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길목서 만나는 빛의 읊조림 ‘김광석’
[우리문화신문=임세혁 교수] 1. 장면 하나 1992년이었나 1993년이었나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데 그때쯤이었던 것 같다. 늘 그렇듯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가요톱텐’인지 다른 방송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어쨌든 음악 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댄스 가수들의 순서가 끝나고 나서 마르고 지극히 평범하게 생긴 사람이 혼자 목에 하모니카, 어깨에는 기타 하나를 메고서 텅 빈 무대 위에 섰다. 그때는 발라드를 불러도 뒤에 무용단이 나와서 무대를 채우곤 했던 때였는데 아무것도 없는 무대에 가수가 혼자서 기타 한 대 들고서 노래를 부른다는 게 어린 내 눈에는 너무 신기했다. 장판교에서 조조의 십만 대군을 홀로 상대하는 장비도 아니고 바로 직전까지 시끄러운 음악과 함께 열댓 명이 함께 춤을 추던 무대를 혼자 무슨 수로 채운다는 말인가? 그것도 녹음된 반주도 없이 통기타 한 대만 들고서 말이다. 가수는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김광석입니다. <나의 노래> 들려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날 이후로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이에게 시와 노래는 애달픈 양식’이라는 <나의 노래> 도입부를 잊을 수가 없다. 그날 그 프로그램에 어떤 가수가 나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