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거울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비가 많이 왔다. 저녁때 내리기 시작한 비가 새벽까지 계속 이어졌다. 비는 보는 것인가, 듣는 것인가... 전에 이런 의문을 제기하며 비는 듣는 것이라는 주장을 한 바 있는데 요즘 비바람은 예측 불허로 강하게 불고, 아파트의 유리창문은 기술의 발전으로 든든하게 닫혀 있어 외부와 차단되니 요즘 비는 볼 수는 있지만 듣기는 쉽지 않다. 다만 빗줄기가 유리창을 때리며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것을 보노라니 나의 상념이 빗줄기를 타고 내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착각 같지만, 마음이 시원하게 씻겨 가고 있는 느낌이다. 드디어 날이 개고 비가 그쳤다. 아침 산책을 위해 집 뒤 골짜기를 찾으니 이번엔 보는 비 이상으로 듣는 빗소리, 물소리가 대단하다. 작은 골짜기를 울리며 퍼져 내려오는 물들이 유리창을 통해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우리의 마음을 씻어주고 있다. 그동안 가뭄으로 물웅덩이 바닥에 깔려있던 썩은 나뭇잎들이나 이끼류들도 이때인가 싶은지 물웅덩이에서 탈출해 하류로 달려간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곧 파르스름하기까지 한 맑은 물들이 채워지고 있다. 물은 바닥을 비추는 거울로 변해 있다. 물 위로 자라는 나무들의 푸른 잎이 녹색
- 이동식 인문탐험가
- 2023-07-12 12:34