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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검단산을 오르며 도미부인을 생각하다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43]

[그린경제/얼레빗=양승국 변호사]  전에 고교동창들과 팔당대교 쪽의 안창모루에서 검단산을 올랐습니다. 안창모루 바로 옆 마을은 바깥창모루입니다. 마을 이름이 특이하죠? 창모루는 창고 모퉁이 나루의 준말이라고 합니다. 옛날 세미(稅米)를 하역하여 보관하던 창고가 이 근처에 있었기에 생긴 땅이름이지요. 검단산 근처에 이런 재미있는 지명이 또 있습니다. 팔당댐 근처의 검단산 밑 마을 이름이 배알미동입니다. 관리가 낙향하거나 귀양 갈 때 여기서 임금이 계신 한양을 향해 마지막으로 배알(拜謁)하였다 하여 생겨난 지명이랍니다. 

검단산을 오르다 잠시 쉬면서 한강 건너 예봉산과 예빈산, 적갑산을 바라다보고, 발밑으로 한강이 흘러가는 것도 내려다봅니다. 팔당대교에서 팔당댐 쪽으로 조금 오른 곳은 예전에 도미나루가 있었던 곳입니다. 오늘은 도미나루에 얽힌 이야기를 해보지요. 도미나루라는 이름은 도미부인이 이곳에서 개로왕의 추격을 피해 배를 탔다고 하여 도미나루라고 부른답니다. 도미부인! 많이 들어보셨지요 

   
▲ 검단산에서 한강을 내려다 본 전경

백제 개로왕 시절에 아름답고 행실이 곧은 도미부인에 대한 소문이 임금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개로왕은 도미를 불러 네 부인이 아무리 정절이 곧다고 하더라도 좋은 말로 꾀면 안 넘어가겠느냐?’고 했죠. 도미가 내 아내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하니, 누구 말이 맞는지 시험해보자며 신하를 임금으로 속여 도미부인에게 보냅니다. 그러나 도미부인은 자기 몸종을 자기로 변장시켜 대신 들여보내 위기를 넘기지 않습니까? 

뒤늦게 자신이 속은 것을 안 개로왕은 도미의 두 눈을 빼어버리고 도미를 홀로 작은 배에 실어 떠나보냅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직접 도미부인을 찾아가 수청 들라 하니, 도미부인은 자기가 생리 중이라 몸을 깨끗이 한 다음에 임금을 모시겠다고 하고는 도망가지요. 도미부인이 도미나루에 이르렀을 때 추격대는 거의 다 쫒아옵니다. 다행히 강가에는 빈 배 하나가 매여 있어 도미부인은 이 배를 타고 추격대를 따돌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배는 그냥 흘러흘러 천성도라는 섬에 닿았는데, 천만 다행으로 눈이 먼 남편의 배도 이리로 떠내려 왔다는군요. 그리하여 둘은 눈물의 재회를 하고 같이 고구려로 도망가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이죠. 

그런데 도미부인 설화는 여기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충남 보령시 오천명 소성리에도 있고, 진해시 청안동에도 있습니다. 보령시에서는 아예 도미부인을 모시는 정절사(貞節祠)라는 사당까지 짓고, 또 도미부인이 쫓겨 간 남편을 그리워하며 올랐다는 상사봉(想思峰)에는 정렬각(貞烈閣)도 세웠습니다. 게다가 진해시 청안동에 있던 도미부인의 묘를 소성리 오소산으로 이장하여 묘역까지 단장하고요. 그런가하면 강동구에서는 도미부인이 배를 탄 나루가 광진교를 건너와 오른쪽의 풍납토성 앞 나루였다며, 천호2472-21에 도미부인 동상을 세웠답니다. 성주 도씨 문중에서는 도미부인을 시조모로 모시고 있구요. 

   
▲ 서울 천호동의 도미부인상

 

   
▲ 보령시 도미부인을 모시는 사당 정절사(貞節祠)

하하! 도미부인이 박종화 선생의 아랑의 정조라는 소설에, 최인호 선생의 소설 몽유도원도에 주인공으로 나오고, 무용으로도 공연되는 등 사람들의 관심을 끄니 지방자치단체가 조금만 연고가 있어도 도미부인을 끌어들이는군요. 하남시에서는 학계에서도 도미부인 연고지를 하남시로 인정했다며 뒤늦게 도미부인에 대한 연고를 주장하고 있는데, 과연 도미부인이 배를 탔던 진짜 나루는 어디일까요? 

요즈음 스토리텔링이 지역의 관광 발전을 위해 중요해지니까, 지자체들이 역사적 인물이 조금만 연고가 있어도 서로 끌어들이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홍길동의 연고지를 두고 작가 허균의 고향인 강릉시와 홍길동의 출생지라는 장성군이 싸우고, 단재 신채호를 두고 충북과 대전시가 마찰하고, 서동요의 주인공 서동을 둘러싸고 익산과 부여가 대립하며, 기생 논개를 두고 논개가 적장을 껴안고 투신한 진주와 출생지 장수군이 서로 자기네가 정통이라고 따지는 것이 다 그런 것이지요. 검단산을 오르며 도미나루를 내려다보면서 생각이 난 도미부인에 대해 한 말씀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