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사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종묘의 제사의식 중 영신례, 전폐례, 진찬, 초헌례까지의 음악과 춤 이야기를 하였다. 영신례는 신을 맞이하는 의식으로 <희문>을 헌가에서 연주하며 왼 손에 약(), 오른손에는 적(翟)을 들고 추는 문무(文舞)가 행해진다는 점, 두 번째 의식은 전폐(奠幣)례로 등가에서 <전폐희문>을 연주하며 역시 문무가 추어진다는 점, 전폐희문은 희문을 변주시켜 연주한다는 점, 세 번째 의식은 진찬의 예로 진찬이라는 악곡을 연주하지만 일무는 쉬게 된다는 점을 말했다.
또 종묘나 문묘는 음악을 연주하는 악대가 두 곳에 나누어져 있는데, 돌계단 위의 악대는 등가, 댓돌 아래 넓은 뜰에 위치한 악대는 헌가라는 점, 그리고 네 번째 의식이 바로 첫잔을 올리는 초헌례의 의식인데 여기서는 보태평 전곡을 반복하여 연주하게 되며 춤은 문무가 이어진다는 점, 제사를 지낼 때 초헌, 아헌, 종헌 등 세잔을 올리는데, 그 중에서도 첫째잔의 의미는 조상의 내면세계, 즉 문(文)과 덕(德)을 칭송하는 의미라는 점을 이야기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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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묘제례에서 일무를 추고 있다. |
이번 속풀이에서는 종묘제례에서 둘째 잔을 올리는 아헌례(亞獻禮)의 이야기로 이어가도록 하겠다.
초헌례까지는 주로 보태평의 음악을 연주하였지만, 아헌례는 정대업의 음악을 연주한다. 정대업은 그 음악적 분위기가 보태평과는 다르다. 보태평 음악은 5음으로 구성된 평조음계의 음악이지만, 정대업은 계면조의 음악이어서 평조의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과는 달리, 씩씩하고 활달하며 강렬하면서도 애절한 느낌을 주는 음악이다.
둘째 잔의 의미는 조상의 외적인 업적, 즉 무(武)와 공(功)을 칭송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아헌례의 시작 역시 초헌례와 달리 진고십통(晉鼓十通)으로 시작한다. 진고라는 큰 북을 10회 친다는 말이다. 정대업의 음악은 소리 큰 태평소와 징(大金)이 편성되어 전체적인 음량이나 가락의 진행을 인도하는 점이 앞의 분위기와 대조를 이룬다. 일무는 무무가 추어진다.
여섯 번째의 의식은 종헌례이다. 종헌례는 세째잔을 올리는 예식이다.
종헌례의 음악이나 춤은 앞의 아헌례와 동일하다. 다만, 음악을 끝낼 때는 대금십차(大金十次)라 하여 징을 10회 침으로 해서 음악을 끝내는 것이다. 그러니까 음악을 시작할 때는 북소리를 내고, 종료할 때에는 쇳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것은 고진퇴금(鼓進退金), 즉 옛 전쟁터에서 북소리 울리거든 진격이요, 쇳소리 나면 퇴각하라는 전술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은 철변두라 하여 제기를 덮고 치우는 과정이 있고, 음악은 등가악대에서 <진찬>곡을 연주하며 춤은 퇴장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을 보내는 송신(送神)의 의식이 따르는데, 이때에도 <진찬>곡을 헌가에서 연주하면 제례음악의 연주는 모두 종료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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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묘제례에서 감작하는 모습 |
1920년대 초, 일제의 탄압이 절정에 달해 있을 무렵, 조선의 음악을 지키던 수백 명의 장악원 악사는 감축되고 또 감축되어 연주가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때 조선의 음악 현황을 살피기 위해 일본 궁내성의 지시를 받고 조선에 나온 사람이 다나베 히사오(田邊常雄)였다. 그를 위해, 아니 조선의 음악을 위해 몇 명 안 되는 악사들은 피 눈물을 흘려가며 혼신의 노력으로 종묘제례악을 연주했는데, 그 음악을 조용히 감상하고 난 히사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처음으로 조선의 아악을 들으니 나의 몸에 날개가 달려 하늘에 오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야말로 아악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는 것이라고 느꼈다. 애석하도다. 아악은 우리 일본에는 하나도 전하여 있지 않다. 이와 같이 고대의 음악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은 세계에서 조선뿐이다. 실로 세계의 보배이다. 나는 이것을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동양의 음악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
비록 그가 일본인이었으나, 조선의 아악을 듣고는 도저히 음악가적인 양심을 저버리지 못하였던 것이다. 무엇이 그를 감동시켰을까? 평생을 연주해 온 악사들의 혼신을 다한 연주에 감동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그 이전에 전폐희문이라는 음악 속에 녹아있는 다양한 음악요소, 즉 가락이며 호흡으로, 시김새며 음색으로, 평화를 사랑하는 따뜻한 민족의 감정이 담긴 유연한 흐름으로 표출되어 있는 민족혼이 그를 움직인 것이 분명하다.(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