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삼현영산회상>이란 음악은 높은 음역에서 이루어지는 흥겨운 가락과 다양한 장단형이 특징이란 이야기를 하였다. 아울러 삼현의 넓은 의미는 민간의 잔치음악이나, 제사음악, 군악 및 행악, 춤의 반주악이나 탈놀이의 반주음악 등 음악 전반을 뜻하는 용어이고, 좁은 의미는 대풍류 형태로 연주되는 <삼현영산회상>을 지칭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일반적으로 민간 대풍류는 세 종류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민간 <삼현영산회상>이고, 둘은 취타풍류이며 셋은 승무의 반주음악으로 연주되고 있는 염불풍류라는 이야기, 대령산은 삼현영산회상을 일컫는 이름이지만, 작게는 대풍류 첫곡의 명칭이라는 이야기, 장단형은 쌍(雙), 편(鞭), 고(鼓), 요(搖)이며 장고점(杖鼓點)간의 박자가 일정치 않아 이를 제대로 연주하기가 어렵기에 각 연주자들이 다른 악기의 선율을 훤히 꿰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 <관악영산회상>을 연주하고 있는 삼현육각보존회 회원들
민간 대풍류의 삼형영산회상을 <국립국악원>을 비롯하여 정악계에서는‘관악영산회상’ 또는 아명을 사용하여 ‘표정만방지곡’이라 부르고 있다. 특히 이 곡의 첫 악장인 <상령산(上靈山)>은 악보상에는 20박을 한 장단으로 기보하고 있지만, 실제의 음악은 박자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불규칙한 것이 특징이다. 박자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불규칙적이라는 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첫째 장단은 20박자 정도로 연주가 되고, 둘째장단은 18박자 정도이며 셋째 장단은 23박자 정도로 들쭉날쭉 하게 진행된다는 말이다.
이처럼 박자가 일정치 않은 음악을 여러명의 악사들이 연주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내가 연주하는 선율과 다른 악기들의 선율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마치 자동차 운전을 할 때 나는 물론, 타인도 배려해야 되는 논리, 즉 신호등을 잘 지켜야 되는 것처럼 <상령산>에 있어서의 약속자리가 바로 장고나 북을 치는 자리인 것이다. 그 약속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장고의 합장단 주법을 갈라치기도 한다.
이 주법은 장고의 합장단 주법인 쌍, 다시말해 오른손과 왼손을 동시에 치는 주법이다. 그러나 <상령산>에서는 채편을 먼저 치고 북편을 이어서 치는 주법을 말한다. 달리는 선편(先鞭)후수(後手)라고도 한다. 그렇지만 이 음악도 춤의 반주음악으로 사용할 때는 장단을 규칙적으로 쳐서 여러명이 춤을 추기 쉽게 하는 것이다. 참고로 관악 영산회상의 상령산은 그 시작부터가 특이하게 진행된다.
먼저 음악의 시작을 알리는 박을 일타(一打)하면 가장 먼저 장고의 편(鞭)과 이어서 북이 울린 다음, 고(鼓)자리부터 피리 선율이 시작되고, 요(搖)부터 대금과 해금, 아쟁 등이 소리를 이어받아 전제적인 합주가 시작되는 형태인 것이다. 시작을 알리는 박 소리에 동시에 시작되는 여타의 음악과는 그 시작형태가 완연히 다르다.
제3악장인 세령산(細靈山)에서는 10박 장단형으로 변하고, 이어 삼현도드리, 염불도드리에서는 6박형 장단이 쓰이는데, 이 6박형 장단을 통칭하여<도드리 장단>이라고 칭한다. 도드리 장단의 구성은 쌍2박-편1박-고1박, 요2박 등 6박의 구조가 기본이나 단조롭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장고점의 순서를 바꾸는 변형장단이 많이 쓰이고 있다.
특히 가락의 흐름에 따라 변형의 장단이 쓰이고 있어 곡조를 훤히 아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피리 연주자들이 장단을 맡는 편이다. 그러므로 삼현영산회상은 고음역에서 이루어지는 가락의 흥겨움이나 변형 장단의 다양함이 이 음악의 특징이 되고 있다고 하겠다.
▲ 진유림 명무의 <승무>에 맞춰 염불풀류를 연주하는 모습
풍류의 또 다른 하나가 염불풍류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승무춤을 반주할 때에 듣게 되는 음악이다. 원래 염불이라는 말은 불교의 가장 기본적인 수행법으로 부처의 모습을 그리면서 부처의 공덕을 생각하거나 소리를 내어 관세음보살이나 아미타불과 같은 부처의 이름을 외우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승무의 반주음악에는 일반적으로 긴염불-반염불(도드리)-타령-굿거리-법고-굿거리-당악 등을 차례로 연주되고 있다. 이 중에서 긴염불이란 ‘느린 속도로 연주되는 염불’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이름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있는 악곡명이 아니다. 명칭 그대로 염불이란 악곡을 느리고 길게 연주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렇다면 길지 않은, 즉 느리지 않은 염불은 어떤 곡인가?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반염불이다. 왜 느리지 않은 염불을 반염불이라 부르고 있는 것인가?
아마도 앞의 긴 염불 박자를 반으로 줄여서 연주한다는, 즉 앞에서 연주한 음악을 보다 빠르게 연주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명칭에 대한 관습은 일관성의 논리가 없는 셈이다. 상식적으로는 <염불>이라는 음악이 있고, 이를 느리게 연주하면 <긴염불>이 되어야 하고, 염불을 빠르게 연주하면 <반염불>이라고 불러야 하는데, 정작 원곡인 염불은 없는 셈이다. 그러나 긴염불, 반염불이라 불러온 관습은 불편없이 통하고 있고 문제도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반염불을 다른 이름으로는 <도드리>라도 부르고 있다. 6박으로 구성된, 즉 쌍2박-편1박-고1박-요2박으로 진행되는 도드리 장단으로 연주하는 음악이어서 이를 도드리라고 부르는 것이다. (다음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