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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망가에만 기대는 한국의 출판 풍조

[편집국에서] 출판사들에게 주는 쓴소리

[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편집국장]  요즘 우리나라 출판계는 정말 울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팔리지 않는 현상을 보통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회 풍조 때문으로 진단을 내린다. 하지만, 그런 진단이 전부일까? 물론 그런 사회 현상이 책을 팔리지 않는데 직접적인 원인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출판사도 책이 팔리지 않는데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 한 중견출판사가 궁궐 책을 내고 서평을 써달라고 필자에게 의뢰한 적이 있다. 그 책의 저자는 서울대 명예교수로 명망가였고, 사진 역시 최고의 작가 작품이었으니 쉽게 응낙하고 말았다. 그런데 아뿔싸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출판사가 명망가 이름에 눈이 어두워 작가 선택을 잘못 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작가는 머리말에서 궁궐의 건축 이야기는 지양하고 뒷얘기를 주로 하겠노라고 했지만 정작 책을 읽어보니 건축물이 가로 몇 간이고, 세로 몇 간이며, 공포가 어떻고 하는 주로 건축 이야기였다. 그러니 독자들이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재미도 없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 출판사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거의 모든 출판사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맛깔스럽게 글을 쓰는 새로운 작가를 찾는 것은 외면하고 쉽게 명망가에 의존하는 버릇이 결국은 독자의 외면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일본편을 제4교토의 명소를 끝으로 완간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대규모 답사단을 이끌고 일본을 답사하여 일본답사 열광을 일으켜왔다. 이에 경향신문을 비롯하여 SBS 등 언론들이 난리가 났었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되는 그의 말들은 필자를 놀라게 했다. 그래서 지난해 911유홍준 교수, 섣부른 일본답사 멈추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었다. 

 

   
▲ 광륭사(고류지) 일본 국보 제1호 미륵상(왼쪽), 한국 국립중앙박물관 국보 제83호 미륵상 / 이 두 미륵상은 몸체만 닮았고 얼굴은 절대 닮지 않았다. 얼굴은 명치때 조선인 얼굴에서 일본인 얼굴로 성형수술 되었기 때문이다.

   
▲ 이렇게 일본 미술사학자 나가이 신이치 교수는 "조선인 얼굴에서 일본인 얼굴로 바꾸니까 좋다."고 고백했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그 까닭은 경향신문에 유홍준 교수가 일본 교토 답사를 하는 중 광륭사(고류지) 목조반가사유상과 한국 국보 제83호인 금동미륵보살반가상이 꼭 닮았다.”고 했다는 기사가 난 때문이었다. 일본잡지 역사공론19766월호의 <아스카불에 보는 일본과 조선>이라는 글에서 나가이 신이치라는 일본 미술사학자는 일본 국보 제1호 광륭사 미륵상 얼굴이 수리되었으며 그것도 수리 전 조선인의 얼굴에서 수리 후 일본인의 얼굴로 바뀌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미술사학자 유홍준 교수는 이런 대목을 읽지도 못했고, 광륭사 미륵상이 성형수술 됐다는 사실도 몰랐단 말인가? 일본인의 얼굴로 고쳐진 광륭사 미륵상이 한국인을 닮은 국보 제83호 미륵상과 꼭 닮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유홍준 교수의 이런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나의 유산 답사기부석사편을 보면 영주 부석사를 한국 최고의 가람배치라고 했다. 필자가 부석사를 방문 했을 때 만난 스님은 남향이었던 부석사의 가람들이 일제강점기 일제에 의해 동향으로 모두 돌려졌는데도 책은 최고의 가람배치라 했다며 개탄하고 있었다. 혼자 잘나 짐작으로 쓸 것이 아니라 꼼꼼히 살펴보고 스님과 대화만 나눠봤더라도 이런 잘못은 저지르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 부석사 무량수전, 남향이었던 부석사의 가람들은 일제강점기 일제가 모두 동향으로 고쳐 앉혔다.

그런 이런 유홍준 교수의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고, 출판사와 언론은 맘껏 부추기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지금 대부분 한국의 문화재를 사랑하는 독자들은 유홍준교수의 책이 교과서가 되어 있다. 그런데 그렇게 심각한 잘못을 가지고 있는 책이 아무런 비판 없이 교과서가 된 데는 출판사와 언론의 책임이 크다 할 것이다.  

두 미륵상이 닮았다는 얘기를 듣는 일본의 미술사학자들은 얼마나 한국을 비웃고 있을까? 출판사와 언론의 각성이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 제발 이제는 출판사들이 명망가에 기대어 쉽게 책을 내려는 무책임한 자세를 버리길 바란다. 작가의 글을 꼼꼼히 살펴보고 알려지지 않았지만 맛깔스러운 글을 쓰는 새로운 필자를 찾아내 출판하는 노력을 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