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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이은관, 누구보다 서도소리 장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국악속풀이 171]

[그린경제/얼레빗=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엔 전쟁 때에도 이은관은 명동성당에 숨어서 연습을 하였다고 한다. 성당을 이용하는 이유는 유엔군이 예배당은 폭격하지 않기 때문이란 점, 전쟁 뒤에도 그는 지방공연이나 대형 쇼 공연을 통해 인기를 얻어서 배뱅이굿 영화까지 찍었으며 아세아 영화제에 참석하였다는 점, 그 후에도 일본, 미국, 월남, 등 해외공연이나지방 공연 등에 이은관의 이름은 빠지지 않았다는 점, 배뱅이굿을 부르는 사람이 이은관, 이은관이 부르는 소리가 바로 배뱅이굿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는 점을 얘기했다.

그 바람에 문화재도 다른 사람들보다 10여년 후에 인정을 받았다는 점, 문화재가 된 후에는 해외나 지방공연을 자제하며 제자 양성에 심혈을 기우렸다는 점, 그래서 학원을 세우고 젊은 소리꾼들을 모아 서도소리며 배뱅이굿을 지도하는 한편, 신민요나 창작 민요를 작사 작곡하기 시작하였다는 점 등을 이야기 하였다.

이은관은 악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악보를 통해서 그가 배운 노래들을 악보화 할 계획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다른 지방의 소리들도 그러하지만, 특히 서도지방의 소리는 장단이 불규칙적이어서 지도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들이 전수과정에서 매우 어렵다는 점을 토로하고 있다. 장단이 규칙적이고 음정도 정확한 노래라 할지라도 잔가락을 넣거나 떨고 꺾는 시김새를 구사할 때에는 그 처리가 다르기 때문에 두 사람 이상이 함께 부르기 어려운 노래가 바로 서도 지방의 소리인 것이다.

시김새란 일부 지방에서는 시금새라고도 부르는데, <식음(飾音)>이란 한자어, 곧 음을 꾸미는 모양을 가리키는 말이다. 김치에 견준다면 양념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시김새이다. 양념이 다르기 때문에 더운 지방의 김치와 추운 지방의 것이 다르고, 해안가의 김치와 산악 지대의 김치가 다른 맛을 내는 것처럼 음악에 있어서도 지방에 따라 각각의 다른 시김새를 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음악에 있어서 지방의 독특한 맛이나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곧 시김새이기 때문에 이의 적절한 구사능력을 보면 그 사람의 공력도 어느 정도 짐작하게 마련인 것이다.

시김새를 포함한 서도소리의 악보화 문제, 기보의 체계화 문제에 그는 깊은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그는 악보를 볼 줄 아는 소리꾼이어서 새로운 노래를 작사하거나 가락을 짓는 작업도 틈틈이 할 수 있었다. 이은관이 새롭게 작곡한 <신방아타령> 같은 노래는 당시 공보부가 제작한 <팔도강산>이라는 문화영화에 영화 음악으로 쓰일 정도였다. 이러한 점으로도 그의 실력은 충분히 인정을 받을 정도였던 것이다. 그 외의 <이춘풍전> 이라든가 <도미의 아내>와 같은 작품들도 그의 손으로 제작이 되어 CD로 출반되었다.

   
 
그의 창작활동에 대해서 어떤 사람들은 배뱅이굿의 예능 보유자라면 해당 종목이나 전승이 되도록 노력할 일이지 새로운 창작은 왜 한다고 그러는가 하며 비웃기도 하였다. 사실 새로운 작품이란 것이 귀에 익숙한 배뱅이굿만은 못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매일 배뱅이굿만 공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전통을 지켜 가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음악을 창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가 제작한 <놀량 사거리>도 종전의 노래와는 장단이나 리듬이 다르다고 비평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은관의 주장은 나름대로 이유가 분명하다.

“서울 경기지방의 소리나 남도의 소리들은 여러 명이 불러도 거의 똑같이 들립니다. 그러나 서도 소리는 다 달라요. 제 마음대로이고요. 나는 장단에 맞도록 그래서 여러 사람이 함께 부를 수 있도록 고쳐 만들었어요. 사람들이 왜 이은관은 옛날 것 그대로 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하지만, 과거는 과거이고 현재는 현시대에 맞춰야 된다고 생각해요. 전통에는 내가 죄를 진거죠. 듣는 사람은 몰라요. 소리하는 사람이나 알지.

공연을 많이 하다 보니 당연히 관객과 호흡을 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박자를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박수를 쳐도 박자에 안 맞으니까 안 좋아해요. 앞으로 창작도 하고, 또 박자에 맞춰서 민요도 새로 부르고 그런 걸 하고 싶어요. 작년엔 내가 완전히 신민요만 모아 문예회관 무대에 올린 적이 있고, 오늘 아침 국악방송에서 장단에 맞춘 서도의 소리가 나오는데, 그걸 듣고 내가 아주 감개무량했습니다.”

해마다 문화재청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목들의 발표를 권장, 확인을 하고 있는데, 이은관은 해마다 제자들에게 가르친 내용을 반드시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것을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제자를 지도해야 본인도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고, 아는 것도 잘 부르는 것도 또한 자꾸 복습을 해야 공부가 된다고 믿고 있을 정도로 공연하는 일, 제자들과 함께 공부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제자들을 가르쳐 3년이면 이수자 시험을 볼 수 있으나 3년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고 고개를 저으며 최소한 10년을 강조한다. 그만큼 어려운 길이 바로 소리의 길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소리의 조건은 목소리도 좋아야 하지만, 보다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온 점에서 그에게 따뜻한 인간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