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예, 사실인가 봐요. 본인이 스스럼없이 미스코리아라고 인정하던데요.” “나이는 얼마나 됐나요?” “1978년에 미스코리아였다니까 아무래도 40은 넘었을 것입니다. 직접 나이를 물어보지는 못했지요.” “K 교수님이 20대로 보았다면 너무 후한 점수를 주신 것 같네요. 어떻게 사십 넘은 여자를 20대로 봅니까?” “아니에요. 같이 있던 다른 두 교수도 동의했답니다. 얼핏 보면 20대로 보인다고.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30대 정도로 보이지요. 그러나 여자 얼굴을 그렇게 자세히 들여다볼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안 믿어지네요. 어쨌든 나중에 한 번 보고 다시 토론합시다.” 교수들은 토론을 좋아한다. 식당 여주인이 20대로 보이는지 40대로 보이는지, 그게 무슨 토론거리인가? 사십 넘은 미인을 20대로 보건 30대로 보건 무엇이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교수들은 별것 아닌 주제를 가지고 토론만 길게 하는 이상한 존재들이다. 벚나무 그늘에서 스파게티를 먹으며 나누는 화제는 주로 원주 이야기였다. 지금은 춘천이 강원도 도청 소재지가 되었지만 원래 원주가 더 컸다고 한다. 기실 강원도라는 이름은 강릉과 원주의 앞 글자를 따랐다니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그 뒤 하버드 대학 사회학과 교수인 밀그램은 6단계 분리를 실험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렸다. 밀그램 교수는 사람들 간의 관계 형성을 연구하기 위해 1967년에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연구자는 300통의 편지를 미국 중부에 있는 두 마을에 뿌리고 이 편지를 받은 사람들에게 ”보스톤에 살고 있는 주식중개인 A 씨에게 전달해 달라“라고 부탁을 했다. 편지는 자기가 아는 사람들 가운데서 보스턴의 A 씨를 가장 잘 알 것 같은 사람에게 전달하기를 반복해 최종 A 씨에게 도착하도록 했다. 단, 편지봉투에는 전달자의 이름을 적도록 해 편지가 전달된 경로를 알 수 있도록 했다. (출처: https://theharrissisters.blogspot.com/2013/08/six-degrees-of-separation.html) 이 실험을 통해 성공적으로 배달된 편지에 적힌 사람의 수를 세어보니 평균 5.5명으로 나왔다. 결국 밀그램 교수는 카린시의 소설에 나오는 내용을 입증함으로써 6단계 분리 이론이 맞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그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이 실험 내용을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세 사람은 ㄷ 교수의 차를 타고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미스 K는 사뿐사뿐 걸어서 계산대로 가더니 명함을 석 장을 가져와서 나누어 주었다. K 교수는 예쁜 디자인의 명함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정통 이태리 음식점 파스타 밸리. 대표 K은정. 전화번호 031-xxx-xxxx. 찬찬히 명함을 들여다보던 K 교수는 갑자기 운명 같은 만남이라는 생각이 퍼뜩 스치고 지나갔다. 봄꽃은 오래 가지 못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열흘 넘게 피어 있는 꽃은 드물다. 그것은 마치 인생에서 아름다운 청년 시절이 10년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청년 시절처럼 힘이 넘치고 모든 일에 자신이 있는 질풍노도의 시간은 10년을 넘지 못한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청춘이다”라는 말은 과장법이요 소망일 뿐이다. 몸이 늙으면 마음도 따라서 늙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청춘 시절에 일도 열심히 하고 놀기도 열심히 놀고 후회 없이 보내야 할 것이다. 며칠이 지나자 이제 연분홍 진달래꽃은 지고, 노란 개나리 꽃잎도 져 울타리 아래에 어지러이 흩어져 있다. 새색시처럼 화사하던 목련은 커다란 꽃잎이 뚝뚝 떨어져서 목련나무 그늘에는 시들고 변색한 꽃잎이 수북하였다. 목련은 피어 있을 때는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조금 후 주방 문이 열리더니 젊은 여자가 세 남자가 앉아 있는 식탁 쪽으로 걸어왔다. 여자로서 큰 키는 아니었고, 높은 굽의 구두를 신었다. 엉덩이가 꽉 조이는 흰바지를 말쑥하게 다려 입고, 화려한 색깔의 블라우스를 걸쳤다. 얼굴은 동글동글 귀여운 인상을 주는 그런 모습이었는데, 눈이 특히 해맑았다. 머리는 약간 짧게 생머리 비슷하게 단장을 하였다. 그녀는 상냥하게 미소 지으면서 사뿐사뿐 걸어왔다. 세 남자는 눈앞에 나타난 낙안미인의 아름다운 자태에 놀란 듯 쳐다보기만 했다. 미스 K가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은쟁반에 옥 굴러가는 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그녀는 식탁 옆에 서서 세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을 걸었다. “교수님들이세요?” “아니, 어떻게 알았어요?” “보면 알죠. 교수님은 척 보면 느낌이 와요. 그리고 저희 식당에는 S대 교수님들이 많이 오시죠.” “어디 가서 거짓말은 못 하겠네. 언제 개업하셨어요?” “한 3주일 되죠. 그동안에 한 번도 안 오셨어요?” “주인장이 미인이라는 소문을 듣고, 사실인지 확인하러 왔습니다.” 누가 이 여자를 40대라고 볼까? K 교수의 무딘 눈에는 20대 후반으로 보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남자들끼리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남자는 나이가 들면서 양기가 점점 위로 올라온다고 한다. 젊어서는 몸의 중심부에 양기가 충만해 있다가 나이가 들면 입으로 올라온다고 한다. 그래서 온갖 여자 이야기를 말로는 잘해도 막상 실천하라고 하면 뒤로 뺀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더 나이가 들면 양기가 눈으로 올라와서 예쁜 여자를 눈으로만 보고 싶어 할 뿐, 막상 만나면 말도 못 붙인다고. 그러다가 더 늙으면 양기가 머리로 올라와서, 예쁜 여자를 생각으로만 좋아할 뿐이라는 것이다. K 교수도 이제는 지천명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마도 양기가 입에서 눈으로 올라가는 단계인가 보다. 예전에는 여자 이야기라면 누구에게라도 지지 않고 집중하였는데, 이제는 말보다는 그저 눈으로만 여자 보기를 좋아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 어느 날 점심식사 뒤 학과 회의가 열렸다. 학과 회의는 1주일에 한 번 수요일에 열린다. 학과 회의에서는 별로 중요한 내용은 없지만 학과 교수들이 모여서 이런저런 정보도 교환하고 교무회의의 전달사항도 듣는 회의였다. 회의가 대충 끝나고 커피 마시면서 식당 여주인 이야기가 다시 나왔는데, 다른 교수들도 비슷한 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