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은 신축년(辛丑年) 소띠 해를 맞이해 학술강연회 <심우(尋牛): 소를 찾아서>를 연다. 이번 강연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국립민속박물관 공식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tnfmk)에서 2020년 12월 23일(수)부터 2021년 3월 1일(월)까지 시청할 수 있다. 학술강연회에서는 정연학(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천명선(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김희재(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한국의 생활문화 속에서 소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풀어나갈 예정이다. □ 노동력과 풍년의 상징, 소 우리 문화는 농경문화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농사의 주역인 소는 여러 풍속과 관련 맺어 왔다. 정연학 학예연구관은 소가 갖는 의미를 농경사회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소의 힘을 빌려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래로 우리 농경문화에서 소는 필수적인 노동력이었다. 소가 없는 집에서 남의 소를 빌려 쓰고 품삯으로 갚았던 소 품앗이나 소를 한 마리씩만 가지고 있는 겨리사촌끼리 돕던 관습은 소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형성된 민속문화이다. 소는 권농과 풍년을 상징하기도 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시월은 초겨울 되니 입동 소설 절기로다 /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소리 높이 난다 / 듣거라 아이들아 농사일 다했구나 (중간줄임) 방고래 청소하고 바람벽 매흙 바르기 / 창호도 발라 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 수숫대로 울타리 치고 외양간에 거적 치고 / 깍짓동 묶어세우고 땔나무 쌓아 두소.” 농가월령가 10월령에 나오는 노래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스무째로 첫눈이 내린다고 하는 “소설(小雪)”이다. 소설 무렵 아직 따뜻한 햇볕이 내리쪼이므로 “소춘(小春)”이라고도 부르지만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날씨가 제법 추워진다. 또 소설에 날씨가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 된다고 믿었다. 대개 소설 무렵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고 날씨도 추워지는데 이때 부는 바람을 손돌바람, 추위를 손돌추위라고 하며, 뱃사람들은 소설 무렵에는 배를 잘 띄우지 않는다. 이는 고려시대에 '손돌'이라는 사공이 배를 몰던 중 갑자기 풍랑이 일어 배가 흔들리자, 사공이 고의로 배를 흔든 것이라 하여 배에 타고 있던 임금이 사공의 목을 베었다는 강화(江華) 지역의 전설에서 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조선사회에서는 “처가와 변소는 멀어야 좋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사돈 사이 왕래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때는 여성 특히 며느리의 나들이는 생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특히 예전 전통사회에서는 집안일은 물론 농사까지 함께 해야 했기에 며느리들이 며칠씩 집을 비우며 친정집에 갈 수는 없는 일이었지요. 그래서 한가위가 지난 뒤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중간 지점을 정하고, 음식을 장만하여 만나서 한나절 동안 회포를 풀었던 풍습이 있었는데 이를 ‘반보기'라고 했습니다. 반보기는 다른 말로 ’중로상봉(中路相逢)‘ 또는 ’중로보기(中路-)‘라고도 했는데 중도에서 만났으므로 회포를 다 풀지 못하고 반만 풀었다는 데서 이렇게 말한 것이지요. 요즘은 민족대이동이라 하여 명절에 국민 대다수가 고향을 찾아 일가친척을 만나고, 성묘도 하는데 이는 ‘반보기’가 아닌 ‘온보기’일 것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돌림병 탓에 한가위에 온보기는커녕 영상통화로 대신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루빨리 돌림병을 청산하여 보고 싶은 사람이 맘대로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고 서서히 음의 기운이 커진다는 24절기 열여섯째 추분(秋分)입니다. 《철종실록》 10년(1859) 9월 6일 기록에 보면 “추분 뒤 자정(子正) 3각(三刻)에 파루(罷漏, 통행금지를 해제하기 위하여 종각의 종을 서른세 번 치던 일)하게 되면, 이르지도 늦지도 않아서 딱 중간에 해당하여 중도(中道)에 맞게 될 것 같다.”라는 내용이 보입니다. 여기서 중도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바른길’을 말하고 있음입니다. 이처럼 우리 겨레는 추분날 종 치는 일조차 그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중용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또 추분 무렵이 되면 들판의 익어가는 수수와 조, 벼들은 뜨거운 햇볕, 천둥과 큰비의 나날을 견뎌 저마다 겸손의 고개를 숙입니다. 내공을 쌓은 사람이 머리가 무거워져 고개를 숙이는 것과 벼가 수많은 비바람의 세월을 견뎌 머리가 수그러드는 것은 같은 이치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벼에서는 향[香]이 우러나고 사람에게서도 내공의 향기가 피어오름을 알 수가 있습니다. 추분을 맞은 국립백두대간 수목원에는 벌써 알록달록 가을빛이 내려앉았다는 소식입니다. 이에 수목원은 오는 11월 1일까지 가을꽃 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금년 더위는 넘치고 가혹했는데 미친듯한 장마가 더 때려서 고생했네 세월이 어찌 바뀌지 않는가 했더니 속이지 않고 백로가 찾아 왔구나. 이우현 시인의 소박한 시 “백로날에 한편”이라는 시입니다. 정말 세월이 어찌 바뀌지 않는가 했더니 정말 속이지 않고 백로가 찾아 왔습니다. 오늘은 24절기 열다섯째로 흰 이슬이 내린다고 하는 백로(白露)입니다. 옛사람들은 이때만 되면 편지 앞머리에 “포도순절(葡萄旬節)에 기체후 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 하옵시고”라는 인사를 꼭 넣었습니다. 그것은 백로부터 추분까지의 절기는 포도가 제철일 때여서 그런 것이지요. 포도는 예부터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생각해서 맨 처음 따는 포도는 사당에 고사를 지낸 다음 그집 맏며느리가 통째로 먹었습니다. 그러나 처녀가 포도를 먹으면 망측하다고 호통을 들었지요. 또 이때쯤 되면 포도지정(葡萄之精)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그것은 어머니가 아이에게 포도를 먹일 때 한알 한알 입에 넣고 씨와 껍질을 발라낸 뒤 아이의 입에 넣어주던 정을 일컫습니다. 특히 백로 때는 밤 기온이 내려가고,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 기운이 완연해집니다. 원래 이때는 맑은 날이 계속되고, 기온도 적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八月南州白露繁 흰 이슬 맺히는 팔월 남쪽 고을 數株殷葉照荒園 몇 그루 감나무에 뜨락이 환히 빛나누나 如看韓子玻瓈盌 한자의 시에 나오는 파리완*을 대하는 듯 似帶滎陽翰墨痕 형양*의 먹 자국이 아직 남아 있는 듯 店舍柴荊翻起色 객점 사립문도 문득 생기 넘치나니 楚鄕橙橘好同論 초나라 귤나무에 비겨도 좋으리라 吾行會過頭流下 두류산 아래로 거쳐서 갈 나의 발길 無限霜林擁石門 단풍 진 감나무 숲 산문(山門)에 끝없이 이어지리 * 파리완(玻瓈盌) : 중국의 유리잔 * 형양 : 형주와 양주, 형주란 징저우 [Jingzhou, 荊州(형주)] 곧 중국 후베이성 남부에 있는 도시고 양주(揚州)는 쟝쑤성[江蘇省] 중부에 있는 도시다. 이는 조선중기 한문사대가(漢文四大家) 가운데 한 사람인 계곡(谿谷) 장유(張維, 1587~1638)의 시문집 《계곡집(谿谷集)》에 나오는 “감나무 숲(柿林)”이라는 시다. 첫 줄에 흰이슬 맺히는 이란 말은 처서(處暑)와 추분(秋分) 사이의 가을날을 표현한 말로 이때 음기(陰氣)가 점점 성해지면서 이슬도 흰 색깔로 변한다고 한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네 번째 오는 처서(處暑)다.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모레 일요일은 중복(中伏)입니다. 다행히 요즘에는 장맛비가 자주와 뉴스에 불볕더위 얘기는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불볕더위가 오는 중복 때 우리 겨레는 ‘더위사냥’을 했는데 그 ‘더위사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지금이야 선풍기는 물론 에어컨까지 동원해서 비교적 시원한 환경 속에서 살지만, 예전 사람들은 더위가 심해지면 ‘이열치열’로 ‘더위사냥’을 했습니다. 이열치열에는 음식으로 하는 이열치열과 일을 함으로써 다스리는 이열치열이 있지요. 먼저 음식으로 하는 이열치열은 뜨거운 삼계탕, 보신탕, 추어탕, 용봉탕(용 대신 잉어나 자라를 쓰고 봉황 대신 묶은 닭을 써서 만든 탕) 따위로 몸을 데워주어 여름 타는 증세를 예방해 줍니다. 그리고 일로 하는 이열치열은 양반도 팔을 걷어붙이고 김매기를 도왔다고 하지요. 그 밖에 옷을 훌훌 벗어버릴 수 없었던 선비들은 냇가에 앉아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을 위안으로 삼았고, 백사장에서 모래찜질도 했지요. 그러나 여기 철학적인 더위사냥도 있습니다. 9세기 동산양개 선사는 제자가 더위를 피할 방법을 묻자 “너 자신이 더위가 되어라.”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어려움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복더위가 시작된다는 초복입니다. 삼복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들어 있는데 하지 뒤 셋째 경일을 초복, 넷째 경일을 중복, 입추 뒤 첫 경일을 말복이라 하여, 이를 삼경일 또는 삼복이라 합니다. 우리 조상은 해(년), 달(월), 날(일)에 모두 지지(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와 천간(자축인묘진사오미)을 조합하여 갑자ㆍ을축ㆍ병인 등으로 이름을 지었는데 '경일'이란 지지의 '경' 자가 들어간 날을 가리키지요. 복날은 열흘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초복과 말복까지는 20일이 걸리는데 해에 따라서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하며, 이를 월복이라고 합니다. 1614년(광해군 6년)에 이수광이 펴낸 한국 최초의 백과사전 《지봉유설》에 보면 복날을 '양기에 눌려 음기가 바닥에 엎드려 있는 날'이라고 함으로써 사람들이 더위에 지쳐있을 때라고 하였습니다. '오행설'에 따르면 여름철은 '화'의 기운, 가을철은 '금'의 기운인데 가을의 '금' 기운이 땅으로 나오려다가 아직 '화'의 기운이 강렬하므로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하는 때라는 말이지요. 그래서 엎드릴 '복(伏)'자를 써서 '초복, 중복, 말복'이라고 합니다. 또, 최남선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2대에 걸친 안동권씨 집안의 삼년상 일지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은 박물관 소장유물 《신추록》 1‧2권을 국역한 ‘전통생활문화 자료집’ 6호를 펴냈다. 이번 자료집은 조선 후기 안동권씨 추밀공파 권일형(權一衡, 1700~1759) 일가의 상장례 과정을 기록한 책인 《신추록》 1‧2권을 번역한 결과물이다. 신추록은 부모의 제례를 뜻하는 ‘신종(愼終)’과 조상의 제사를 의미하는 ‘추원(追遠)’의 앞글자를 딴 신추, 곧 상장례를 기록한 책이라는 의미이다. 《신추록》에는 권일형 손자 권복(權馥, 1769~1836)의 상장례와 부인 함양여씨의 합장, 그리고 권복의 아들인 권직(權溭, 1792~1859)과 부인 동래정씨의 상장례 과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권복의 장례 때는 먼저 작고한 부인 함양여씨와 합장하기 위해 여주에 있던 함양여씨의 묘소를 수로와 육로를 이용하여 양주로 옮기는 면례(緬禮, 이장)의 과정도 나타난다. 부조금뿐만 아니라 음식ㆍ땔감ㆍ인력까지 현물로 부조 《신추록》은 초상(初喪)부터 장례의 마지막인 길제(吉祭)까지의 절차를 비롯하여 제물 진설도와 축문, 각 절차에 필요한 도구와 비용, 조문객 명단과 부조(扶助) 내역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집터 울밑 돌아가며 잡풀을 없게 하소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새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 숨막혀 기진할 듯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다 정자나무 그늘 밑에 앉을 자리 정한 뒤에 점심 그릇 열어 놓고 보리단술(보리식혜) 먼저 먹세” 이는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6월령 일부입니다. 오늘은 24절기의 열한째 “소서(小暑)”지요. 이 무렵은 본격적으로 더위가 몰려오는데 이때는 장마철이라 습도가 높아지고, 비가 많이 옵니다. 하지 무렵에 모내기를 끝내고 모낸 20일 정도 지난 소서 무렵은 논매기, 피사리를 해주며, 논둑과 밭두렁의 풀을 베어 퇴비를 장만해야 하는 일로 바쁠 때입니다. 조선시대 문신 신흠의 시가와 산문을 엮어 만든 책인 《상촌집(象村集)》에 보면 소서 때 15일을 3후(三侯)로 나누어서, 초후에는 더운 바람이 불어오고, 중후에는 귀뚜라미가 벽에서 울며, 말후에는 매가 먹이 잡는 연습을 한다고 했습니다. 이때는 채소나 과일들이 풍성해지고, 보리와 밀도 먹게 됩니다. 특히 이때의 시절음식은 밀가루 음식인데 밀이 제맛이 나는 때라 국수나 수제비를 즐겨 해 먹었지요. 채소류로는 호박, 생선류로는 민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