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 만에 완성한 詩欲凍(시욕동) 유치숙(柳痴叔)의 놀라운 예지력서애(西崖) 유성룡(柳成龍)에게는 모자란 삼촌이 하나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를 유치숙 이라고 불렀다. 유씨네 집의 바보 아저씨란 뜻이다. 유치숙은 어느 날 느닷없이 서애를 찾아와 바둑을 한판 청했다. 서애는 당시 바둑계의 국수(國手)였다. 어이가 없었지만 상대가 숙부인지라 마지못해 응해 주었다. 치숙은 바둑알을 하나씩 딱딱 놓을 때 마다 무슨 뜻인지 모를 소리를 뇌까려댔다. 딱! 설타음순시욕동! 딱! 매표가선곡생향! 조카 뭘 그렇게 꾸물대시나? 설타음순시욕동! 허허 주무시나? 매표가선곡생향!첫판에서 겨우 한 점 차로 서애가 졌다. 한 판 더 두기로 했다. 나를 모르면 죽어. 이놈아! 설타음순 시욕동! 죽긴 왜죽어? 여기 매표가선곡생향 나간다! 매표가선곡생향! 치숙의 날궂이 같은 소리는 점입가경이었다. 서애가 또 졌다. 져도 크게 졌다. 조카 이번엔 마지막 한판이네. 설타음순시욕동, 매표가선곡생향!말끝마다 그놈의 소리. 귀가 마다하고 문을 닫을 지경이었다. 설타음순이라 시욕동, 매표가선에 곡생햐~~ㅇ! 막판을 두는 동안에는 숫제 그 날궂이 에다가 육자배기 가락까지 붙여 무당 푸닥거리 하듯 흥
[그린경제=소병호 문화전문기자]때는 1398년(태조 7년) 어느 화창한 봄날이었다. 남원골 사매방(巳梅坊) 서당에 점잖은 한 노인이 찾아왔다. 서당에는 어린 학동들부터 청년에 이르기까지 십 오 륙 명의 학생들이 글을 읽고 있었다. 그 중 유난히 총명해 보이는 학동이 하나 있었다. 단정한 용모와 낭랑한 목소리만으로도 노인의 시선을 끌기에 족한 소년이었다. 노인이 훈장에게 묻는다. 저 아이가 누구요? 소연(蘇沿)이라고 합니다. 매우 영민해 보이는 군요. 예, 벌써 경서(經書)를 배우고 있습니다. 연(沿) 소년은 전라병사 소 후(蘇 後)의 아들이다. 네 살때 서당에 입학했고, 예닐곱살적부터 글을 지었다. 훈장은 글 읽기에 몰두하고 있는 소년을 부른다. 얘. 연아! 너 이리 와서 송강 대감께 인사 올려라! 소년이 노인 앞에 다가와 공손히 절을 올린다.노인은 송강(松岡) 이서(李舒), 홍주(洪州) 李씨다. 조선개국 3등공신으로 안평군에 봉해졌고 태종조에서 태자참찬문화부사로 재직 중인데 후일 영의정까지 오르게 될 인물이다. 휴가 차 향리에 내려 왔다가 평소 잘 알고지내는 이 서당에 들린 것이다. 네가 소연이냐? 예. 그렇사옵니다. 몇 살인고? 예. 아홉 살 입니다. 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