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사나이 세상에 태어나 조국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것 그보다 더한 영광 없을 지어니 비굴치 말고 당당히 왜놈 순사들 호령하며 생을 마감하라 이윤옥 시인의 시 "목숨이 경각인 아들을 앞에 둔 어머니" 가운데 이는 십수 년을 여성독립운동가를 조명하는 일에 몸 바쳐 《서간도에 들꽃 피다》 책 10권을 완간한 이윤옥 시인이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애국지사의 심정이 되어 쓴 시 일부다. 며칠 전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우리 겨레의 원수 이등박문을 처단한 날이었다. 그런데 그 위대한 영웅 안중근 의사의 뒤에는 안중근보다 더 당당한 어머니 조마리아 애국지사(본명 조성녀, 태어난 날 모름 ~ 1927.7.15.)가 있었다. 위 시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조마리아 애국지사는 아들의 구명이 아니라 “당당히 왜놈 순사들 호령하며 생을 마감하라”라고 담담히 타이른다. 그 어떤 어머니가 자식의 죽음 앞에 태연할 수 있으랴. 하지만, 조마리아 애국지사는 그렇게 우리의 영웅 안중근을 만들어낸 위대한 분임을 시는 말하고 있다. 이 시는 팝페라-크로스오버 공연활동을 하고 있는 팝페라테너 주세페김이 작곡하여 그의 아내 소프라노 구미꼬김과와 함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웃 음 보 - 김 태 영 벌써 여섯 해 되었네요 남편 직장 따라간 우리 딸 멕시코시티에 살고 있어요. 이른 아침에 전화를 받았어요. 엄마! 우리 딸 비주가 최고 성적으로 졸업했어요. 딸아이 목소리에 노래가 섞였다 “아. 그래 축하한다 네 딸 비주도 훌륭하지만 내 딸 지온이도 훌륭한 거 알지” 내 말 듣고 있던 우리 딸 웃음보가 터져 여기까지 들렸어요. *비주 / 손녀이름 *지온 / 딸 이름 검색 사이트에서 영화 “엄마와 딸”을 검색하면 아예 제목이 <엄마와 딸>인 한국멜로영화가 있는가 하면, 엄마와 딸의 연애편지를 얘기하는 <프리키 프라이데이>, 엄마와 딸의 서로 다른 시선이 부딪칠 때를 그리는 <스프링타이드>, 엄마와 딸, 사람 대 사람으로써의 인생 만남 영화 <바람의 언덕> 등이 보인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엄마와 딸”을 검색하면 국내도서로 무려 293개나 뜬다. 그만큼 엄마와 딸 관계는 책의 소재로도 중요한 것이리라. 여기서 몇 가지 책 제목을 보면 “열살 전에 떠나는 엄마 딸 마음여행”, “오늘 미워하고 내일 또 사랑하는 엄마와 딸”, “딸이 사춘기가 되면 엄마는 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蕭蕭落木聲(소소락목성) 우수수 낙엽 지는 소리에 錯認爲疎雨(착인위소우) 성근 비라고 생각했네 呼僧出門看(호승출문간) 동자승 불러 문을 나가 보게 했더니 月掛溪南樹(월괘계남수) 달이 시내 남쪽 나무에 걸려 있다고 하네 밖에서 스산한 소리가 난다. 동자승을 불러 혹시 비가 오는지 나가보라고 한다. 밖에 나갔다 들어온 동자승이 하는 말 “시내 남쪽 나무에 달 걸렸네요." 쓸쓸한 나뭇잎 지는 소리를 비가 오는 소리로 착각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동자승이 한 말은 한 편의 아름다운 시다. 나무 가지 사이로 살짝이 고개를 내미는 달, 그러니 비가 올 리가 없지. 이 시는 송강 정철(鄭澈, 1536-1593)의 ”산사야음(山寺夜吟)“라는 제목의 한시다. 여기서 시는 쓸쓸한 나뭇잎 지는 소리로 시작한다. 나이가 들어가는 우리네 삶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음이렷다. 나이가 들면서 나의 몸에는 점차 몇 가지 눈에 띄는 것들이 있다. 까맣던 머리는 희끗희끗 새치가 많아지고, 윤택하던 피부는 잔주름과 함께 거칠어지고, 어디 그뿐이랴. 젊었을 때와 달리 조금만 운동하면 숨이 차고 헐떡이기까지 한다. 그걸 보며 머리는 염색하고, 얼굴의 잔주름 펴 젊게 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 줌의 흙 - 석 화 밟고선 이 땅이 없다면 그대 어찌 저 하늘에 웃음 날리며 자유로이 두 발 옮겨 디딜 수 있으랴… 따스한 해살이 고맙거든 시원한 바람결 즐겁거든 그대여 먼저 밟고 선 이 땅을 살찌우자 다시는 몰아치는 허풍에 이 땅에서 쭉정이만 날리지 않게 하자 최근 뉴스에는 국방의 의무에 대한 두 가지 예기가 분분하다. 그 하나는 방탄소년단에 병역특례를 주어야 하는지와 지난 17년 동안 병역 의무 문제로 비자발급이 거부되고 있는 가수 유승준 이야기다. 그만큼 적으로부터 조국을 지키기 위한 병역은 우리나라처럼 강대국 사이에 끼었을 뿐만이 아니라 6.25전쟁을 치른 나라로서는 첨예한 얘깃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내가 디디고 있는 땅 곧 조국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 연변의 유명한 우리 동포시인 석화는 <한 줌의 흙>이란 시에서 “밟고선 이 땅이 없다면 / 그대 어찌 저 하늘에 웃음 날리며 / 자유로이 두 발 옮겨 디딜 수 있으랴…”라고 분명히 말한다. 그러면서 “따스한 햇살이 고맙거든 / 시원한 바람결 즐겁거든 / 그대여 먼저 / 밟고 선 이 땅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호주머니 - 윤 동 주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만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텔레비전 프로그램 ‘동네 한 바퀴’에서 진행자가 정성껏 차린 밥상을 5,000원만 받는 할머니께 진행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이렇게 하면 남는 게 있어요.” 나직한 목소리였지만 할머니의 대답은 단호했다. “죽을 때 입는 수의에는 호주머니가 없다고 하잖아요. 돈이 아니라 사람이 남는 게 진짜 장사지요.” 그렇다. 사람이 죽어서 입는 수의에는 호주머니가 없다. 문상 온 사람이나 망자의 친척들이 노잣돈 하라고 돈을 내놓지만 이를 망자가 가져가지 못하고 후손들이 챙긴다. 그러나 우리 어렸을 적 가난한 시절에 입었던 옷에는 호주머니가 달렸어도 거기에 넣을 것이 없었다. 그래서 윤동주 시인은 겨울만 되면 그 호주머니에 ‘주먹 두 개 갑북갑북’ 넣었단다. 영혼이 맑은 윤동주 시인만이 생각해낼 수 있는 상상이다. 주먹이라도 넣어두면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음인가? 최근 뉴스들을 보면 “애플 호주머니 채워준 '호구' 이통사”, “줬다가 뺏은 장학금, 다시 총장 호주머니로?”, "트럼프, 푸틴 호주머니 속에서 놀아났다." 등 호주머니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엄마는 낮은 곳도 잘 살피세요 - 이 영 균 나는 작은 풀꽃을 좋아하고요 엄마는 키다리 화사한 꽃을 좋아하세요 그러다가도 엄마는 풀꽃을 보려고 낮은 키로 앉아요. 내 키만 해져서는 귓속말로 작은 꽃이 더 예쁘데요. 길가에 버려지듯 핀 풀꽃 좋아해 주면 모두 행복할 거예요. 엄마는 허리 굽혀 풀꽃 옆의 쓰레기를 주었어요. 작은 것을 가리키는 말에 ‘나노(nano)’란 것이 있다. 나노는 그리스어의 “난쟁이”란 의미에서 유래한 것으로 1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에 해당한 초미세단위다. 나노기술은 극미세 물질을 인위적으로 조작해서 새로운 성질과 기능을 가진 장치로 변화시키는 기술인데, 옷감과 같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질에서부터 나노로봇과 같은 과학의 산물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특히 반도체의 메모리 분야에서 나노 기술은 아주 중요하다. 반도체는 일정 수준 내에 얼마나 가는 선을 많이 넣어서 그 집적도를 높이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엄지손가락만 한 플래시 메모리에 자신의 컴퓨터 하드에 담긴 모든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넣어서 갖고 다닌다. USB 포트에 메모리만 꽂으면 되는 것으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제주 화북포구에서 - 고명주 포구에 파도가 이니 추사 선생 바람인가? 구년의 정진 속에 수선화가 피어나니 제주의 역사 속에 영원히 향기나리. 고명주 첫시집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고 그 너머》에서 제주시에서 언덕 하나를 둔 지척간에 있는 화북포구는 ‘베린냇개’ 또는 ‘별도포’라고 불렀다. 조천포구와 더불어 조선시대에 육지와 뱃길을 이어주던 2대 포구 가운데 하나로 대부분 유배인과 벼슬아치들은 이 포구로 들어왔다. 조선의 으뜸 명필이며, 학자인 추사 김정희도 이곳을 통해 유배를 왔음이다. 추사는 54살에 동지부사가 되어 연경으로 떠나기 직전 유배를 가야했고, 제주도에 들어와 험난한 삶을 살아야만 했다. 좁은 방안에는 거미와 지네가 기어 다녔고, 콧속에 난 혹 때문에 숨 쉬는 것도 고통스러웠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혀에 난 종기 때문에 침을 삼키는 것조차 힘든 날,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는 편지를 받아야 했을 정도로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유배지에서 화가 날 때도 붓을 들었고 외로울 때도 붓을 들었음은 물론 슬프고 지치고 서러움이 복받칠 때도 붓을 들었으며 어쩌다 한 번씩 받게 되는 반가운 소식이 올 때도 지체하지 않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간고등어 - 김경숙(안동) 장날이면 어김없이 자전거 뒷자리에 간고등어 한 손 묶어 오시던 당신 며느리 사랑에 손수 숯불 피워 석쇠에 고등어 올려놓고 아끼시는 대추술 꺼내 오시며 “에미야! 밥 다 됐나?” 가시 발라 손자 입에 먼저 넣어 주시고 고등어 접시 며느리 앞으로 슬며시 밀어주시더니, 사흘 뒤면 당신의 두 번째 제사입니다. 예전엔 화장지가 따로 없어서 호박잎을 따서 밑을 씻었는데 그 호박잎도 아까워서 며느리에겐 쓰지 못하게 했단다. 가시범벅인 식물을 가리키며 "너는 저걸로 닦아라."라고 해서 이름을 얻게 된 ‘며느리밑씻개’. 시어머니의 가시 돋친 구박을 다 받아내며 참고 살았을 이 땅 며느리들의 서글픈 인생살이가 느껴진다. 그런데 이 ‘며느리밑씻개’란 이름의 유래는 이윤옥 박사가 펴낸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에 보면 일본말 "의붓자식의 밑씻개(継子の尻拭い, 마마코노시리누구이)”에서 유래한 것으로 ‘밑씻개’ 앞부분인 “의붓자식”을 한국에서 “며느리”로 바꿔 부르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의붓자식”이 밉지만, 한국에서는 “며느리”가 밉다나? 그러나 그렇게 호된 시집살이를 시키는 시부모만 있는 것이 아니다. 퇴계 이황은 혼인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까막눈 우리 엄마 - 이 상 희 정 들인 편지 한 장 건넨 적 없어도 자취방 문 앞에 두고 간 미숫가루 봉지 안에는 당신 사랑 구구절절 넘치게 담겨 있었지요. 꾹꾹 눌러 가계부 한 줄 써본 적 없어도 주춧돌 하나 밥그릇 하나에 담긴 셈은 보릿고개 넘어가는 디딤돌이었습니다. 70여 생, 책 한 권 본 적 없지만 삶의 행간에 채워놓은 지혜는 팔 남매 이정표에 길라잡이가 되어 오늘도 헤매지 말라 손을 잡아 줍니다. 모래는 우리 겨레 삶을 지탱해온 24절기 열다섯째로 흰 이슬이 내린다고 하는 백로(白露)다. 옛사람들은 백로 즈음에 편지를 보낼 때 “포도순절(葡萄旬節)에 기체후 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하옵시고”라는 인사를 꼭 넣었다. 그것은 이 무렵 포도가 제철인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쯤 되면 ‘포도지정(葡萄之精)’을 잊지 말라고 한다. 그것은 어머니가 아이에게 포도를 먹일 때 한알 한알 입에 넣고 씨와 껍질을 발라낸 뒤 아이의 입에 넣어주던 정을 일컫는다. 예전 우리의 어머니는 그런 존재였다. “닭들도 깨지 않은 이른 새벽, 어머니는 쪽진머리에 하얀 치마저고리를 입으시고, 깊은 우물에 두레박을 내려 길어 올린 정화수를 장독대에 차려놓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김제 국숫집 - 주장성 김제 공단에서 일할 때 힘들 때면 따뜻한 국수 먹으러 가는 철공소 옆 막국숫집이 있었다. 맑은 목소리의 주인 여자는 양푼 하나 가득 국수를 말아 주곤 했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습관이라 양푼 가득한 국수를 다 먹고 나오며 "다음엔 좀 적게 주세요" 했다 여자는 수줍어하며 "제가 손이 좀 커서-"했다 그녀의 손은 작고 예뻤다 그 국숫집 문 앞엔 작고 예쁜 꽃들이 참 많이 피어 있었다. ----------------------------------- “서울 용산의 삼각지 뒷골목엔 '옛집'이라는 허름한 국숫집이 있습니다. 달랑 탁자 4개뿐인. 주인 할머니는 25년을 한결같이 연탄불로 진하게 멸칫국물을 우려 내 그 멸칫국물에 국수를 말아냅니다. 10년이 넘게 국숫값을 2천 원에 묶어놓고도 면은 얼마든지 달라는 대로 무한 리필.” <윤종건의 내 세상>이란 블로그는 이렇게 국숫집을 얘기한다. 그리고 또 이어진다. “첨엔 설익고 불고하던 국수를 노력 끝에 은근히 밤새 끓인 할머니 특유의 다싯물로 국수 맛을 내서 새벽부터 국수를 팔았습니다. 컴컴한 새벽에 막노동, 학생, 군인들이 주된 단골이었습니다. ‘하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