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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담벼락이나 짚단에 몸을 비비는 것 “비게질”

[성제훈의 우리말 편지]

[그린경제/얼레빗=성제훈 기자]  오늘 아침 텔레비전에서 "낙지가 피로회복에 좋다."라고 했습니다.
피로를 회복해서 어디에 쓰시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원기를 회복한다면 몰라도... 

제가 일하던 옮기기 전 수원의 농촌진흥청에는 서호라는 호수가 있습니다.
일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1분만 걸어가면 있었지요.
그 호수는 정조대왕이 판 호수인데 그 호수 둑에는 소나무가 몇 그루 있습니다.
정조가 호수를 판 뒤 농사짓는 백성이 편히 쉴 수 있도록 그늘을 만들고자 심은 소나무라고 합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호숫가를 돌면서 산책을 하다가, 왜 죄 없는 나무에 대고 배나 등을 치느냐는 겁니다. 나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제 생각에 그냥 흙을 밟고 걷는 것만으로도 몸에 좋을 텐데, 왜 굳이 나무에 몸을 부딪치는지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그냥 서 있는 사람을 툭툭 친다면 좋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배나 등이 가려워서 그러실까요?  

어렸을 때 소가 가끔 담벼락이나 짚단에 몸을 비비는 것을 봤습니다. 그건 아마 가려워서 그랬을 겁니다. 그게 바로 '비게질'입니다. "말이나 소가 가려운 곳을 긁느라고 다른 물건에 몸을 대고 비비는 짓"이죠. 

산책하시면서 소나무에 몸을 비비고 치시는 분들을 보면 두 가지 생각이 납니다.
첫째는 소나무가 불쌍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 사람이, 비게질하는 그 사람이 소나 말로 보입니다.

   
▲ 수원에 있었던 농촌진흥청 옆 서호에 있는 소나무와 글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