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사시사철 나물을 즐겨 먹는 아주머니가 이웃집에 사는 덕에 심심치 않게 나물반찬을 얻어먹고 있지만 ‘광대나물 무침’이라는 소리는 들어 보지 못했다. 그런데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누리집에 광대나물을 소개하길 “어린순은 나물로 먹고 한방약으로 달여 먹으면 월경불순, 소아허열, 현기증, 간염, 부종 따위에 잘 듣는다”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는 광대나물도 흔히 먹던 나물이었던 것 같다.
어째서 나물이름에 ‘광대’가 들어 간 것일까? 누리꾼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싶어 뒤져보니 자칭 ‘들꽃 도사’들은 한결같이 “꽃모양이 광대 같아서” 라고 쓰고 있다. 정말 그럴까?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광대나물 : 꿀풀과의 한해살이풀 또는 두해살이풀. 높이는 25~30cm이며, 잎은 마주난다. 4~5월에 붉은 자주색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윤산(輪繖) 화서로 핀다. 어린잎과 줄기는 식용하고 전체는 토혈(吐血)과 코피를 멎게 하는 데 쓴다. 밭이나 논에 자라는데 한국, 북아메리카,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고 설명할 뿐 광대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광대’라는 말이 들어간 이름은 광대나물 말고도 광대꽃, 광대싸리, 광대수염, 왜광대수염, 섬광대수염 따위가 있는데 일본말에서 유래한 ‘광대수염’을 먼저 살펴보면, 이는 일본말 ‘오도리꼬소우(オドリコソウ, 踊子草)를 번역한 말로 ‘오도리꼬’란 광대라기보다는 춤추고 노래하는 기생(舞妓, 舞子)에 가까운 말인데 이를 한국말로 ‘광대’로 번역해 놓았다.
▲ 순백색의 광대수염 <사진작가 이명호 제공>
1922년에 조선총독부학무국에서 만든 《조선식물명휘(朝鮮植物名彙)》에는 ‘광대싸리(ヒトツバハギ)’ 만 소개되다가 1937년에 나온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에 와서 광대나물, 광대수염, 섬광대수염, 흰꽃광대나물 따위가 소개되는 것으로 보아 이 무렵에 일본말 ‘오도리꼬(踊子)’를 ‘광대’로 번역 한 것으로 보인다.
더 흥미로운 것은 ‘광대나물’이란 이름이다. 광대나물의 일본이름은 ‘호도케노자(仏の座, ホトケノザ)’ 인데 직역하면 ‘부처자리’이다. 이는 중국말 보개초(寶蓋草)에서 보듯이 불상을 받쳐주는 대좌(臺座) 모습을 하고 있어 붙은 이름이지만 이것을 한국말 ‘광대나물’로 부르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에 불교를 탄압하고 조선의 불교를 낮잡아 보는데서 붙여진 이름으로 보인다. 식물이름에 ‘중대가리풀(토방풀)’이나 ‘중대가리나무’도 있는데 이러한 이름들은 모두 불교를 낮잡아 부른 이름에서 나온 발상인 것 같다.
중대가리란 이름에 대해서 식물학자 김종원 교수는 “중대가리나무의 열매 모양은 승려 머리를 떠올리기에 충분하지만 이름이 상스럽다. 불교의 세 가지 보배의 하나가 수행승인데 입장을 바꿔 보면 큰 무례다”라고 지적한다.
광대나물꽃은 불상의 받침대 같은 모양 위에 연분홍 꽃이 피고, 광대수염은 순백색의 꽃잎이 마치 흰 고깔을 쓰고 승무를 추는 우아한 승려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데 이것을 ‘광대’에 견주는 것이 못내 아쉽다. 거기에 한술 더 떠 섬광대수염은 일본인학자 나카이가 학명을 “Lamium takesimense NAKAI” 라고 턱허니 자기이름으로 올려놓았다. 편치 않은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