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첫눈 편지 - 장인성 첫눈이 내렸습니다 단풍이 다 지기도 전에 홍시가 다 덜어지기도 전에 첫눈이 왈칵 내렸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밉기도 합니다 천지를 하얗게 덮은 날도 임은 소식이 없습니다 홍시가 익으면 따달라고 했는데 온다는 소식도 없습니다 내심 기다려는 보지만... 한해가 다 저물어 갑니다 흰 눈 덮인 홍시는 더욱더 빨갛습니다 임이 안이 오시면 까치밥이 됩니다 임도 첫눈이 온 줄 아실 덴데 그 임이 더욱더 미워집니다. 며칠 전 첫눈이 내렸다. 그것도 인간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말이다. 그 탓에 곳곳에선 교통사고가 나고 출근하는 이들은 지각하기 일쑤였다. 어렸을 때는 눈이 오는 게 그렇게 반갑더니 이제 교통 걱정을 먼저 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으니 늙기는 늙었나 보다. 하지만, 첫눈이 오는 소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24절기의 여덟째인 소만(小滿) 무렵 어떤 이들은 손톱에 봉숭아를 물들이고 첫눈 올 때까지 봉숭아물이 빠지지 않으면 첫사랑을 다시 만난다고 믿었다. 그래서 첫눈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의 첫눈은 단풍이 다 지기도 전에, 홍시가 다 덜어지기도 전에 왈칵 내려버렸다. 장인성 시인은 그의 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입 동 - 이덕규 곡식 한 톨이라도 축내면 그만큼 사람이 굶는다 가을걷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빈손으로 떠난 오직 사람 아닌 것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아홉째 절기 입동(立冬)으로 이날부터 '겨울(冬)에 들어섭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10월부터 정월까지의 풍속으로 궁궐 내의원(內醫院)에서는 임금에게 우유를 만들어 바치고, 기로소(耆老所)에서도 나이 많은 신하들에게 우유를 마시게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임금이나 나이 많은 벼슬아치들에게 우유를 주었다고 하는데 이제 임금이 아니어도 우유를 맘껏 마실 수 있는 우리는 행복한 처지일 것입니다. 이런 궁궐의 풍습처럼 민간에서도 ‘치계미(雉鷄米)’라고 하는 아름다운 풍속도 있는데 이는 입동 등에 나이 든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는데 이때는 아무리 살림이 어려운 집이라도 치계미를 위해 곡식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그마저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도랑탕 잔치로 대신했지요. 입동 무렵 도랑을 파면 누렇게 살이 찐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는데 이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노인들을 대접하고는 이를 ‘도랑탕 잔치’라고 했다고 합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까 치 밥 험한 여름 감나무 몸살 앓아(초) 날짐승 밥 여유인들 있으랴(돌) 뼈가 앙상해진 구도자 모습(달) 황폐한 세상 까치밥 부처네(심) . . . 24.10.24. 불한시사 합작시 • 불한시사(弗寒詩社) 손말틀 화답시(和答詩) `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 ‘불한티산방’에 모이는 벗들 가운데서 시를 쓰는 벗으로 함께 한 시모임이다. 이들은 여러 해 전부터 손말틀(휴대폰)으로 서로 화답 시(和答詩)를 써 왔다. 시형식은 손말틀 화면에 맞게 1행 10~11자씩 4행시로 쓰고 있다. 일종의 새로운 정형시운동이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그 겨울의 시 - 박노해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우리 겨레는 더불어 사는 일에 익숙했다. 전해오는 얘기로는 예부터 가난한 사람이 양식이 떨어지면 새벽에 부잣집 문앞을 말끔히 쓸었다. 그러면 그 집 안주인이 아침에 일어나서 이를 보고 하인에게 “뉘 집 빗질 자국인가?”하고 물었다. 그런 다음 말없이 양식으로 쓸 쌀이나 보리를 하인을 시켜서 전해줬다는 얘기가 전한다. 그런가 하면 보릿고개에 양식이 떨어진 집의 아낙들은 산나물을 뜯어다가 잘 사는 집의 마당에 무작정 부려놓는다. 그러면 그 부잣집 안주인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곡식이나 소금ㆍ된장 따위를 이들에게 주었다. 물론 부잣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