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난 2021년 10월 19일 환경운동연합에서는 <녹조라떼로 키운 채소에서 발암물질 남세균 독소 검출>이라는 제목으로 보도 자료를 발표했다. 같은 날 탐사 보도 전문 매체인 뉴스타파에서는 환경운동연합의 발표를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dAf3GnHb3r8)로 보도하였다. 보도 자료의 내용은 필자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환경운동연합의 보도는 낙동강 녹조 물로 키운 상추잎에서 남세균 (Cyanobacteria)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 9 마이크로그램(µg/kg) 검출됐다는 내용이었다. 나라 밖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의 농작물 축적 사례는 여럿 보고됐으나, 국내 검출이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 부경대의 이승준 교수와 이상길 교수팀이 수행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성인이 낙동강 물로 재배한 상추잎 6장만 먹어도 마이크로시스틴의 WHO 기준치를 초과한다.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에서는 ‘녹조라떼’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대규모 녹조 창궐이 해마다 발생한다. 낙동강은 부산과 대구 등 영남권에 사는 1,000만 국민의 생활용수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전 서울법대 문우회 회장인 김영수 시인이 《The long road to the sixth ROK)》라는 책을 뒤쳤습니다. ROK라면 ‘Republic of Korea’의 약자인데, 그러면 제목을 직역하면 ‘제6공화국으로의 기나긴 길’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김 시인은 이를 《한 가족의 삶에 드리운 100년 동안의 폭풍우》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였습니다. 한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저자가 자기 아버지가 태어난 1907년 무렵부터 100년 동안 한국 격동의 역사와 그 폭풍우 같은 역사 속을 헤치고 나온 가정사를 버무린 책입니다. 책 제목을 저자는 한국이 군사정권을 끝내고 민간정부로 들어선 6공화국까지의 공적 역사에 중점을 두고 정했다고 한다면, 역자는 그 공적 역사에 휘둘린 한 가정의 가정사를 중시하여 제목을 붙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어쨌든 영문책을 뒤친 것이니까, 저자는 일응 외국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요? 저자가 미국 시민권자이니까 외국인이긴 하지만, 저자는 김 시인의 친누님이십니다. 누님인 저자 김영란은 1960년 미국 유학을 떠났다가, 그대로 미국에 눌러앉아 미국 시민이 되신 분입니다. 책을 읽으면 우리가 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다문화 공생의 거리, 도쿄 신오쿠보에 있는 고려박물관(高麗博物館)이 개관한 지 12월 7일로 20주년을 맞이했다. 설립을 위해 힘을 모았던 <고려박물관을 만드는 모임(高麗博物館をつくる会)>으로부터 따지면 31년 째다. 개관 20주년을 맞아 이곳에서는 지난 8일부터 “개관20주년기념기획전”을 열고 있다. 이번 기획 전시를 앞두고 지난 11월 27일에는 ‘고려박물관의 원점에서 다음의 20년을 생각한다(高麗博の原点から、次の20年を考える)라는 주제의 개관 기념 강연회가 열렸다. 강사는 아라이 가츠히로(新井勝紘) 고려박물관장이 맡았고 부제로 ’작은 박물관이야말로 매력있는 전시(小さい博物館だからこその魅力ある展示)’ 의 장점을 살리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작지만 알찬 전시 내용으로 정평이 나있는 고려박물관은, 사실 크기만의 문제가 아닌 진짜 중요한 내용들을 전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곳이다. 그것은 고려박물관의 설립 목적에도 잘 드러나 있다. 고려박물관 설립 목적을 보면, 1. 고려박물관은 일본과 코리아(한국·조선)의 유구한 교류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하며,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며 우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오늘날 대대로 높은 벼슬아치 집안의 자제들이 관직을 얻고 가문의 이름을 떨치는 것은 평범하고 우매한 자제라도 능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오늘날 너희는 폐족의 자식들이다. 만약 폐족이라는 어려움을 딛고 잘 처신하여 이전보다 더 훌륭한 가문을 만든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놀랄 만하고도 훌륭한 일일 것이다. (p.10) ‘폐족의 자식들’. 칼날 같은 이 표현이 폐부를 찌른다. 폐족(廢族)은 조상이 큰 죄를 지어 그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족속을 말한다. 그랬다. 걸출한 당대의 학자이자 정조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전도유망한 관료, 다산 정약용은 임금이 바뀌자 한순간에 폐족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겪은 배신과 상처도 컸다. 자신이 총애를 잃자 언제 그랬냐는 듯 벗들이 정적으로 돌변, 자신을 축출하는 데 앞장섰던 것이다.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머나먼 강진으로 유배되어 앞날을 기약할 수 없게 된 마흔 살 정약용은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러나 그가 모든 것을 포기한 채 학문에 손을 놓았다면, 오늘날 우리가 아는 대학자 정약용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천 리 밖에 있는 자신을 탓하며 자식교육에도 손을 놓았다면, 가문에 흐르는 유장한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리나라 첫 금서는 《금오신화(金鰲新話)》입니다.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을 못마땅하게 여긴 김시습은 생육신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의 법호인 설잠(雪岑)은 ‘눈 덮인 봉우리’로서 외로운 방랑의 삶을 의미하고 또 다른 호인 청한자(淸寒子)는 맑고도 추운 사내, 벽산청은(碧山淸隱)은 푸른 산에 맑게 숨어 산다, 췌세옹(贅世翁)은 세상에 혹 덩어리일 뿐인 늙은이라는 뜻이어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오신화》는 왜 금서가 되었을까요? 거기에 실린 5편의 단편소설 가운데 〈남염부주지〉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정직하고 사심 없는 사람이 아니면 이 땅의 임금 노릇을 할 수 없다.”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폭력으로써 백성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 "덕망 없는 사람이 왕위에 올라서는 안 된다.” 모두 세조를 두고 비판한 내용이라고 여겨지기에 금서로 된 것이지요. 원주에 가면 치악산 자락에 운곡(耘谷) 원천석의 무덤이 있습니다. 태종 이방원의 스승이었던 원천석은 이성계의 편에 서지 않고 멸망해버린 고려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태종이 친히 치악산 자락까지 와서 출사를 권했지만 만나주지도 않은 그였지요. 그는 고려 신하의 시각으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조선신궁 낙성식때 참석한 뒤 “화려했지만 왠지 쓸쓸한 모습” 이라고 낙성식 참석 소감을 촌평한 신도학자(神道学者) 오가사와라 쇼조(小笠原省三, 1892~1970)는 “일본 신사지만 조선신(단군)을 모셔야한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일본신사에 단군을 모셔야한다는 주장은 언뜻 보면 조선을 위하는 것 같지만 사실 내용면에서는 맞지 않는 이야기다. 조선의 조상인 단군을 모시려면 단군사당을 지어서 모셔야하는 것이지 왜 일본신사를 지어 단군을 모셔야한다고 주장한 것일까?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선동조론(日鮮同祖論)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일본과 조선의 조상이 같다’라는 이론으로 기다 사다기치(喜田貞吉, 1871~1939) 같은 학자는 〈일선양민족동원론〉이라는 논문을 통해 일본과 조선 두 민족은 유물·언어·신화·풍습 등 다방면에서 같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그 밑바닥 정서는 일제의 조선식민화를 합리화하기 위한 것임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일선동조론은 3·1운동 이후 내선일체라는 구호를 통해 정책적으로 한층 심화되었으며, 만주사변 이후 한국인에게 강요된 창씨개명 등의 황국신민화 정책과 민족말살정책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한 시대를 뒤흔든 양심선언! 어느 시대나, 양심을 깨우는 죽비 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면서도 불의에 동조하지 않고 바른말, 옳은 행동을 하는 이들이 있다. 세상은 그런 사람을 보며 미쳤다고들 한다. 그냥 눈 질끈 감고, 입 한번 닫으면 편하게 살 수 있는데 뭐하러 고생길을 자처하냐고, 누구는 그게 틀린 줄 몰라서 가만히 있는 줄 아느냐고 반문한다. 이들의 용기는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사람의 객기 정도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럼 그는 과연 모두를 각성시킨 그 외침은, 부질없는 만용이었을까. 설사 그 뒤로 바뀐 게 없더라도, 그들이 이건 아니라고 외치지 않았다면 역사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이 책의 지은이, ‘산하’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한 김형민 PD는 그들이 용기를 낸 덕분에 역사가 퇴보하지 않고 여기까지라도 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그의 책 《양심을 지킨 사람들》에서 교과서에도 잘 나오지 않는, 양심을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라시대부터 근현대까지, 넘나드는 시대도 다양하다. 책에 소개된 15인 가운데는 이준이나 남자현, 박종철처럼 비교적 알려진 이들도 있고, 검군이나 김성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미국 역사에서 흑인 최초로 국무장관이 된 콜린 파월이 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뉴욕 빈민가 출신으로 몹시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가 어느 공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데 다른 인부들과 함께 도랑을 파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한 사람이 삽에 몸을 기댄 채 회사가 충분한 임금을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있었지요. 그 옆에서 한 사람은 묵묵히 열심히 도랑을 파고 있었습니다. 몇 해가 지난 뒤 다시 그 공장을 찾았을 때 불평했던 사람은 여전히 삽에 몸을 기댄 채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지만 열심히 일하던 사람은 지게차를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여러 해가 흘렀습니다. 삽에 기댄 채 불평만 하던 사람은 원인을 모르는 질병으로 장애인이 되어 회사에서 쫓겨났지만 열심히 일하던 사람은 그 회사의 사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태도는 상황을 이깁니다. 우리가 운명을 고를 수는 없지만, 다양한 안팎의 사건에 대한 반응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결국 행복은 선택과 집중의 문제이지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긍정적이고 감사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틀(프레임)을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입니다. 우린 스스로 믿는 대로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태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1925년(대정14년) 10월 15일, 하늘은 맑았다. 일제는 경기도 경성부(당시 표기, 지금의 서울) 남산에 천조대신과 명치왕을 제신으로 하는 '관폐대사 조선신궁(官幣大社 朝鮮神宮)'의 진좌제(鎭坐祭)를 봉행했다. 진좌제란 신사(神社)에서 건물을 지어 영령께 고하는 의식을 말한다. 이날 아침 10시 10분, 의장대가 연주하는 국가의 진혼이라는 음악에 맞춰 다카마츠 시로 궁사(宮司) 이하 제원(祭員)들과 참례자 대표인 이왕가의 이강공(李岡 公)을 비롯하여 조선총독 사이토 마코토 부부, 각국 영사, 총독부 고위관료, 사단장 이하 군인, 은행가, 실업가 등이 대례복 또는 정장 차림으로 3,500여명이 모여 신전에 납폐와 공물을 올리며 진좌제를 열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날 진좌제에 참석했던 신도학자(神道学者)인 오가사와라 쇼조(小笠原省三, 1892~1970)의 참배 소감이다. 오가사와라는 진좌제 참배 소감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왠지 그림책을 펼쳐 놓은 듯한 풍경이었으나 어딘가 쓸쓸한 느낌이 들었고 부족함이 느껴졌다” 이에 대해 스가 코우지(菅浩二) 씨는 그의 저서 《일본 통치하의 해외신사》에서, 오가사와라를 다음과 같이 평했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청춘(靑春)! 푸르디푸를 것만 같은 ‘청춘’이라는 시절. 모두가 한 번쯤 거쳐 가는 그 축복 같은 시절. 청춘을 지나며 소년은 어른이 된다. 이 젊은 날들은 모든 것이 희망차고, 따뜻하고, 순조롭기에 ‘푸른 봄’이라 불리는 걸까. 그러나 청춘을 지나온 이라면 알 것이다. 그 시기가 그렇게 푸르지만은 않다는 것을. 현실과 이상의 괴리, 스스로에 대한 회의,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실망. 청춘은 이 모든 것이 점철된 채, 인생에 대한 풀리지 않은 의문을 한껏 안고 힘겨운 발걸음을 떼는 시기다. 설흔이 쓴 이 책 《소년, 어른이 되다》에 실린 7명의 소년도 그랬다. 목차만 훑어봐도, 이 소년들을 수식하는 형용사는 범상치 않다. 홀로 바다를 건넌 소년 최치원, 과거에 거듭 실패한 소년 이규보, 학자와 관리 사이에서 방황한 소년 이황, 아버지를 원망한 소년 이이, 죽음을 일찍 깨달은 소년 허균, 부당한 차별에 눈물을 쏟은 소년 박제가, 신경증에 시달린 소년 박지원. 이들에게 청춘은 마냥 푸른 봄날은 아니었다. 아니, 푸르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에 가까웠다. 어쩌면 인생을 겨울부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