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지난 12월 10일부터 내년(2025) 3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12길 21. ‘예스24 스테이지(구. DCF대명문화공장)’ 2관에서는 뮤지컬 <시지프스>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때로는 장난치듯, 때로는 뜨겁게 공연을 이끌어가는 그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집요하게 들러붙는 삶에서 벗어날 수도 없고, 또한 삶의 끝엔 죽음이 단단히 버티고 있지만 포기하지 말고 나아가자고. 삶을 뜨겁게 받아들이고 나아가자고. 절대로 굴복하지 말자고. 그것만이 탈출구 없는 삶에 유일한 탈출구니까. 뮤지컬 <루드윅>, <프리다>, <인터뷰>, <스모크>, <블루레인> 외 다수 섬세한 연출과 작품마다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추정화 작ㆍ연출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호평을 받는 허수현 작곡가가 짝을 이룬 뮤지컬. 각양각색 다양한 매력의 12명의 배우가 선보이는 찰나의 순간이다. 출연진은 고뇌를 수행하는 자 언노운 역에 이형훈ㆍ송유택ㆍ조환지(이중배역), 시를 노래하는 자 포엣 역에 정다희ㆍ박선영ㆍ윤지우(이중배역), 슬품을 승화하는 자 클라운 역에 정민ㆍ임강성ㆍ김대곤(이중배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지난 12월 19일부터 내년(2025) 2월 23일까지 경기도 여주시 명품로 370. 여주미술관(아트뮤지엄 려)에서는 2024 하반기 기획전 <잃어버린 사계 : 2050>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유엔환경계획(UNEP)의 2050년 탈탄소 목표에서 착안하여, 2050년을 현재 시점으로 가정하고 2024년 과거의 환경과 자연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산업화와 자본주의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고 재구조화된 자연의 모습을 여러모로 조망하며, 기후위기 시대가 직면한 현실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전시는 ‘잊혀진 풍경’과 ‘그럴듯한 풍경’ 두 개의 주제로 나뉜다. ‘잊혀진 풍경’은 2024년을 배경으로 한 자연의 기록들을 통해 개발과 성장의 논리에 침식된 풍경을 회고한다. 사라져가는 생태적 기억과 황폐화된 환경은 인간의 무분별한 행위를 반추하게 만든다. 반면, ‘그럴듯한 풍경’은 2050년을 현재로 재구성하며, 인공적 요소로 점철된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플라스틱과 같은 인공 소재로 구성된 기묘하고 낯선 풍경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흐리며 다가올 환경적 위기를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회화, 설치, 사진, 미디어 아트
[우리문화신문=임세혁 교수] 1. 장면 하나 1992년이었나 1993년이었나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데 그때쯤이었던 것 같다. 늘 그렇듯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가요톱텐’인지 다른 방송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어쨌든 음악 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댄스 가수들의 순서가 끝나고 나서 마르고 지극히 평범하게 생긴 사람이 혼자 목에 하모니카, 어깨에는 기타 하나를 메고서 텅 빈 무대 위에 섰다. 그때는 발라드를 불러도 뒤에 무용단이 나와서 무대를 채우곤 했던 때였는데 아무것도 없는 무대에 가수가 혼자서 기타 한 대 들고서 노래를 부른다는 게 어린 내 눈에는 너무 신기했다. 장판교에서 조조의 십만 대군을 홀로 상대하는 장비도 아니고 바로 직전까지 시끄러운 음악과 함께 열댓 명이 함께 춤을 추던 무대를 혼자 무슨 수로 채운다는 말인가? 그것도 녹음된 반주도 없이 통기타 한 대만 들고서 말이다. 가수는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김광석입니다. <나의 노래> 들려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날 이후로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이에게 시와 노래는 애달픈 양식’이라는 <나의 노래> 도입부를 잊을 수가 없다. 그날 그 프로그램에 어떤 가수가 나와서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84) 금년에 낙백(시험에 떨어지니) 하니 나그네 마음 놀라워 외로운 객관에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네 계룡산 짙은 구름은 푸른색 묻어 버리고 금강의 높은 물결은 차가운 소리 으르렁 저무는 하늘 비바람에 돌아갈 길 캄캄하구나 과거에 떨어지고 돌아갈 면목이 없는 선비의 비참한 심경이 절절히 느껴진다. 이 책에 나오는 김득신이 쉰넷의 나이에 또다시 과거에 낙방하고 상심한 마음으로 쓴 시다. 그는 쓰린 마음을 안고 돌아가, 다시 과거 시험에 도전해 결국 쉰아홉 살에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집안마다 가풍이 있듯이, 공부하는 분위기도 집집마다 다르다. 조선시대 과거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가문은 모두 공부를 중요시하는 가풍이 있었지만, 어떤 점을 중히 여기는지는 조금씩 달랐다. 최효찬이 쓴 이 책, 《세계 명문가의 공부 습관》은 뛰어난 학자와 관료를 배출한 동서양의 가문들이 어떻게 자녀 교육을 했는지 보여준다. 우리 명문가를 다룬 1부에서는 퇴계 이황, 다산 정약용, 서애 류성룡, 청장관 이덕무, 백곡 김득신을 다루고, 세계 명문가를 다룬 2부에서는 찰스 다윈, 마리 퀴리, 타고르, 발렌베리, 로스차일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퇴계 이황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서울(지금의 경주) 밝은 밤에 밤늦게 노니다가 들어와 잠자리를 보니 가랑이가 넷이도다. 둘은 나의 것이었고, 둘은 누구의 것인가? 본디 내 것이지만 빼앗긴 것을 어찌하리오?” 이 노래는 신라 헌강왕 때 처용이 지었다는 8구체 향가 “처용가"입니다. 또 《삼국유사》의 <처용랑ㆍ망해사> 조에 보면 동해 용왕(龍王)의 아들로 사람 형상을 한 처용(處容)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어 천연두를 옮기는 역신(疫神)으로부터 인간 아내를 구해냈다는 설화가 있습니다. 그 설화를 바탕으로 한 처용무는 동서남북 그리고 가운데의 오방(五方)을 상징하는 흰색ㆍ파랑ㆍ검정ㆍ빨강ㆍ노랑의 옷을 입은 5명의 남자가 춤을 춥니다. 처용무의 특징은 자기 아내를 범하려는 역신을 분노가 아닌 풍류와 해학으로 쫓아낸다는 데 있습니다. 춤의 내용은 음양오행설의 기본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악운을 쫓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춤사위는 화려하고 현란하며, 당당하고 활기찬 움직임 속에서 씩씩하고 호탕한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처용무는 통일신라에서 고려후기까지는 한 사람이 춤을 추었으나 조선 세종(재위 1418∼1450) 때에 이르러 지금과 같은 다섯 사람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지난 11월 26일부터 내년(2025년) 3월 9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283. 서울디자인지원센터 ‘한양도성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2024년 한양도성박물관 하반기 기획전 <한양도성의 사라진 옛문, 소의문> 전시가 열리고 있다. 소의문(昭義門)은 조선시대 숭례문과 돈의문 사이에 있어 한양의 서남쪽 통행로 역할을 했던 한양도성의 성문이다. 소의문 일대는 조선시대 육로와 수로 교통의 요충지로 전국에서 올라온 물자와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간이었다. 또한 소의문 밖에서는 중죄인들과 성리학적 이념을 위협하는 천주교인의 사형이 집행되기도 하였다. 소의문을 드나드는 많은 사람에게 죄를 범하면 엄하게 처벌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소의문은 일제강점기에 도시의 근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인식되면서 1914년 도로 정비를 이유로 철거되었다. 이번 전시는 한양도성 서남쪽을 지켰던 소의문의 번화했던 모습에서 훼철의 역사까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관람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며, 월요일은 쉰다. 입장료는 없으며, 전시에 관한 문의는 한양도성박물관 전화(02-724-024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지난 12월 1일부터 내년(2025) 2월 28일까지 서울 강서구 마곡동로 161. ‘서울식물원’에서는 전시온실 겨울전시 <오늘, 난(蘭)>이 펼쳐지고 있다. 난초는 "Orchidaceae"라는 과에 속하는 식물로, 다양한 크기와 모양을 가진 꽃을 피우는 특성이 있다. 화려하고 정교한 꽃구조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 난과 식물은 세계식물 다양성의 9%를 차지한다. 남극과 북극을 뺀 모든 곳에서 자란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다만 대부분의 난초는 3대 자생지인 아프리카 중남부,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중남미에 산다. 난 꽃은 기본적으로 꽃잎(3장), 꽃받침(3장), 하나로 합쳐진 자방으로 구성된다. 정면에서 좌우가 대칭이다. 꽃잎이 독특한 형태로 변형되어 생긴 입술꽃잎은 곤충을 유도한다. 주요 난초 6가지로는 덴드로비움, 심비디움, 온시디움, 카틀레야, 파피오페딜룸, 팔레놉시스 등이 있다. 관람시간은 아침 9시 30분부터 저녁 5시까지며(1자녁 4시까지 입장), 입장요금은 없다. 그밖에 전시에 관한 문의는 서울식물원 전화(02-2104-9716)로 하면 된다.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지난 12월 14일부터 내년(2025) 3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12길 83. ‘대학로아트원씨어터’에서는 연극 <로미오 앤 줄리>가 열리고 있다. 영국 웨일즈 출신 작가게리오웬 신작, <로미오 앤 줄리>의 국내 초연 무대! 사회 시스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묵직한 질문 사이, 냉철하지만 특유의 따뜻한 시선을 가진, 현시대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게리 오웬의 신작을 본다. 여전히 사랑받는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을 새로운 시각으로 만나는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이다. 두 젊은 남녀의 사랑과 그를 가로막는 비극적인 운명,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 넘을 수 없는 장벽들 아래 소용돌이치는 삶의 한가운데서도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움과 뜨겁게 타오르는 분노를 담은 이야기다. 출연진으로는 로미 역에 유현석ㆍ정휘ㆍ홍승안(이중 배역), 줄리 역에 정우연ㆍ김주연ㆍ홍나영(이중 배역), 바브 역에 박주연ㆍ양서빈(이중 배역), 콜 역에 견민성ㆍ박성현(이중 배역), 캐스 역에 황현빈ㆍ조한나(이중 배역)가 무대에 오른다. 제작진에는 프로듀서 고강민, 작 게리 오웬(Gary Owen
[우리문화신문=류리수 기자] 지난 기사에서는 구로베의 고열터널에서 공사 중에 다이너마이트가 자연폭발 해서 몸이 흩어지고, 괴력의 눈사태로 인해 숙소 채로 내동댕이쳐져 몸이 찢겨 죽은 조선인들에 대해 얘기했다. 최근 구로베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일본은 일찌감치 조선인의 흔적을 지워나갔고 일본인의 손으로 자연을 이겨낸 문화유산이라고 당당하게 자랑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구로베에서 이렇게 고통 속에 죽어간 조선인들의 기록이 지워져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한다. 또한 극히 일부이지만 조선인들의 흔적이 사라지지 않도록 노력해 온 일본인도 함께 조명해 보겠다. 기록소설 《고열터널》이 지운 ‘조선인’, 그리고 역사에서 삭제된 ‘조선인’ 요시무라 아키라(吉村昭)는 구로베의 제3발전소 공사를 조사하고 증언을 살려서 소설 《고열터널(高熱隧道)》을 썼다. 이 소설에서는 일하는 사람을 기술자, 인부장, 인부 이렇게 셋으로 나누면서 터널에서 참혹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인부’라는 말로 뭉뚱그려서 칭했을 뿐 한 번도 ‘조선인’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 까닭을 대담에서 다음과 같이 변명했다. “이 공사에 종사한 노동자의 절반 이상은 조선사람인데, 강인한 체력을
[우리문화신문=안승열 명리학도] 동양사회가 고대 이래로 사용해 온 태음력은 농사력으로 적합지 않았기에 일찍이 황허강 유역의 농민집단이 태양력의 일종인 “절기의 역법”을 그간 사용해 온 음력에 추가해 사용하게 된다. 이 역법은 일 년, 365.24일을 춘분과 추분을 분기점으로 24절(節:마디)로 나누되 절기 서이 평균 일수가 15,22일임을 참고하여 절의 실제 일수는 15일이나 16일로 하였다. 각 절에는 그 시기에 해야 하는 농사일을 연상시키는 이름을 붙였으며 한 절에는 같은 기(氣)가 지속된다는 뜻으로 절기라고 불렀다. 절기의 역법은 태양력이라 역법에 표시된 시간으로 계절을 정확히 가름할 수 있어서 농사력으로 적합하였다. 절기는 일정한 기간을 말하는 것이니 시작하는 시점이 있을 것이다. 이 시점을 절입시점 또는 절입이라고 한다. 어느 절입이든 그때의 태양을 기준으로 한 지구의 천문상 위치는 항상 같다. 그러나 지구 표면에서 볼 때 해 뜨는 시각은 그 경도에 따라 달라진다. 곧 태양계의 천문 상 지구 위치가 같은 때라도 지구 표면상 경도에 따라 절입시점이 달라진다. 또한 한 해가 365.242196일이니 같은 경도라 해도 해마다 대략 6시간가량 늦어진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