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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의 스승 세종대왕 탄신잔치를 무덤에서 하지마라

[편집국에서]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편집국장]  오늘은 우리 겨레가 자랑스럽게 살 수 있도록 큰 선물을 주신 스승 세종임금이 태어나신 날이다. 작은 나라 대한민국에 만일 세종께서 훈민정음을 비롯하여 여러 자랑스러운 문화유산들을 남겨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우리는 그런 세종대왕께 스승의 날을 맞아서 제대로 된 생일잔치를 해드리고 있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세종대왕 탄신 숭모제전은 봉행된다. 그러나 그 봉행 장소가 경기도 여주 세종대왕릉(英陵)이다. 세종대왕릉이란 무엇인가? 죽은 세종대왕을 모신 무덤임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런데 생일잔치를 무덤에서 하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태어난 곳을 전혀 모른다면 어쩔 수 없을지 모르지만 세종이 서울 경복궁 옆 준수방에서 태어났음은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세종탄신일 숭모제전도 이곳에서 하는 것이 마땅하다. 바람직하기로는 세종탄신지에 기념관을 지어 거기서 봉행하면 좋겠지만 기념관은 커녕 안타깝게도 작은 표지석 하나만이 달랑 있을 뿐 이다.

 

  

▲ 올해도 어김없이 경기도 여주 세종대왕릉(英陵)에서는 세종대왕 탄신 숭모제전은 봉행된다.


요즘 나라 곳곳에는 시비(詩碑) 기념비가 홍수다. 시 몇 줄 쓰고 이름 좀 났다고 여기저기에 돌비석을 세운다며 지자체에서는 혈안이 되어 있고 기념관까지 짓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는 이들 기념비나 기념관을 개인 돈이 아닌 국민 혈세를 들여 만들기까지 한다. 그러나 온 겨레의 스승 세종대왕의 탄신지에는 아무도 기념관 하나 지으려 드는 사람이 없다.  


몇 년 전 한글과 세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세종대왕 탄생지 성역화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서울시에 세종대왕 기념관을 세워야 한다며 운동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일은 공무원들과 학자들의 벽에 부딪혔었다. 그들 논리는 “세종이 태어나신 사가 곧 잠저가 정확하게 어딘지 찍을 수 없다는 것과 세종 잠저 모양을 정확히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근세에 이르러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고 국모가 시해당하는 것도 모자라 궁궐이 훼손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살아남은 것이 무엇인가를 되새긴다면 건축물대장이나 사진, 설계도, 조감도 따위가 없어 세종 기념관을 지을 수 없다는 논리는 “세종의 탄생지 따위는 모르겠다.”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 길가에 초라하게 서 있는 "세종 태어나신 곳" 표지석. 기념관은 없다.


당시 이방원의 사가 곧 세종의 잠저는 99간 큰집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더구나 집 안에 큰 연못이 있었다는 기록을 보면 현재 준수방 표지석이 세워진 그 뒤쪽 곧 체부동 시장부터 청운효자동주민센터 건너편 쪽 어디를 찍어도 잠저라고 볼 수 있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한결 같은 이야기다.


그래서 뜻있는 사람들은 준수방 일대를 “세종 나신 곳‘으로 성역화 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올해도 어김없이 세종탄신일이 돌아왔다. 이 뜻 깊은 날 무덤에 가서 탄신행사를 하지 말고 준수방 근처에 기념관을 짓고 탄신행사도 하고 세종 큰 임금이 백성 사랑하신 뜻을 널리 기렸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세종이 남겨주신 한글과 여러 문화유산들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세계와 어깨를 겨루는데 큰 밑바탕이 되고 있음을 인정한다면 하루바삐 세종대왕 탄생지 성역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