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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벌물

[뜻] 맛도 모르고 마구 들이켜는 물
[보기월] 앞으로는 맛을 보라고만 할 게 아니라 벌물 마시 듯이 할 수 있도록 둘레를 토박이말로 넘쳐 나게 하는 데 더 힘을 써야겠습니다.

 
4347해이자 2014해 올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4347이 뭐예요? 라고 묻는 아이들이 있었고 그걸 알려 줄 수 있었습니다. 무엇을 잣대로 삼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삶이지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잣대로 일몬을 볼 수 있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숨을 쉬듯이 쓰는 우리 말도 알고 쓰는 게 다가 아니고 모르는 말이 더 많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낯설지만 알아서 쓰면 좋겠다 싶은 말들을 맛보여 드리는 일에 힘을 썼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제가 들인 힘과 때새와 견주어 봤을 때 그리 보람이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저와는 아주 다른 입맛을 가진 사람들에게 제 입에 맛있다 싶은 것들을 자꾸 맛보여 드렸습니다. 그렇다 보니 제 생각만큼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을 만나기가 어려웠구요. 토박이말 맛을 보신 분들이 저절로 토박이말을 찾도록 하겠다는 마음만 앞섰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맛을 보라고만 할 게 아니라 벌물 마시 듯이 할 수 있도록 둘레를 토박이말로 넘쳐 나게 하는 데 더 힘을 써야겠습니다. 

많이 모자라지만 있는 그대로 토박이말을 좋아해 주신 분들께 참으로 고맙습니다. 그런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멈추지 않고 이 일을 할 수가 있었고 앞으로도 할 것입니다. 머리 숙여 인사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온 나라 사람들이 토박이말로 생각과 느낌을 막힘없이 주고받는 나라를 만드는 게 제 큰 꿈입니다. 그동안 큰 꿈을 이루어 가는 징검다리와 같은 작은 꿈들을 하나씩 이뤄왔습니다. 지난해 이맘때는 쇠실(금곡)에서 작은 꿈을 이뤘고 올해는 진주교육청에서 또 하나의 꿈을 이뤘습니다. 새해에는 경남교육이 토박이말 갈배움에 푹 빠지도록 만들 또 하나의 작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이 그 꿈을 이루는 데 힘과 슬기를 모아 줄 거라 믿습니다. 

   밝아 오는 새해에도 알음이 있는 멋진 한 해가 되시길 빕니다.^^

'벌물'은 위의 뜻 말고도 '물을 논에 대거나 그릇 따위에 담을 때에 딴 데로 나가는 물', '넘쳐흐르는 물'의 뜻도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보기들이 있네요.
- 저 물을 건너느니, 차라리 저걸 벌물로 다 들이켜는 것이 더 쉬울 성싶었다.(현기영, 변방)
-너무 목이 말랐던 나머지, 나는 맛 좋다고 이름난 생수를 벌물로 들이켰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