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둘째 ‘우수’입니다. 우수날에 비 오면 까끄라기 있는 곡식들, 밀과 보리는 대풍을 이룬다 했지요. 보리밭 끝 저 산너머에는 마파람(남풍:南風)이 향긋한 봄내음을 안고 달려오고 있을까요? 동네 아이들은 양지쪽에 앉아 햇볕을 쬐며, 목을 빼고 봄을 기다립니다. "꽃샘잎샘 추위에 반늙은이(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계절 인사로 "꽃샘잎샘 추위에 집안이 두루 안녕하십니까?"라는 것도 있지요. 또 봄을 시샘하여 아양을 떤다는 말로 화투연(花妬姸)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꽃샘추위라는 토박이말보다 정감이 가지 않는 말입니다.
우수에는 이름에 걸맞게 봄비가 내리곤 합니다. 어쩌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은 봄비와 함께 꿈을 가지고 오는지도 모르지요. 그 봄비가 겨우내 얼었던 얼음장을 녹이고, 새봄을 단장하는 예술가일 것입니다. 기상청의 통계를 보면 지난 60년 동안 우수에는 봄비가 내려 싹이 튼다는 날답게 무려 47번이나 비가 왔다고 하니 이름을 잘 지은 것인지, 아니면 하늘이 일부러 이날 비를 주시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또 오늘은 정월 초이렛날로 우리 겨레는 이날 ‘이레놀음’을 즐겼습니다. 이 풍습은 친한 이웃끼리 쌀을 정성껏 거두어 모듬밥을 해 먹고, 윷놀이하며, 하루를 보내는 것입니다. 모듬밥이란 여자들이 아침부터 쌀자루를 메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생활 형편에 맞게 쌀을 거두어들입니다. 거둔 쌀은 밥할 것만 남기고, 모두 팔아 김, 조기 등 반찬거리를 사고 약간의 술을 마련합니다. 그렇게 해서 마을 어른들을 모시고 이웃과 오순도순 한 자리에서 밥을 먹는 것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