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김동규 음악칼럼니스트]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 오후 4시 경. 서울 남산 중턱에 자리 잡은 남산도서관 버스정류장 앞에 이색적으로 가슴에 안중근의사의 유묵을 어깨띠로 두른 대학생들이 등장한다. 내 동지들이다. K-문화독립군 청소년들이 K-문화독립운동을 위하여 안중근의사기념관 상설문화공연을 안내하는 것이다.
▲ K-문화독립군으로 나선 청소년 로타렉트3650
학창 시절 내 별명 중에 하나가 돈키호테였었다. 친구들은 내 이름 <김 동규>를 변형하여 <동큐호테=돈키호테>라고 불렀었다. 그런데 요즘은 내가 정말로 돈키호테가 된 느낌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진해서 기사도를 발휘하며 남산에 자리 잡은 안중근의사기념관을 돕기 위하여 한가지 좋은 일을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중근의사기념관과 내가 인연을 맺는 것은 지난 3월 26일 안의사 서거일에 내가 작곡하여 부부가 함께 부르는 안중근 의사의 옥중편지 <아들아 아들아(Dear My Son)>를 순국기념식에서 노래하면서이다. 그날 기념식에는 여러 방송들이 취재를 나왔고 우리 노래를 방송에 내보내겠다고 미리 저작권 허락을 구하는 전화까지 주고받았었다. 그런데 당일 우리가 노래를 부를 때 그만 무선마이크에 방해전파가 생겨 큰 음향 사고가 나서 결국 그날 뉴스와 방송에 보도되지 않았던 악몽이 잊혀 지질 않는다.
안중근의사기념관은 1970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개관하여 2010년 노무현 정부 때 현대적으로 새로운 건물이 지어 졌다고 하는데 뜻밖에 모르는 이가 많다. 그런데 최근 중국 하얼빈에 안중근의사기념관이 마련되면서 관계자들은 자못 긴장하고 있다. 중국 하얼빈 기념관은 관광객들의 기본코스가 되어 성황인데 남산의 기념관은 등잔 밑이 어두운 꼴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전해 듣고 나는 본능적으로 묘안이 없을까 상상하기 시작했다. 우선 매월상설로 문화공연을 기획하여 관객을 모으면서 자연스럽게 기념관까지 관람하도록 하는 것이 내가 음악을 통하여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그리고 공연내용의 키워드를 대중성, 예술성, 다양성, 정체성, 창의성으로 개념을 잡아야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오리라 예상해 보았다.
▲ 윤동주의 서시를 작곡하여 초연으로 노래하고 있는 주세페김 |
▲ 돈키호테의 꿈을 작곡하여 초연으로 노래하는 주세페김 |
반가운 소식은 K-문화독립군으로 청소년봉사단체인 로타렉트들이 자발적으로 합류한 것이다. 저소득층 자녀들을 상대로 과외지도 봉사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인데 첫 공연을 보고 감동하여 청소년들의 관람을 홍보하는 역할과 공연에서는 안내를 맡겠다고 한다. 이에 나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 30여 개를 어깨띠로 만들어 두르고 안내하도록 하였다.
또한 기념관 강당에 피아노가 없어 고민이었는데 두 번째 공연부터는 다행히도 중고 피아노를 기증해 주신 분이 생겼고, 사진을 촬영해 주겠다는 작가도 있다. 모두가 K-문화독립군이다.
▲ 정의와 평화의 노래 Nella fantasia & Lord's Prayer를 부르고 있는 구미꼬김 |
▲ 공연 중에 러시아의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을 소개하고 있는 주세페김 |
돈키호테처럼,
이로서 세상 좋아진다면 마지막 용기를 내어 저 별을 찾아 가리라.
아득한 저 별을 향하여.
▲ 주세페 김동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