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열심히 정치한 망군(亡君)

[정운복의 아침시평 190]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열심히 정치하라는 뜻의 한자어는 근정(勤政)입니다.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의 가장 중심 건물이 근정전(勤政殿)이니

그 중요성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일할수록 나라가 망해가는 것을

근정적망국군(勤政的亡國君)이라고 표현합니다.

일을 잘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쓸데없는 일을 부지런히 한다는 것입니다.

 

조선시대에는 명나라와 친하고 청나라를 배척하는 친명배청(親明背靑) 정책을 썼습니다. 그 결과가 병자호란으로 이어져 삼전도의 굴욕으로 남아있기는 하지요. 어찌 되었거나 명나라가 망하고도 조선의 명나라 사랑은 지속되었습니다. 명나라의 마지막 16대 황제가 숭정황제인데 그 숭정 연호를 200년 넘게 사용했으니까요.

(원래 연호는 황제가 죽거나 바뀌면 연호가 바뀌어야 정상입니다.)

 

대부분 나라의 멸망을 초래한 마지막 임금이나 황제의 기록은 좋지 않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숭정제는 망국의 황제인데도 비교적 평가가 좋습니다.

아주 특이한 사례지요.

 

숭정제는 통찰력이 있고, 신중하며, 주도면밀해서 부지런하다는 장점이 있는 군주였습니다. 업무 능력과 근면함은 명나라 역사상 비슷한 황제를 찾아보기가 힘들었을 정도라고 합니다. 오죽하면 상소를 확인하는데 부지런해서 황제의 옷소매가 해질 지경이었지요.

 

그런데 선조 때부터 시작된 농민 반란이 그치지 않았고

그 반란을 진압하는데 국고를 다 써버린 마당에 청나라가 쳐들어와 나라는 망하였고

숭정제는 자금성에서 회화나무에 목을 맵니다.

 

그 숭정제는 좋은 평가 이면에 약점도 많았는데

성질이 급하고, 의심이 많으며 독단적이었다 것이지요.

특히 잘못한 신하나 전투에서 패배한 장수를

바로 목 베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합니다.

 

 

어찌 되었거나 명나라 황제로서 부지런하고 최선을 다해 정치를 펼쳤는데

그 결과는 망국으로 돌아온 황제가 숭정제입니다.

그 부지런함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리석을 일을 하더라도 열심히 하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지금 용산을 보면 열심히 한다고는 하나 남북 관계는 파탄 나고

아시아의 큰 시장인 중국과 러시아는 등 돌리고

경제는 어렵고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국민의 너무 열심히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헤아릴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