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고등생물이 양성생식을 채택하자 대가가 따랐다. 성의 구별이 없던 때에는 개체의 죽음이 없었다. 생물은 분열을 되풀이하여 종족은 무한히 보존되고 죽음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러나 양성으로 나뉘면서 생물은 분열 대신 결합이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자손의 탄생이라는 개념이 나타나고 동시에 부모의 죽음이라는 개념이 나타나게 되었다. 먹이의 한계라는 틀 안에서 자손의 보존을 위하여 부모는 죽음을 강요받게 된 것이다.
양성으로 나뉘어 짝짓기를 하면서 정절 문제가 대두되었다. 동물의 세계에서 일부일처제는 매우 희귀하다. 암수가 서로에게 정조를 지키는 일부일처제는 동물의 세계에서는 규칙이 아니고 예외인 것이다. 오래 전부터 생물학자들은 새들 중에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면서 새끼를 길러내는 종이 많다고 생각했다. 어떤 학자는 조류의 94%가 일부일처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 새끼들의 아버지를 밝혀내는 유전자 지문법을 도입하여 연구해 본 결과, 한 둥지에서 자라는 새끼 새들의 평균 30% 이상이 함께 사는 수컷의 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예로부터 바람을 피운다고 알려진 동물들도 그 정도가 생각보다 심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인간 세계와는 달리 동물의 세계에서 성적으로 방탕한 것은 놀랍게도 암컷들이다. 암컷의 바람기를 막기 위해 수컷들이 자아내는 꾀는 놀라울 정도다. 호랑나비의 수컷은 교미가 끝나면 암컷의 질 입구를 막아버려 다른 수컷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버린다고 한다. 중세기 십자군 시절에 유럽에서 유행했던 정조대와 비슷한 개념이다.
줄무늬다람쥐 수컷은 암컷이 번식기에 이르면 암컷의 뒤만 졸졸 따라다닌다. 심지어 암컷이 다른 수컷들과 어울리지 못하도록 구멍 속에 암컷을 몰아넣은 다음 입구를 엉덩이로 막고 앉아 있기도 한다. 어떤 다람쥐들은 수컷이 사정을 한 다음 고무진 같은 액체를 배설하여 암컷의 생식기를 틀어막는다고 한다. 나비 같은 곤충뿐만 아니고 포유동물인 다람쥐들도 암컷에게 정조대를 채워놓는 것이다.
평생 정절을 지키는 것으로 잘 알려진 원앙새도 현대적인 유전자 지문법을 적용하여 연구해 보니 뜻밖에도 암컷이 바람을 피우는 것으로 밝혀졌다. 원앙새는 번식기가 가까워오면 수컷이 암컷을 물색하여 구애하고 짝을 이루고 새끼를 낳고 자기들만의 구역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러다가 암컷이 지금의 남편보다 훌륭하고 매력이 넘치는 다른 수컷을 만나게 되면 정숙하던 암컷은 동요되어 불륜을 저지르고 만다. 혼외정사로 남편 이외의 정자를 가진 암컷 원앙새가 놀랍게도 약 10%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학자들이 왜 원앙새가 이런 행동을 할까 연구한 결과 “불륜의 상대가 지금의 남편 원앙새보다 훨씬 더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예를 들면 불륜의 상대가 털의 색깔이 더 아름답다거나 날아가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암컷 원앙새는 처음부터 우수한 수컷과 짝이 되지 못했던가? 암컷의 말을 빌리자면 “혼인 시점에서는 남편이 제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원앙새는 사람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원앙새는 혼외정사의 경우에 그 우수한 수컷이 이미 다른 암컷과 부부가 되어 있으면 정식 부부로는 되지 않는다. 그래서 바람난 암컷 원앙새는 사람으로 치면 첩이 되거나 애인이 되는 것이다.
암컷 원앙새는 왜 바람을 피울까? 더 나아가 모든 새들은 왜 일부일처제를 고집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바람을 피울까? 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새의 세계에서 암컷이 정절을 지키다가는 멸종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불륜을 저지른다고 한다. 암컷의 입장에서는 유전적으로 우수한 수컷을 선택하여 혼외정사를 통하여서라도 우수한 자손을 남겨 종족의 번영을 이루려는 것이 불륜의 목적이다.
실제로 우수한 수컷의 유전자를 획득한 암컷의 새끼들 생존율은 그렇지 못한 새끼보다도 생존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동물 암컷의 불륜은 우수한 수컷의 유전자를 확보하여 생존에 유리한 자손을 남기려는 불륜으로서 진화론에서 말하는 적자생존의 원칙을 따르는 불륜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유념해야 할 점은 동물과 사람의 불륜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적인 측면에서 사람과 동물은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 첫 번째 차이점은 동물은 꼭 필요할 때 곧 발정기 때만 교접을 하는데, 사람은 시도 때도 없이 한다는 점이 다르다. 두 번째 차이점은 동물이 교접을 하면 반드시 임신을 하는데, 사람은 교접을 즐길 뿐 반드시 임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인간은 성적으로 매우 특이한 동물종이지만, 인간은 다른 동물처럼 불륜을 통해 우수한 자손을 남기려는 보편적인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엄격한 일부일처제도는 진화론적으로 보면 결함이 있는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요약해서 말하면, 인류가 진화 과정에서 양성생식을 선택하면서 직면한 가장 심각한 부작용이 죽음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시라. 당신은 죽지 않고 성행위가 없는 육체와, 죽지만 성행위를 할 수 있는 육체 가운데서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달리 말하면 당신은 천사를 선택하겠는가 사람을 선택하겠는가?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