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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섬과 작은 섬들을 잇는 다리가 될 수 있기를

[서평] 《섬 택리지》, 강제윤 시인, 호미

   
▲ 강제윤 시인의 《섬 택리지》 표지
[한국문화신문 = 양승국 변호사]  강제윤 시인이 이번에 섬 택리지를 냈군요. 그 동안에도 계속 섬을 걸으며 느낀 점과 섬의 이런 모습 저런 모습, 섬에 대한 애정 등을 섬을 걷다, 걷고 싶은 우리 섬, 보길도에서 온 편지, 걷고 싶은 우리 섬, 통영의 섬들등의 책에 풀어냈는데, 이번에는 전라남도 신안군의 섬들을 돌아보면서 이러한 것들을 섬 택리지로 풀어냈네요. 

저는 예전에 글을 쓰면서 참조하기 위하여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강시인이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연재하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강시인의 글에 빠져들면서 강시인이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전부 다 검색하여 찾아내 일일이 제 컴퓨터에 복사하여 넣고 틈틈이 보았었지요.  

그러다가 제가 프레시안 인문학습원에서 내놓은 여러 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강시인도 인문학습원에서 [섬학교][통영학교]를 이끄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저도 섬학교나 통영학교에 참가하고 싶었지만 그 동안 일정이 잘 안 맞아 신청을 못하다가 작년 1213-14일에 열린 통영학교에 참가하면서 처음으로 강시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강시인이 섬 택리지란 책을 냈다는 얘기를 듣고 당장 책을 사서 읽었습니다. 물론 그 동안 강시인의 글을 접하면서 느낀 호감 때문에 당장 책을 산 것도 있지만, 신안군 섬들에 대해 썼다고 하여 더욱 사 본 것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예전에 목포지원에 근무할 때에 신안군 선거관리위원장을 하면서 신안군의 섬들을 돌아보았기 때문에, 섬 택리지에서 다시 옛날의 추억을 되살려보고 싶었거든요. 

강시인은 책을 내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그네는 이런 보물을 찾아 10여 년 동안 섬을 헤매고 다녔다. 섬에 미쳐 살았다. 섬들을 떠돌며 섬들을 기록해 왔다. 처음 섬 순례를 떠날 무렵 나그네는 섬에서 태어났고 섬에서 오래 살았으니 섬을 잘 안다고 자부했다. 이제는 그것이 얼마나 오만한 착각인지를 깨달았다. 당시에는 우리 섬에 그토록 소중한 보물들이 숨어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 수백 개의 섬을 답사했지만 나그네는 여전히 섬의 가치를 다 알지 못한다. 그것은 섬에 사는 이들도 다르지 않은 듯하다. 많은 섬사람들이 자신이 사는 섬에 얼마나 큰 보물이 숨겨져 있는지를 깨닫지 못하고 살아간다. 

보길도에서 태어난 강시인도 자신이 그 동안 섬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 것이 얼마나 오만한 착각이었는지를 고백하고 있군요. 사실 우리 자신들은 우리가 태어난 고향, 우리가 몸담고 있는 조국 산하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우리가 잘 알고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고향, 우리의 조국 산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다면 지금처럼 조국의 산을 마구 자르고, 강을 썩게 하고, 수 만년 걸려 만들어진 갯벌을 한 순간에 덮어버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강시인의 책들을 보면 강시인이 섬을 다니면서 개발의 망령이 섬들을 야금야금 파먹어 들어가는 것을 보며 가슴 아파하는 장면이 여기 저기 나옵니다. 

강시인은 책을 여는 글을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지구는 물의 행성이다. 지구 표면의 70%가 바다다. 지구(地球)가 아니라 수구(水球)인 것이다. 바다에서 보면 대륙 또한 물 위에 떠 있는 하나의 큰 섬에 지나지 않는다. 누구도 바다를 떠나 살 수 없다. 잊고 있었지만 우리는 모두가 섬사람이다. 누구는 큰 섬에 살고 누구는 작은 섬에 살 뿐이다. 이 책이 큰 섬과 작은 섬들의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지구가 아니라 수구라... 그렇지요. 저도 어릴 때 바다를 보지 못하고 살다가 처음으로 아버지께서 사다 준 지구본을 보면서 지구의 70%는 물에 덮여 있다는 것을 알고는 놀라워하던 것이 생각납니다. 신안군은 1,004개의 섬을 표방합니다. 물론 무인도까지 포함한 숫자이지만, 제가 신안군 선거관리위원장 할 때 들은 섬 개수보다 많아진 것을 보면 신안군에서 천사의 신안군을 이미지화하기 위해서 그 동안 눈여겨보지 않던 작은 무인도까지 샅샅이 찾아낸 모양이네요. <섬 택리지>에는 이중에서 21개의 유인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중에는 박지도와 반월도를 연결하는 노두와 관련된 젊은 비구와 비구니에 관한 슬픈 전설이 있는가 하면 안좌도 대리마을 뒷동산의 여근석 때문에 마을 여자들이 바람이 난다고 마을 입구에 남근석 두 기를 만들어 세운 마을 남자들 이야기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강시인은 남근석을 세웠다고 여자들 바람기가 잠잠해졌겠느냐, 오히려 은밀해진 것 아니냐며 남근석에 회의를 나타냅니다.  

그러면서 바람을 피우는 상대는 남자들인데 어째 남자들 바람기 제압할 생각은 안 했느냐? 바람의 원인을 여자들에게 뒤집어씌운 것은 마을 장로들도 뭔가 스스로 찔리는 것이 많아서 그런 것 아니냐?’하며 의문을 제기합니다. 하하! 제 생각에도 마을 장로들에게 뭔가 찔리는 것이 있을 것 같은데요?  

임자도 이야기에서는 자결한 기생 이야기가 나옵니다. 일제 시대 때 임자도 타리에 파시(波市)가 열리면 각지에서 배가 몰려오고 이에 따라 장사치나 색시들도 몰려옵니다. 그래서 파시가 열릴 때면 임시 가옥이 100여 호가 생길 정도였고, 임자도는 도시의 유흥가를 방불케 했다는군요.  

그런데 어느 해인가 여름에 조선 기생 한 사람이 일본 어부에게 맞아죽었답니다. 그러니 동료 기생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러나 흥분한 동료 기생들이 주재소로 몰려가 항의했어도 살인자는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이에 동료의 원한을 풀 수 없는 것을 원통해 한 조선 기생 30여 명이 모두 함께 양잿물을 마시고 자결했다는군요. 임자도에 그런 슬픈 역사가?? ! 식민지 백성의 이 비애란... 

책을 읽다보면 강시인이 참 마음이 따뜻한 사람인 것을 느끼게 됩니다. 강시인은 장산도에 들렀을 때 장산도 들노래로 1981년 전국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던 이귀인, 강부자 노부부의 집에서 이들의 소중한 얘기를 받아 적습니다. 그 때 강부자 선생은 끼니 때가 되자 밥상을 차려 내오면서 강시인에게 식사를 권합니다. 강시인이 숟가락을 들자, 강부자 선생은 오시라고 해도 안 오실 텐디, 이라고 대접이 소홀해서 미안하요.” 하십니다. 이 말을 들을 때 강시인은 울컥합니다. 강시인은 그 때의 마음을 책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밥을 삼키다 말고 울컥한다. 어머니 마음이다. 밥을 얻어먹고 집을 나서는데 강부자 선생이 손을 잡으며 또 오시오다정하게 말씀을 건네신다. 언제 또 오리란 기약도 없는 길손. 길손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낸다. 

~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여기에서 다 말씀드릴 수는 없겠지요. 마지막으로 제가 공감하는 강시인의 말 한마디를 언급하고 제 이야기를 마치렵니다. 강시인은 병풍도의 염전과 논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길을 나서면 세상은 어딜 가나 온통 이야기 세상이다. 세상 어느 곳도 이야기로 채워지지 않은 공간이란 없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뿐이랴. 풀과 나무와 바람과 파도와 꿩과 백로와 여치와 개구리까지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 존재란 없다. 당장 길을 떠나 보라. 길을 걸으면 길바닥에 널린 것의 절반은 이야기다. 작가는 그저 주어 담기만 하면 된다. 

저도 어디 갔다 오면 가끔 여행기를 쓰는데, 제가 여행기를 쓰면서 느꼈던 것을 강시인이 대신 얘기해주고 있네요. 저 또한 여행을 하면서 주어 담은 것을 여행기로 풀어내다보면 어떤 때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가 풀려나와, 제 여행기를 읽어본 사람들로부터 어쩜 그 짧은 여행 기간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느냐?”는 얘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최근에도 45일 동안의 일본 여행기를 썼는데, 사진도 좀 넣고 하니 여행기가 56쪽의 분량이 나와, ‘이거 내가 너무 쓸 데 없는 것까지 풀어냈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답니다. 

이번 주말이면 강시인은 또 어떤 섬을 걷고 있을까? 다음번에 강시인이 풀어낼 우리의 섬 이야기가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