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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창제는 세종대왕의 기득권 내려놓기다

[편집국에서] 한글날 맞아 생각해보는 쉬운말 쓰기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편집국장]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가치
풀아래 웃음짓는 샘물가치
내마음 고요히 고흔 봄길 위에
오늘 하로 고흔 봄길 위에 


위는 우리가 익히 아는 영랑 김윤식(1903~1950) 시인의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가치>(시문학 2, 1930) 시 일부이다. 이를 두고 우리말대학원장 김수업 교수는 자신의 책 배달말꽃, 지식산업사에서 깔끔한 정신으로 배달말의 땟국을 말끔히 씻어 내어 유리알처럼 맑은 조각품을 만들어 낸 것 같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라고 노래한 한용운의 노랫말을 두고 하늘이 내린 재능으로 배달말을 부려 뛰어난 노래말꽃(문학)을 만들어 냈다.”고 높이 샀다. 그러면서 김수업 교수는 이러한 말들은 한자말로는 도저히 표현 할 수 없는 말로 배달말이라야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제는 568돌 한글날이었다. 이를 기려 정부는 기념식과 한글문화큰잔치를 벌였고 여기저기서 온갖 행사가 펼쳐졌다. 그러나 번드르르한 행사만 많으면 무엇 할 것인가? 우리가 내팽개치고 갈고 닦지 않는 사이에 이러한 살가운 말들은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는 힐링이니 스펙쌓기같은 외래어가 넘쳐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백화점에서는 일 년 365“SALE”이 나붙고, 길거리는 Starbucks”, “john varatos" 같은 뜻도 모를 영어 광고와 간판으로 넘쳐난다. 마치 영어로 광고하지 않으면 상품이 안 팔리기라도 하는 듯 지금 한국사회는 영어 간판과 광고로 몸살 중이며 거리는 영어로 도배되어 간다 


   
▲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그뿐만이 아니다. 나라의 국어정책을 두루 아우르는 국립국어원의 보도자료는 “‘2014 전국 사투리 상품 아이디어 공모전' 시상식 개최와 같이 한자말과 외래어로 도배하여 내보내고 있다. 좀 더 보도자료 내용을 보자.  


국립국어원(원장 민현식)'2014 전국 사투리 상품 아이디어 공모전' 시상식을 오는 102() 오후 2시에 국립국어원에서 개최한다. 국립국어원이 주최하고 경북대학교 언어문화상품개발사업단(단장 김덕호)이 주관한 이번 공모전은 사투리의 가치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전환하고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향유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줄임) 이 밖에 사투리를 생활용품에 적용한 '금연 스티커', '소주잔 활용 상품', '타투 스티커', '사투리 시계' 등이 우수상에 휴대폰 케이스, 티셔츠, 관광안내서, 큐브, 취침등 등 총 13개 작품이 장려상으로 선정되었다.” (국립국어원 930일 보도자료 가운데) 


적어도 국립국어원이라면 우리말을 쓰는 데 앞장서야 할 기관인데 위와 같이 온갖 한자말을 다 써서 보도자료를 내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위와 같은 보도자료를 어색하지 않게 우리말로 고칠 수는 없는 것일까? 기자가 한번 고쳐보겠다.  

먼저 첫 단락은, 


국립국어원(원장 민현식)'2014 전국 사투리 상품 아이디어 공모전' 시상식을 오는 102() 오후 늦은 2시에 국립국어원에서 개최한다. 연다. 국립국어원이 주최하고 경북대학교 언어문화상품개발사업단(단장 김덕호)이 주관한 이번 공모전은 사투리의 가치에 값어치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전환하고 생각을 바꾸고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향유되는 누리는(쓰이는) 환경을 조성하기 바탕을 만들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 정도로만 바꿔도 훨씬 알기 쉬워 편하다. 


둘째 단락은 주로 외래어들이 문제다. 우리가 흔히 쓰는 스티커라는 말은 국립국어원 순화어 찾기마당에 보면 순화어는 붙임 딱지, 부착지이며, 순화정도에서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를 쓸 것이라고 해놓았다. 그러고는 정작 스스로는 그대로 스티커라고 썼다.  


역시 휴대폰은 문화체육관광부 고시 제2013-9(2013.3.8.)휴대전화, 손전화라 해놓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를 쓸 것이라면서 그대로 휴대폰을 쓴다. 사실 완벽한 토박이말을 쓰려면 재일본한국문인협회장 김리박 선생처럼 손말틀이라고 쓰는 게 더 바람직할 일이다. 그밖에도 케이스상자로 써야 하며, “아이디어생각, 착안, 착상, 고안”, “티셔츠는 순화어에는 없지만 그림옷, “은 따위, “은 모두, 장려상은 추킴상, “선정되었다뽑혔다로 써야 좋을 일이다. 


물론 이렇게 쓰는 것이 사람에 따라서는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뜻에서 우리말을 다루는 기관이나 모임, 사람들은 정성을 쏟아야 할 일이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가장 종요로운 가치의 하나인 소통을 위해서도 쉬운 우리말은 꼭 써야 하는 일이다. 어떤 내로라하는 지식인은 특강 자리에서 영어가 반은 섞인 말로 특강을 했지만 이는 다른 사람이 알아듣기 어려운 잘난 체 일 뿐이다 


우리말대학원장 김수업 교수의 우리말 사랑 이야기 말꽃타령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원산대호가 근산 래하야 오지장인을 칙거 남산 식하니 지총지자는 지총 래하고 지창지자는 지창 래하소! 속래 속래요!’ 이렇게 고함을 질렀다. 문자 쓰기를 몹시 좋아하는 선비가 처가에 가서 자다가 밤중에 범이 와서 장인을 물어가자 지붕에서 다급하게 외친 것이다. 뜻인즉 '먼 산 큰 범이 와서 우리 장인을 앞산으로 물고 갔으니 총을 가진 사람은 총을 들고 나오고 창을 가진 사람은 창을 들고 나오십시오! 어서요. 어서!’이었지만 이렇게 한자말로 외쳐대니 과연 몇 사람이나 알아듣고 총이며 창을 들고 뛰어나올 것인가?”  


그런데 10여 년 전 기자가 날마다 누리꾼들에게 보낼 한국문화편지를 쉬운 토박이말로 쓰겠다고 하자 어떤 분은 너무 쉽게 쓰면 글을 우습게보지 않을까?”하고 걱정했다. 하지만, 글을 받아 보는 분들은 한결같이 우리말이 이해하기 쉽고 편하다고 했다 


정월대보름이 되면 마을마다 윷놀이를 한다. 하지만 어떤 마을은 펼침막에 한글로 척사대회라고 써놓는다. “척사대회는 한자로 던질 척() 윷 사()를 써서 그야말로 윷놀이잔치인데 굳이 어려운 한자말을 쓰는 까닭은 못된 잘난 체이다. “빚 갚다를 법률가들은 변제(辨濟)하다는 한자말을 쓰고 의사들은 아예 영어로만 진료기록부를 쓰니 일반 국민은 알려고 하지도 말고 주는 대로만 받아먹으라는 소리인가? 


이탈리아에서는 예전 지배층들이 라틴어만 썼지만 단테가 <토박이말을 드높임>이라는 논설을 써서 귀족들에게 돌리고, 이탈리아말로 위대한 서사시 <신곡>을 지어 발표한 뒤로는 라틴어가 아닌 쉬운 이탈리아말로도 얼마든지 시도 짓고 학문도 할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되어 이후로는 이탈리아가 이탈리아말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라틴어를 배우고 쓰지 않는다 해도 이탈리아문화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게 된 것이다 


지식인들이여 ! 정말 자신의 지식에 자신이 있다면 굳이 어려운 말을 써서 다른 사람을 주눅 들게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쉬운말을 써도 상대가 나를 무시할 까닭이 없고, 오히려 훨씬 원활한 소통이 되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이다 


   

▲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일기예보를 보면 바람도 태풍, 강풍, 미풍 같이 한자말로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바람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바람의 세기(보퍼트 13 등급)가 있고 기상청은 이 등급에 맞춰 우리말 이름을 붙여 놓았다. 연기가 똑바로 올라가 바람이 거의 없는 상태(풍속 초당 0~0.2m)'고요', 풍향계에는 기록되지 않지만 연기가 날리는 모양으로 보아 알 수 있는 실바람(0.3~1.5m)'부터 시작하여 남실바람‘, ‘들바람’, ‘건들바람’, ‘된바람’, ‘센바람’, ‘큰바람’, ‘큰센바람’, ‘노대바람’, ‘왕바람이 있으며, 지상 10m 높이의 풍속이 초속 32.7m 이상으로 육지의 모든 것을 쓸어갈 만큼 피해가 아주 격심한 것을 싹쓸바람이라 한다 


이렇게 예쁜 이름으로 13개 등급의 바람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 굳이 태풍, 강풍 같은 멋없는 한자말 이름을 쓸 필요가 있을까? 어제는 한글날, 세종대왕의 소통을 위한, 기득권 내려놓기 위한 훈민정음 창제 정신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