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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최근순은 경기민요를 부르기 위해 태어난 사람

[국악속풀이 185]

[그린경제/얼레빗=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젊은 소리꾼 조정란이 평택에서 국악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몇몇 동인들과 함께 선대 음악인들이 이어준 전통음악을 창조적으로 계승하면서 여기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려는 의식 있는 운동을 전개하기 위하여 조경하, 이현숙, 박미예, 정덕근 등과 함께“움”Art 의 창단공연을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소규모 활동은 지방을 근거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 창단공연에는 소리꾼 오정혜의 사회로 길굿과 비나리, 승무와 단가, 신영희 명창의 판소리, 대금연주와 장고춤, 단막창극 등이 소개되었다는 이야기, 이러한 기회를 통하여 지역민들을 화합의 장으로 안내하게 되고, 애향심을 키우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는 이야기,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하여 마을축제로  발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격려의 뜻을 소개하였다.

이번 주에는 오는 11월 22일 경기도 국악당에서 12좌창 전곡을 발표하는 최근순 명창의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다. 최근순 명창은 10여 년 전, 서울의 국립극장에서 12좌창의 완창무대를 가진바 있다. 그런데 그 때보다는 성숙되고, 원숙해진 소리로 세상 사람들의 마음과 귀를 즐겁게 해 주기 위해 또다시 완창의 무대를 갖는다. 실로 경기소리에 대한 뜨거운 그의 열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경기의 12좌창은 한곡 한곡이 느린 속도로 진행되는 곡조들이다. 장단 역시, 단조롭게 반복되는 6박형 도드리장단이다. 그래서 변화무쌍한 장단과 즉흥성이 강조되는 다른 노래들보다는 훨씬 재미가 덜 하다. 그러나 창법은 매우 어렵고 다양한 목구성을 요하는 노래이고, 창자의 음악성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의 노래가 곧 경기지방의 12좌창이라 할 것이다.

12가사나 좌창은 정좌해서 부르는 태도라든가, 또는 정해진 가사의 토씨 하나라도 빼거나 틀리지 않아야 한다는, 다시 말해 노랫말의 발음이나 의미의 전달이 명쾌하게 들어나야 한다는 점이 다소 부담스러운 노래이다. 그렇기에 1~2곡도 아닌 12곡 전곡을 한 무대에서 계속해서 부른다는 그 자체가 명창들에게는 매우 부담스러운 연출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보통의 명창 발표회에서는 일반적으로 부담이 적은 장절형식의 짧고 신명나는 민요가 중심을 이루고 있고 좌창은 처음에 의례적으로 1~2곡 포함하는 무대가 대부분인 것이다.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는 점이 발표자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그토록 느리며 단조로운 가락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시 말해 듣고 이해할 수 있는 감상자들이 적다는 점도 발표회를 가로막는 요인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이제까지 12좌창을 한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부른 사람들은 경기민요 준 보유자인 김금숙 명창을 비롯해 매우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최근순 명창을 만날 때 마다 떠오르는 말이 있다. 잘 달리고 있는 말에 채찍질을 한다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는 말이다. 항상 소리 속에서 소리와 함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지금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 KBS국악대상에서의 최근순 명창

몇 해 전의 일이다. <남원 춘향제> 심사를 마치고 최영숙 명창의 자동차로 밤늦게 돌아오게 되었는데, 남원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4시간여 최근순은 잠시도 쉬지 않고 12좌창이며 경서도민요, 토속민요, 창작민요, 대중가요, 외국가요 등을 불러대는 것이었다.

명분은 운전기사의 졸음을 예방하는 배려라 했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노래를 부르지 않고는 잠시도 못 살 사람처럼 보였다. 진정으로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소리를 하며 스스로 자족해 하는 모습이며 즐거워하는 표정이 아름답게 기억되고 있다. 그 많은 노래의 가사를 정확하게 암기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최근순의 노력이나 공력은 충분히 인정된다.  

얼마 전, 수원 문예회관 무대에서 펼친 개인 발표회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경기지방의 좌창이나 민요 외에도 민요조의 대중가요를 비롯하여, 일반 관객들이 잘 알고 있는 외국의 가요들을 열창하여 대단한 반응을 불러 모았다. 단순히 소리만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발림이라 할 수 있는 몸 전체로 노래하는 열정을 보여 객석을 충분히 압도하였던 것이다.

그러한 무대를 통하여 최근순은 “진정으로 힘들고 어려운 노래가 바로 전통적인 좌창이었다는 점”을 실토하고 있으며 서울, 경기지방에서 불려 오던 좌창(일반적으로‘잡가’라 칭하는 음악)이 어떤 노래인가를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주로 서울 경기지방에서 긴 호흡으로 불러온 통절, 혹은 분절형식의 12곡을 <12잡가(雜歌)>, 또는 <긴잡가>라 부른다.  이러한 이름은 소위 양반들이 부르던 <정가(正歌)>에 대한 대칭 개념에서 붙여진 명칭들이라 하겠다. 12가사를 본떠 긴소리 12곡을 모아 놓은 서울 경기의 12좌창은 그 연행의 태도나 음악적 분위기가 12가사와 유사하다. 신분의 구분이 사라진 현대에 와서도 <정가>니 <잡가>니 하는 구분도 맞지도 않을 뿐더러 더욱이 서울 경기지방에서 불려온 이러한 민속가를 잡가(雜歌)라 부르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음악적 분위기나 호칭의 의미면에서 더욱 그러하다.(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