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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오복의 화신으로 여겼던 박쥐무늬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99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박쥐는 짐승 가운데 유일하게 날 수 있는 동물인데 박쥐에 대한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박쥐는 짐승과 새가 싸울 때 짐승이 우세하자 새끼를 낳는 점을 들어 짐승 편에 들었다가, 다시 새가 우세하자 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새의 편에 들었다는 우화에도 잘 나타나 있듯이 박쥐는 변덕이 심한 동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박쥐는 예부터 행복을 상징하는 동물로 생활용품 속에 그 모양을 그려 넣거나 공예품, 가구 장식, 건축 장식으로 널리 쓰였습니다.

 

또한 박쥐를 길상(吉祥)무늬로 여겨 베갯모에 수놓았을 때는 다산을 뜻하였고 아들을 점지해 주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이는 박쥐의 강한 번식력에서 유래한 것으로 한자문화권에서는 모두 길한 동물로 여겼는데 특히 중국에서는 복(福) 자를 크게 써서 박쥐가 거꾸로 매달린 것처럼 걸어두면 복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는 박쥐를 뜻하는 한자 편복(蝙蝠) 속에 들어 있는 복(蝠) 자를 복(福)으로 해석한 것이지요. 박쥐를 하늘의 쥐를 뜻하는 천서(天鼠)라고 부르거나 신선한 쥐라고 해서 선서(仙鼠)라고도 불렀습니다.

 

 

박쥐는 주로 밤에 움직이므로 우리말로는 밤쥐를 뜻하는데 이 말은 발, 밝, 박으로 굳어져 오늘날 박쥐가 된 것으로 보고 있지요. 풍수지리서에는 산세(山勢)가 박쥐 모양이면 묏자리로 명당 터이며 자식이 장원급제하여 높은 벼슬에 오른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박쥐는 낮에는 쉬고 밤에만 움직이기에 사람도 낮과 밤이 뒤바뀐 사람을 박쥐족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현실에서는 그다지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던 박쥐는 생활용품 따위의 무늬로는 더 없이 호평받아 오복의 화신으로까지 여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