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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소년과 살구꽃

[소병호의 한시 산책 1] 수기치심(修己治心)에 힘썼던 소연(蘇沿)선생

[그린경제=소병호 문화전문기자]  때는 1398(태조 7) 어느 화창한 봄날이었다. 남원골 사매방(巳梅坊) 서당에 점잖은 한 노인이 찾아왔다. 서당에는 어린 학동들부터 청년에 이르기까지 십 오 륙 명의 학생들이 글을 읽고 있었다. 그 중 유난히 총명해 보이는 학동이 하나 있었다. 단정한 용모와 낭랑한 목소리만으로도 노인의 시선을 끌기에 족한 소년이었다.

노인이 훈장에게 묻는다.  
저 아이가 누구요?”
소연(蘇沿)이라고 합니다.”
매우 영민해 보이는 군요.”
, 벌써 경서(經書)를 배우고 있습니다.”
 
(沿) 소년은 전라병사 소 후(蘇 後)의 아들이다. 네 살때 서당에 입학했고, 예닐곱살적부터 글을 지었다.
 
훈장은 글 읽기에 몰두하고 있는 소년을 부른다.
. 연아! 너 이리 와서 송강 대감께 인사 올려라!”
소년이 노인 앞에 다가와 공손히 절을 올린다.
노인은 송강(松岡) 이서(李舒), 홍주(洪州) 씨다. 조선개국 3등공신으로 안평군에 봉해졌고 태종조에서 태자참찬문화부사로 재직 중인데 후일 영의정까지 오르게 될 인물이다. 휴가 차 향리에 내려 왔다가 평소 잘 알고지내는 이 서당에 들린 것이다.
 
네가 소연이냐?”
. 그렇사옵니다.”
몇 살인고?”
. 아홉 살 입니다.”
흐음 그래? 너 능히 글을 지을 수 있으렷다?”
 
때마침 마당에는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송강은 구세 소년에게 살구꽃을 시제로 내 주고 운자를 부른다. 운자는 어질인(), 봄춘(), 사람인()등 석자. 소년은 운자가 떨어지기가 바쁘게 즉석에서 오언절구 한 수를 능란하게 지어 낸다. 송강은 소년의 글재주에 탄복한다. 그리고 소년에게 살구행()자를 넣어서 행정(杏亭)이라는 호를 지어준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소년 행정은 훗날 송강공의 손서가 된다.
 
행정(杏亭) 소연(蘇沿)선생은 평생 벼슬을 탐하지 않았다. 세종14(1432)에 추천에 의해 정능참봉과 남대직장을 배수 받았으나 칠순 노모를 봉양하기 위해 곧 사직했다. 남대(南臺)란 은일(隱逸)로 학문과 덕행이 뛰어나 이조에서 사헌부 대관(臺官)으로 천거된 사람을 말한다.
 
이듬해 또 조정의 징명(徵命)을 받고 부득이 노성(魯城)현감으로 부임하자, 예교와 덕치로 현민을 계도하고 민생에 힘썼다. 불과 수개월만에 치적이 나타나매 현민이 감복하여, 현인이 와서 백성을 살렸다는 것을 뜻하는 내소(來蘇)”의 덕을 칭송해 마지 않았다.
 
얼마 후 노모봉양을 위해 사직하고 사가로 체귀(遞歸)했다. 병중에 노모를 지성으로 봉양하고 간병했으니 자기목숨으로 어머니의 명을 이어달라고 하늘에 기도했다
 
행정공은 주로 호암정사(湖巖精舍)에서 생활했다. 벗들과 시주(詩酒)로 아유(雅遊)를 즐기는 가운데 여생을 수기치심(修己治心)에 힘썼다. 도학자로서의 행정공의 인생관은 아홉 살 때지어 이름을 떨친바있는 살구꽃시에 이미 나타나 있거니와 이것은 그의 시문(詩文)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흐르는 기풍이다.
 
사후에 호암서원에 배향되었고, 유고 한 권이 전한다.
 
                                                                                      <출전 : 행정공 행장, 용성지>
   
   
 
(영역)
An Apricot Blossom
Love that this apricot has a seed,
Glory on a thousand branches when spring comes.
Not only the nature of the wood,
Men also like when good takes root.
So Yeon, aka Haeng Jung (1390 ~ 1441)
Local governor
 
주해(註解)
1)() : 어질인, 씨인, 여기서는 씨라는 뜻2)존양 : 본성을 일치 않고 착한 천성을 기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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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蘇沿) 선생  약력
1390(고려공양왕1) ~ 1441(세종23). 호는 행정(杏亭). 본관은 진주(晉州). 전라병사 소후(蘇後)공의 차남. 자질이 뛰어나 4세에 서당에 입학하여 6.7세에 능히 글을 지었다.도덕과 문장이 높아 후세까지 사표가 되었고 일찌기 벼슬에는 뜻이 없었다. 은일로 천거되어 남대직장과 노성현감을 역임 했으나 칠순 노모 봉양을 위해 곧 사직하고 호암정사(湖岩精舍)에서 수기치심으로 여생을 보냈다. 남원의 호암서원에 배향되었고 유고집 한권이 간행되어 전한다.
 
본 내용은  이야기 속의 고전(소병호 저)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