에는 춘주, 광해, 수주 등 다양하게 불렸습니다. 그중에서 제일 오래된 이름은 637년에 사용된 것이 보이는 우수/우두입니다. 우수(牛首)나 우두(牛頭)나 둘 다 소머리를 말하는 것이므로, 원래 이름은 소머리인데 이를 한자로 표기하려다보니 우수/우두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우두산에는 솟을뫼 전설이 있습니다. 우두산에 무덤이 있는데, 무덤을 파헤쳐도 하룻밤만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무덤 주인이 누구냐에 대해서는 중국 임금이니 일본 왕자 무덤이니 비둘기 부부의 무덤이니 하여 여러 설이 있구요. 전 교수님은 산꼭대기에 묘를 쓰는 경우가 없고, 파헤친 무덤에 오래된 기와가 나왔다는 전설도 있는 것으로 보아, 또한 804년 우두주 난산현에서 엎어진 돌이 일어났다는 삼국유사의 기록 등을 참작하여 이를 무덤으로 보지 않고 천신을 모시는 제단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솟을''솟아오른다'로 해마다 만물이 새롭게 솟아오르는 정화(淨化)와 재생(再生)의 체험을 우두산에서의 제의(祭儀)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마 춘천에 처음 등장하는 맥국이 소머리산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지 않았을까요? 전 교수님은 소머리산에서의 제의가 없어지고 이런 제의 사실이 입으로 전해 내려오면서, 소머리산의 제의 전승이 부분 부분 탈락하며 몇 개의 모티프만 남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그러니까 위의 여러 전설도 솟을뫼를 산으로 보지 않고 무덤으로 변형시킨 것이겠군요. 

   
▲ 우두산에서 내려다본 전경

그런데 전 교수님은 하야만세(河野萬世)가 춘천풍토기(1935)에서 일본 신화에 나오는 소잔오존(素盞嗚尊, 스사노오노미코토)이 고천원에서 추방당하여 잠시 머물던 곳이 바로 이 우두산이라고 주장하였다고 합니다. ! 이를 설명하기 위해선 우선 일본의 고사기와 일본서기에 나오는 일본 신화부터 간략하게 말씀드려야겠군요. 

소잔오존은 지금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인 천조대신(天照大神, 아마데라스오오미카미)의 남동생으로, 남매는 천상세계 고천원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매의 사이가 안 좋았던 모양입니다. 고천원의 질서를 어지럽히던 소잔오존은 결국 고천원에서 추방됩니다. 소잔오존은 아들 오십맹명(五十猛命, 이다케루노미코토)과 함께 신라의 소시모리(會尸茂梨)로 내려옵니다. 그러나 소잔오존은 소시모리에 정착하지 못하고 배를 만들어 타고 동쪽으로 항해하여 출운국(出雲國, 이즈모국)으로 건너간다는 것이지요. 

소시모리의 이두식 표기가 '소머리'이랍니다. 그래서 하야만세는 소시모리의 '소머리'와 소머리산(우두산)'소머리'가 같은 것에 착안하여 소잔오존이 고천원에서 추방당하여 간 곳이 이곳 우두산이라고 주장한 것이지요. 재미있는 주장이군요. 그런데 우두산은 춘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합천에도 있습니다. 그리고 신라의 소시모리라고 했으니까 신라에서 멀리 떨어진 춘천의 우두산 보다는 합천의 우두산이 고사기에 나오는 소시모리에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또한 고사기에 나오는 고천원에 대해서, 이종항 교수는 소잔오존이 추방된 고천원(高天原, 다카마노하라)다카마(高天)’다카마(高靈)’에서 온 말이고, ''는 일본어의 토씨 '', 하라()는 장소를 뜻하는 것으로 고천원은 고령을 말한다고 합니다. 이경희 전 가야대 총장과 일본의 마부치 가즈오 교수도 고천원(高天原, 다카마노하라)이란 경남 고령을 말하고, 소시모리는 합천의 우두산을 말한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도 ()’에는 들, 벌판이란 뜻이 있는데, 고사기에도 산 속 분지라는 내용이 나온다고 하므로 고령을 고천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고, 그렇게 본다면 소시모리는 춘천 우두산이 아닌 합천 우두산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더구나 고사기에 의하면 아마데라스오오미카미(天照大神)는 손자인 니니기노미코토(일본의 개국 신)가 고천원을 떠날 때 구리거울(銅鏡), 쇠칼, 굽은 옥(曲玉)의 세 가지 신기(神器)를 주면서 일본은 나의 자손이 대대로 왕이 될 것이니 가서 잘 다스려라고 했다는데, 이 세 가지 물품은 대가야의 옛 무덤을 발굴하기만 하면 나오던 것들입니다 

   
▲ 스사노오노미코토 이야기가 나오는 일본서기(서기720년)

그러니까 고령의 대가야인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한 것이 일본 고사기에 이런 전설로 남아 있는 것인데, 하야만세는 춘천풍토기를 내면서 춘천의 우두산을 고사기에 나오는 소시모리로 착각한 것으로 보이는군요. 

전설 시대에 일본에는 미개한 아이누족이나 조오몬인 밖에 없었으므로 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도래인(渡來人) - 일본에 문화를 전파하고 나라를 세운 것이 문화 흐름상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제일 먼저 철기 문화를 발달시킨 가야인들이 먼저 일본으로 건너갔기에 고사기에 이런 전설이 나와 있는 것이구요.  

그런데 고사기에선 남매의 사이가 안 좋아 소잔오존이 추방당한 것으로 나오는데, 가야에는 대가야 외에도 금관가야를 비롯한 6 가야가 있었으니까, 이 또한 이런 가야국들 사이의 암투가 신화에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하! 춘천의 우두산이 얘기를 여기까지 끌어오게 하였네요.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전 교수님은 '소시모리'라는 지명은 만주에도 있답니다. 송화강 유역의 만주 동부 지방에 소시모리(素尸毛梨)가 있는데, 이곳을 지금은 우수(牛首)라고 부른다는 것이지요. 만주의 소시모리, 춘천의 솟을 뫼, 소머리, 합천의 소머리... 아무래도 이런 지명이 우연히 비슷해졌다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요? 

여기서 김운회 교수의 대쥬신을 찾아서가 생각나는군요. 김 교수는 쥬신이나 조선, 숙신 등이 다 같은 말이라며, 만주쥬신이 - 중심은 부여 - 한반도로 들어와 반도쥬신, 그리고 다시 반도쥬신이 일본 열도로 건너가 열도쥬신이 되었다고 합니다. 김교수는 이에 더하여 몽골쥬신도 얘기하면서 모두가 크게 보면 한 뿌리에서 출발한 동족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을 기마민족이라고 하고, 또 우리 민족의 원류가 바이칼호에서 출발하였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바이칼호를 떠난 기마민족이 만주를 거쳐 한반도로 들어오고 일본열도로 건너갔다는 것 아닌가요? (김운회 교수는 만주쥬신이 어떻게 해서 반도로 들어오고, 또 일본 열도로 건너가게 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논증하고 있는데, 여기서 그런 것까지 얘기하면 너무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 이는 생략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만주쥬신이 만주 소시모리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면서 만주에 소시모리라는 지명을 남긴 것이고, 만주쥬신이 한반도로 들어와 그 일파가 춘천에 맥국을 세우면서 여기에 또 솟을 뫼 우두산을 남기고, 또 그 일파가 남쪽으로 내려가 가야를 세우면서 합천에 또 소시모리 우두산을 남긴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야의 반도쥬신이 일본열도로 건너가 자기들이 떠나온 가야의 기억을 고사기에 신화로 남기고... 가야인들은 일본으로 건너가서도 소시모리의 흔적을 남깁니다. 고사기에는 소호리신이라고 하여 한국신이 등장하고, 하늘에서 천손이 지상으로 내려왔다는 다카치호 봉우리에 소호리란 이름을 남기고 있답니다. 

제 생각에 소시모리의 정확한 표현은 우두산 전설에서처럼 뫼가 솟는다는 '솟을뫼'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호리''솟는다'는 뜻을 갖고 있는 것 같구요. 그럼 왜 뫼()가 솟는다는 이름을 남겼을까요?  

김교수는 '쥬신(조선)'의 뜻을 '태양의 나라', '황금의 산' 등으로 추정합니다. 조선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하지 않습니까? 아침이면 태양이 솟아오릅니다. 우리 민족은 아침마다 솟아오르는 해를 보면서 생명의 경이로움과 재생의 기쁨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리고 솟아오르는 그 경이로움은 숭배가 되어 뫼()에 올라 하늘에 제사를 지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제사를 지내는 산을 '솟을 뫼'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솟을 뫼'는 조선(쥬신)과도 연결이 됩니다. 삼국유사에는 단군이 아사달에 도읍을 정하였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병도 선생은 아사달은 '아사 + ''아사'는 아침이고, ''은 산이나 땅을 말한다고 합니다. 김 교수는 이런 아사달이 한자로 표기되면서 조선(朝鮮)이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더 나아가 배달민족의 '배달''밝달'이 배달이 된 것으로 보고 있더군요. ''은 요즈음 '양달', '응달', '달구벌(대구)'에도 남아 있지요. 그러니까 우리 민족은 태양이 떠오르는 아침의 산을 보면서 '솟을 뫼', '조선(쥬신)', '밝은 산(밝달, 배달)'이라는 말을 남긴 것이군요.  

'아사''아침'의 고대어로 이는 일본말 '아사'에 남아있습니다. 반도쥬신이 열도쥬신이 되었으니까 일본말에는 한국말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만엽집의 시가에는 일본말로는 해석이 전혀 안 되지만 우리말로 해석하면 쉽게 해석되는 시구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일본의 많은 축제(마츠리)에서 가마꾼들이 구경꾼들을 향해 뜻도 모르면서 '왓쇼이, 왓쇼이'라고 구령을 지른다고 하는데, 신이 왔다는 것을 말하지요. '아사'도 이렇게 우리말이 일본에 건너간 것입니다. 

하여튼 그래서 아사달은 아침산(朝山)이 되는 것인데, 아침마다 만물이 다시 솟아오르기에 만물이 솟아오르는 산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다보니 '솟을 뫼', '소시모리'가 된 것입니다.  

제가 비약이 좀 심했지요? 그렇지만 제 육감으로는 우리 민족에게 태양이 솟아오르는 산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것이 워낙 중요하고 인상이 깊었기에 '소시모리'의 흔적이 만주와 반도와 일본에까지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쨌거나 춘천의 우두산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다가, 우리 민족의 숨겨진 고대사의 비밀이 고구마가 하나, 둘 달려 나오는 듯한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춘천의 이 작은 우두산에 그런 고대의 비밀이 숨겨있을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