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까지 경기소리의 전설, 묵계월 명창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잡가란 잡스런 노래가 아니라 한권 책속에 여러 종류의 노래들이 잡거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 이야기부터 묵계월의 최초 스승 주수봉이 묵계월의 소질을 보고 더 큰 선생인 최정식에게 보냈다는 이야기, 연습이 생활이고 생활이 곧 연습일 정도로 하루종일 소리만 하면서 지냈다는 이야기, 이문원에게 배운 송서를 유창, 박윤정 등 후진들에게 전해 주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어서 많은 공연과 전수교육으로 인해 경기민요의 활성화에 이바지했다는 이야기, 경기민요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선정되면서 안비취, 이은주와 함께 예능보유자에 올랐다는 이야기, 나이가 들어 스스로 명예보유자로 물러 앉았다는 이야기, 제자들에게 외양을 화려하게 가꾸기 보다는 발성이나 자세, 등 기본기에 충실하도록 가르쳤고, 특히 말을 하기 전에 항상 바를 正을 그린다음, 입을 열라는 충고를 했다는 이야기, UCLA 한국음악과가 폐과 위기를 맞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2000만원을 선뜻 쾌척했다는 미담 등을 소개하였다.
그가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90평생 소릿길을 살아오면서 배고픈 설움과 소릿 광대의 설움을 누구보다 더 뼈저리게 경험했기에 국악을 사랑하는 용기도 남다르다 할 것이다. 70여년 소리를 했음에도 무대에 서면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눌 길 없다며 참으로 어려운 것이 소리라는 것을 깨닫고 타계한 진정한 경기명창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분위기를 바꾸어 이번에는 젊은 소리꾼 조정란이 평택에서 국악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는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조정란은 판소리 전공의 박사과정에 있는 학구파 소리꾼이다. 음식점을 경영하며 틈틈이 모은 자금을 털어서 지역의 화합, 단합을 통한 발전, 그리고 국악의 전파를 위해 음악회를 준비한다고 해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 의식 있는 평택의 소리꾼 조정란 명창
옛말에 악자(樂者)는 위동(爲同)이라 했다. 이 말을 직역하면 “음악이란 모든 사람을 하나같이 같게 만든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나이가 많고 적음도 문제가 되지 않고, 남자든 여자든, 또는 지체가 높고 낮음도, 지식의 많고 적음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지갑이 두툼하든 얄팍하든, 그 자체도 음악 앞에서는 차이가 없이,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다 같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이다.
가령, 주머니에 10만원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10만원어치 음악을 듣게 되는 것이 아니고, 무일푼이라고 해서 음악을 못 듣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참으로 음악은 만인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회를 몇몇 동인들과 함께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평택에서 맛깔스런 음악회가 열린다는 입소문의 근원지가 바로 소리하는 조정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조정란은 전통예술, 그 중에서도 전통음악이야말로 우리의 얼을 간직한 가장 소중한 문화자산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국악인으로 선대 음악인들이 힘겹게 이어준 전통음악을 창조적으로 계승하면서 여기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는 일은 오늘을 사는 젊은 국악인들의 몫이라고 주장하는 비교적 의식 있는 소리꾼의 한 사람이다.
그를 중심으로 해서 조경하, 이현숙, 박미예, 정덕근 등 전통음악과 춤을 전공한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하여 “움”Art 를 결성하였고, 때를 같이하여 창단공연을 하게 된 것이다. 필자는 대도시 중심으로 활동하기 위해 뜻을 같이 한 젊은 연주자들의 모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활동을 중단하는 사례를 수없이 보아 왔다. 뿌리가 약하기 때문에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소규모 활동이야말로 지방이 안성맞춤이다.
지방에서 이러한 연주 단체들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지고 마음과 정성을 모아 지역 주민들을 위한 봉사활동이나 공연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간다면 지역민들로부터 크게 환영을 받을 것이며 그 생명도 오래도록 이어가리라 믿는다. 이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실제의 음악적 경험을 통하여 지역의 유지를 비롯한 남녀노소 및 젊은 학생들로부터 우리의 전통음악이 얼마나 귀중하고 자랑스러운 유산임을 깨닫도록 돕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소극장 운동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지역 평택은 예로부터 농악이 크게 일어난 곳이어서 국가중요무형문화재로 농악이 지정되어 있으며 아울러 지영희 명인을 비롯하여 여러 국악인들이 활동했던 전통의 도시이다. 이번 행사는 특별히 “움”Art의 창단공연이기도 하지만, 평택의 시민들로 하여금 남도소리의 흥이나 독특한 멋, 신명이 무엇인가 하는 점을 전하기 위해 함께 즐기고 배울 수 있는 작은 축제의 마당이다.
이러한 축제의 필요성을 창단동인들은 충분히 느끼고 차근차근 준비를 해 왔으리라 믿고 있다. 이번 창단공연에는 소리꾼 오정해가 진행을 맡아 특유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객석을 만족시킬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길굿과 비나리가 진행된 다음, 무대위에서는 승무와 단가, 그리고 특별순서로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의 예능보유자인 신영희 명창의 판소리가 한껏 기대를 부풀게 한다.
이어서 대금연주와 장고춤이 연출된 다음, 단막창극으로 “뺑파전”이 오른다. 뺑파전은 판소리 심청가에 나오는 한 대목을 특별히 각색하여 연극처럼 꾸민 소리극이다. 충분히 관객을 압도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타악합주와 신 뱃노래합창이 이어진다.
하나같이 평소에 쉽게 접하기 어려운 종목들을 “움”Art의 30여 명 출연진들이 혼신의 노력으로 준비하여 시민들에게 보여주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기회는 지역민들을 화합의 장으로 안내하게 되고,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을 사랑하는 애향심(愛鄕心)을 키우게 되는 충분한 원동력이 되리라 기대한다.
정치하는 분들이 이러한 원리를 이해한다면 더 많은 예술행사가 기획하고 지원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앞으로도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하여 마을축제로 계승 발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창단에 참여한 젊은 국악인들을 크게 격려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