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철이 깊어지며 겨울바람이 제법 매섭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어제와 달리 날씨가 갑자기 많이 추워졌고 곳곳에 많는 눈이 내릴 것이라는 기별이 들려옵니다. 날씨알림터(기상청)에서는 이를 두고 '대설(大雪)'이나 '폭설(暴雪)'이라 부릅니다. 말할 것도 없이 눈이 많이, 그리고 사납게 내린다는 것을 알리는 말로 오랫 동안 써 온 말입니다. 하지만 온 누리를 하얗게 덮어버린 눈의 바람빛(풍경)을 담아내기에는 어딘가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이 듭니다. 오늘은 이 차가운 한자말을 갈음해, 소복이 쌓인 눈처럼 포근하고 넉넉한 우리 토박이말 '잣눈'을 알려 드립니다. '잣눈'이라는 말은 '많이 와서 수북하게 쌓인 눈'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잣'눈일까요? 잣눈'이라는 말을, 얼핏 보면 먹거리 가운데 하나인 '잣'이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잣'은 우리가 흔히 길이를 잴 때 쓰는 '자(尺)'에서 온 말입니다. 옛 어른들은 한 자(약 30cm) 높이 정도로 푹푹 빠질 만큼 많이 내린 눈을 보며 "자가 묻힐 정도로 깊다" 하여 '잣눈'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그저 눈이 내리는 모습이 아니라, 이미 내려서 발목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스물한째인 ‘대설(大雪)’입니다. 소설에 이어 오는 대설(大雪)은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원래 역법(曆法)의 기준 지점인 중국 화북지방(華北地方)의 계절적 특징과 맞춘 것이기에 우리나라의 경우 반드시 이때 눈이 많이 내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틀 전엔 수도권에 눈이 내려 길이 얼어서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한겨울 동짓달이라(時維仲冬爲暢月) 대설과 동지 두 절기 함께 있네(大雪冬至是二節) 이달에는 호랑이 교미하고 사슴뿔 빠지며(六候虎交角解) 갈단새(산새의 하나) 울지 않고 지렁이는 칩거하며(不鳴蚓結) 염교(옛날 부추)는 싹이 나고 마른 샘이 움직이니(乃挺出水泉動) 몸은 비록 한가하나 입은 궁금하네(身是雖閒口是累) ... 아래 줄임) ... 위 시는 열두 달에 대한 절기와 농사일 그리고 풍속을 기록한 김형수(金逈洙)의 <농가십이월속시(農家十二月俗詩)>로 호랑이가 교미하고 사슴뿔이 빠진다고 합니다. 이때 갑자기 추워지는 날씨에 대비해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을 챙겨 먹는 지혜도 돋보입니다. 특히 제철 음식으로 비타민C가 풍부해 감기 예방에 탁월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광균 시인은 “설야(雪夜)”라는 시에서 눈이 오는 정경을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라고 읊조립니다. 하지만 겨울이라는 12월 그것도 대설도 지났지만, 눈이 올 기미는 없고 오히려 어제는 곳곳에 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심지어 스키장에는 호우특보가 내리기도 해 편의점 앞에 비옷이 깔렸고, 스키장 운영자와 스키를 타러 갔던 사람들이 울상을 지었다고 합니다. “조강에 나아갔다. 임금이 이르기를, ‘요사이 보건대, 일기가 점점 온화해지고 또한 눈이 내리지 않는다. 기도하는 것을 꼭 숭상하여 믿을 수는 없지만, 기설제(祈雪祭)를 또한 지내야 하겠다. 겨울철에 비와 눈이 많이 와야 땅이 흠뻑 젖어, 내년 봄농사가 가망이 있는 법이다.’ 하였다.” 중종실록 26권, 중종 11년(1516) 10월 17일 기록으로 중종 임금이 눈이 내리지 않으니, 기설제를 지내야겠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헌종 2년(1836) 12월 12일에는 기설제를 지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제설제란 말이 모두 41번이나 나오는데 눈이 와야 할 시기에 눈이 오지 않는 것도 천재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의 스물한째 ‘대설(大雪)’입니다. 한해 가운데 눈이 가장 많이 온다고 하여 대설이지만, 원래 24절기의 기준점 중국 화북지방과 우리나라는 지역이 달라서 꼭 이때 눈이 많이 오지는 않습니다. 김광균 시인은 “설야(雪夜)”라는 시에서 눈이 오는 정경을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라고 읊조립니다. 김광균 시인은 한밤에 홀로 서서 ‘그리운 소식’처럼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눈이 보리를 덮어줘야 추위로 인한 피해를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눈이 오지 않으면 기우제처럼 기설제(祈雪祭)를 지냈습니다. 숙종실록 11년(1685) 11월 13일 자 기록 “절후(節候)가 대설(大雪)이 지났는데도 한 점의 눈도 내리지 아니합니다. 중신(重臣)을 보내서 기설제(祈雪祭)를 종묘(宗廟)와 사직단(社稷壇) 그리고 북교(北郊)에서 행하기를 청합니다.”라고 임금에게 청하는 부분이 보입니다. 히말라야산맥에 있는 카트만두라는 작은 왕국에는 '할단새'라는 전설의 새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나운 할단새[鳥]도 이 대설 무렵만은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