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지난번 고양시 대자동 건자산 자락에 있는 경혜공주와 정종의 무덤을 답사하였었다. 답사 뒤 글을 쓰면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건자산 건너편의 대자산 자락에는 소현세자의 아들 경안군과 손자 임창군, 증손자 밀풍군의 무덤이 모여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밀풍군 무덤과 같은 산등성이 상에서 불과 4~50m 정도 떨어진 곳에 명나라 출신 굴씨 여인의 무덤이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명나라 여인이 조선 땅에 묻혔다는 것만으로 나의 흥미를 끈 것은 아니다. 굴씨 여인은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갔던 소현세자를 모시다가, 소현세자를 따라서 조선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현세자가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의문의 죽음을 – 나는 소현세자의 돌연한 죽음에 아버지 인종이 관련되어 있다는 강한 의심을 떨칠 수가 없다. - 당했을 때도 돌아가지 않고 일생을 마치고 조선 땅에 묻혔다. 오직 소현세자만을 바라보고 낯선 조선까지 따라온 명나라 여인이 이곳에 묻혀있다니, 어찌 나의 흥미를 끌지 않을 수 있으랴. 더군다나 근처에 묻혀있는 소현세자의 아들, 손자, 증손자 모두 순탄치 못한 삶을 살지 않았는가? 지난번처럼 차를 관산2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구온난화를 가장 걱정하는 국제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오늘 태어난 아기가 초등학생이 되는 2030~2035년 사이에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과학자들이 예상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해수면은 26~77cm정도 상승할 것이다. 해수면이 높아지면 바닷가 저지대의 곡물 생산 지역이 물에 잠겨 식량위기가 예상된다. 지구가 더워지면 강한 가뭄이 발생하여 사막지대가 늘어나고 산불이 더 자주 나타날 것이다. 더욱 강해진 태풍이 해마다 나타나 홍수 피해가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 탄소 발생을 줄이자는 운동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를 구하기 위하여, 달리 말하면 인류가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반영하여 2023년 기준으로 128개 국가가 탄소 발생을 줄이겠다고 선언하였다. 지구촌의 거의 모든 나라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고 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 가운데서 공항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올 한가위야말로 우리들이 몇 년 동안 기다리던 명절 아니었던가? 지난 6월부터 코로나에 대한 위기경보가 하향 조정되어 이 명절에는 코로나19 같은 호흡기 질환 걱정 없이 고향을 오가고 부모 가족을 만날 수 있게 되었기에 말이다. 3년 만에 제대로 한가위를 맞이하는 것이다. 더구나 일요일에서 개천절로 이어지는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됨으로써 올해 한가위는 내려갈 때는 바쁘고 막히겠지만 고향에서 돌아올 때는 여유를 가질 수 있으니, 다행이다. 다만 연휴가 이어지면서 고향 대신에 나라 밖으로 여행을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아쉬움이지만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 많은 것을 보면 좋게 생각해 줄 여지가 없지는 않겠다. 당나라 시인 이백(701~762)은 달빛을 보는 순간 고단한 인생, 고향을 떠나 살 수밖에 없는 우리 나그네의 심사를 압축해서 쓸어 담았다. 床前明月光 침상 앞 달빛 어찌 그리 밝은지 疑是地上霜 서리가 내린 줄 알았잖아 擧頭望明月 고개 들어 밝은 달 보다 보니 低頭思故鄕 고향 생각에 고개 절로 내려가네. 우리가 보름달이 좋은 것은 그 속에 고향이 있기 때문이리라. 고향은 곧 부모님이고 부모님은 곧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최치원! 신라를 다룬 사극이나 위인전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다. 고운 최치원, 그는 당대를 주름잡은 천재이자 「토황소격문」이라는 글을 지어 난을 일으킨 ‘황소’를 의자에서 굴러떨어지게 했다는, 전설의 문장가다. 그러나 동시에 ‘6두품’이라는 신분의 벽에 가로막혀 원대한 뜻을 온전히 펼쳐보지 못한, 비운의 천재이기도 하다. 이런 불운한 인생사에 대한 후대 사람들의 안타까움이 반영된 것일까. 그는 조선에서 《최치원전》이라는 고전소설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이 책은 작가 미상의 《최치원전》을 어린이도 쉽게 볼 수 있도록 재밌게 풀어 쓴 책이다. 물론 여기 나오는 최치원의 삶은 영웅적 설화에 가까우며 실제 삶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열두 살에 중국 당나라로 가서 글로 이름을 떨치고, 황소의 난 때 「토황소격문」을 지어 상대를 놀라게 하고, 신라로 돌아온 뒤 식솔과 함께 가야산에 들어갔다는 내용은 상당히 비슷하다. 소설의 주요 내용은 태어날 때부터 ‘금돼지의 아이’라는 의심을 받아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최치원이, 학문을 관장하는 별 ‘문창성’의 현신으로 추앙받으며 문명을 떨치고, 그 이름이 중국에까지 전해져 이를 시험하고자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동고동락 부부독립운동가 104쌍 이야기》에는 항일무장투쟁을 한 홍범도 장군과 그의 아내 단양이씨 이야기도 있습니다. 홍범도(1868~1943) 장군은 한동안 언론에 자주 오르내려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홍장군의 아내가 단양 이씨(1874~1908)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단지 ‘단양 이씨’로만 알려졌다는 것은 그만큼 홍장군의 아내에 대해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는 얘기가 되겠네요. 이들 부부는 서로 만나기 전에 비구와 비구니였습니다. 비구와 비구니였다고 하니, ‘으잉?’하며 갑자기 눈동자가 커지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요즘 홍장군의 활동에 대해 많이 알려졌지만 그래도 홍장군이 한때 승려였다는 것까지는 그만큼 알려지지는 않았지요? 그러면 홍장군이 어떻게 하여 스님이 된 것일까요? 홍장군은 출가 전 1883년 평양 감영의 나팔수로 입대하였는데, 군교들의 부정부패와 사병에 대한 학대를 보다못해 그중 한 군교를 때려눕히고 병영에서 탈출하였습니다. 그리고 황해도 수안군 총령 아래에 있는 제지소에서 3년 동안 일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때도 공장주가 노동자들을 부당하게 대하고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아힘사(ahimsa)는 산스크리트어로 "해를 끼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흔히 생명 있는 존재를 죽여선 안 된다는 ‘불살생’(不殺生)으로 번역되기도 하지요. 자신에게, 다른 사람에게, 생명 있는 모든 존재에게 해가 없는 삶을 살라는 뜻입니다. 힌두교에서는 아힘사를 강조합니다. 아힘사는 단순히 폭력이나 살인을 금지하는 것만이 아니라, 모든 존재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의미합니다. 마하트마 간디는 힌두교의 아힘사 정신을 바탕으로 인도의 독립운동을 이끌었습니다. 간디는 말했지요. “종교는 진실과 비폭력에 기초한다. 진리는 나의 신이다. 비폭력은 진리를 실현하는 수단이다.” 영국 제국주의의 폭력에 비폭력으로 맞선 간디는 아힘사가 종교적 교리뿐만 아니라 정치적 실천일 수도 있음을 입증합니다. 자이나교(불교와 비슷할 때 인도서 창시된 종교)도는 아힘사를 실천하기 위해 애써 왔습니다. 흙 속의 생명체를 해치지 않기 위해 농업 대신 상업 등에 종사하기도 하고, 물속 생명체를 죽이지 않기 위해 여과하지 않은 물은 마시지 않았으며 음식에 들어간 생명을 못 보고 삼킬 수도 있으므로 어두운 저녁에 요리하거나 먹는 것을 피했습니다. 수행자들은 걸으면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내가 사는 동네는 아파트 단지로서 도로명 주소로는 연서로 44길에 얼마... 이렇게 되어 있는데 속칭은 폭포동이고, 이 근처에 오면 안내판에도 폭포동이라고 써 있다. 그것은 단지 동쪽에 있는 북한산의 산 중턱에 바위틈으로 파인 물길을 따라 비가 많이 오면 빗물이 폭포가 되어 쏟아져 내려 아파트 단지 안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폭포가 흐르는 골짜기, 곧 폭포동이 되는 것이다. 이곳은 북한산 북서쪽의 등산로나 산책로, 둘레길 등이 단지를 둘러싸고 있고, 여기에 세워진 아파트 건물도 동간 거리를 충분히 두고 있어 주거환경으로서는 쾌적하다. 필자도 3년 반 전 이곳에 이사와 이런 환경에 만족하며 은퇴 후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주 이곳 주민들이 구청 앞에 몰려가서 시위를 했다. 주민 250여 명이 참여해 은평구청 입구에서 시위했는데 시위의 구호는 불광중~폭포동 사이에 도로개설 계획을 철회하라는 것이었다. 이 도로가 도로개설에 따른 실이익은 없이 우리가 사는 아파트 단지 환경을 크게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구청은 우리 단지에서부터 뒷길로 불광중학교로 이어지도록 폭 12미터, 길이 400미터의 도로를 새로 개설해 이 일대의 교통 흐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가을은 궁궐의 계절이다. 성큼 찾아온 가을 날씨를 만끽하며 궁을 걷다 보면, 문득 이 나무, 저 돌이 궁금해진다. 궁궐 안에 있는 기물 하나하나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면, 이미 ‘궁궐 덕후’의 대열에 들어선 것이다. 김서울이 쓴 책,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의 지은이는 ‘궁궐 덕후’다. 궁궐에 있는 나무 한 그루, 돌 하나까지 애정이 듬뿍 담긴 눈으로 아로새긴다. 스스로 ‘박물관을 좋아하는 유물 애호가’라 소개하는 만큼, ‘우리나라 대표 유물’이라 할 만한 궁궐 사랑도 만만치 않다.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지극히 주관적인 궁궐 취향 안내서’는 ‘궁에 스며드는’ 궁궐의 매력을 다채롭게 소개한다. 제2장 ‘궁궐의 돌’ 편에서는 궁궐의 돌짐승과 월대, 돌다리 등을 다룬다. 제3장 ‘궁궐의 나무’에서는 궁궐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나무들과 꽃을 담았다. 가끔 궁궐에 가면 산림욕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창덕궁 같은 곳은 숲이 우거져 도시 속 녹취를 느끼고 싶을 때 딱 좋은 곳이다. 제4장 ‘궁궐의 물건’ 편은 왕실 사람들이 궁궐에서 썼던 다양한 물건을 다룬다. ‘왕실 실내장식’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열정과 집념의 여인, 이윤옥 교수님이 《동고동락 부부독립운동가 104쌍 이야기》를 펴냈습니다. 제가 열정과 집념의 여인이라고 하니까, 아부성 발언을 한다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벌써 십수 년 동안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을 새롭게 조명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작업을 시작하여 첫 작품으로 낸 것이 《서간도에 들꽃 피다》입니다. 그리고 꾸준히 작업을 계속하여 <서간도에 들꽃 피다>는 10권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 《여성독립운동가 300인 인물사전》, 《46인의 여성독립운동가를 찾아서》, 《경기의 얼, 여성독립운동가 40인의 삶》, 《여성독립운동가 100분을 위한 헌시》를 냈고, 시화집 《나는 여성독립운동가다》도 냈습니다. 이 정도면 제가 ‘열정과 집념의 여인’이라고 하여도 전혀 과장된 말이 아니지 않겠습니까? 사실 전에는 ‘독립운동’하면 남성들을 먼저 떠올렸고, 실제 독립운동사도 남성들 위주도 되어있던 것은 부인할 수 없지요. 이교수는 이에 여성독립운동가를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역사학자도 아니면서 이 일에 뛰어들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경기도 고양시 대자동 건자산 자락에 있는 경혜공주와 정종의 무덤을 찾아보았다. 대자동 야산 기슭에는 경혜공주와 정종의 무덤말고도 성령대군, 온녕군, 근녕군, 옥산군, 이성군, 경안군, 임창군, 밀풍군 등 조선의 왕자들 무덤이 흩어져 있어, 가히 왕자의 계곡이라 할만하다. 이 밖에도 이곳에는 숙종의 장인인 김주신(인원왕후의 아버지), 조선의 마지막 영의정 김홍집, 성령대군의 장인 성억의 무덤도 있고, 고려의 최영 장군 무덤도 있다. 이곳이 풍수지리상 망자의 안식처로 소문난 곳일까? 그리고 이곳 동네 이름인 대자동(大慈洞)도 큰 자비가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니, 마을 이름과도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러나 ‘대자동’이라는 이름은 이곳에 있던 절 ‘대자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태종이 넷째아들 성령대군이 14살로 죽자 이곳에 무덤을 쓰고 아들을 위해 대자사를 창건한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태종이 큰 자비를 염원하면서 절을 지었던 것이니, 그 후 왕자들도 그 자비에 깃들려고 이곳에 영혼의 안식처를 마련하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곳에 이렇게 왕자의 무덤들을 포함한 많은 무덤이 있기에, 오늘날에는 역사의 흔적을 쫓는 답사가들이 또한 이곳을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